사람에게는 살면서 기회라는 게 주어진다. 그 기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
기회라는 건 어떻게 주어질까? 예기치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아니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다. 혹은 어떤 인물과의 만남이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그림책은 그 인물과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 그림책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인생에 영향력을 줄 수 있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켜주는 사람, 방황하는 이의 손을 잡아주고 길잡이가 되어 주는 삶의 멘토를 만난 행운의 주인공을 지금부터 만나보자.
누가 오늘 같은 날이 오리라고 짐작이나 했을까?
모든 게 다 싫었어.
넥타이를 매며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모습의 남자가 처음 등장한다. 남자 이름은 레이. 레이는 거울을 보며 자기 얘기를 시작한다. 가난했고 차별받으며 싸움밖에 모르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약자를 받아주지 않는 세상에 불만을 가득 품었었다. 적개심과 부딪히는 일상이계속됐다. 어쩌면 그런 상황에서 레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시비를 거는 사람과 싸우는 것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으니까. 싸움은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였을 수 있다. 그저 사라지고만 싶다고 말하는 레이에게 희망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었을까?
난 떠나고 싶었어. 사라져 버리고 싶었어.
새 교장 선생님 이름은 챕맨이었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레이는 친구와 싸우고 교장실에 와있다. 매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고 같은 벌을 내리던 교장 선생님이 더 미웠던 레이에게 이번은 다른 교장 선생님과 마주한다. 새로 온 교장 선생님은 레이의 상황을 알아챈다. 그리고 혼자 남은 레이에게 질문한다.
저 친구 얼굴을 보니 네가 스트레이트를 먹인 게 틀림없던데, 권투를 할 생각이었니?
자! 어디 한번 보여 줘 봐.
이건 또 무슨 뜻이지? 말로만 보자면 아이 입장에선 놀리는 것인지 비꼬는 것인지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싸우고 온 아이한테 그 실력을 좀 보자고 하니 말이다. 레이는 머뭇거리다가 의도는 모르겠어도 교장 선생님에게 힘껏 스트레이트를 날린다. 그날이 챕맨 교장 선생님과 레이의 첫 만남이다.
달리기를 통해서 호흡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단다. 자, 이제 달려!
달리기, 마라톤, 권투, 대학, 럭비, 부상, 사랑, 교수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 되기까지 레이의 인생 스토리 자체가 너무 굴곡지고 상세해서 어떤 유명한 사람의 실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작가의 픽션 작품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권투선수나 육상선수가 되었다는 드라마틱한 결말로 끝나지도 않는다. 그저 레이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어릴 때의 자기와 비슷한 아이 옆에서 함께 달리기를 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자기 인생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 했던 레이는 받은 사랑을 그대로 돌려주는 이가 된 것이다.
문제 행동이 보이는 아이한테 적당한 솔루션을 제시해주는 것. 내가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오은영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주변에서 길잡이가 되어주는 어른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여기 레이는 그런 인생 멘토를 기적같이 만났다. 사라지고만 싶고 내내 어두웠던 레이는 동기가 생기고 노력하게 되었다. 거기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더욱 발전하는 삶으로 나아갔다.
부모가 되어보니 내 아이도 부디 좋은 사람을 만나 긍정적인 영향을 받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아이는 사는 동안 레이와 같은 그런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될까?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 친구든 선생님이든 꼭 한 명만이라도 우리 아이에게 소중한 이가 되어 옆에 있어주기를 못난 부모는 기도한다.
네게 문제가 있다면 그건 자신이 가진 에너지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일 뿐이야. 넘치는 에너지를 조절하는 법을 찾으면 돼.
모든 사람이 달린다면 전쟁도 사라질 거라고 작가 다비드 칼리는 그림책에서 말한다. 작가는 달리기의 힘을 알았나 보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 느끼는 희열을 경험해 본 자는 알 것이다. 그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어쩐지 스스로는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우리도 계속 달린다면 어쩌면 '내일 4시에 운동장에서 만나자'는 챕맨 교장 선생님을 만나는 행운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그러니 우선은 레이처럼 우리도 신나게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