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천하.0

by 최해이



꿈을 꾸었다.


내가 튀어 오른 그 높이는 아주 어린 시절 처음 타보았던 백일천하의 높이였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높았다. 맨몸으로는 처음 맡아보는 공기층. 그렇다고 딱히 상쾌하지는 않았다. 마치 꿈속에서 달리듯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불가항력. 원하는 대로 날 수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날아볼 테지만,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다들 찰나의 시간이라 하였지만, 나에게는 억겁의 시간이었다. 찰나의 순간이 모여 억겁의 시간을 만들어내듯 나는 영겁에 갇혀버린 것이다. 질곡의 세월이었다.




그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사고 나기 전? 아니. 굳이 되돌려야 한다면 백일천하를 타고 달리던 수많은 순간 중 하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수많은 순간이었으니, 돌아갈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다 백일이의 따뜻한 배의 온기를 등으로 느끼며 눈을 감는다.



백일천하는 바닥에 고개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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