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천하.1

by 최해이


“머라카노, 니는- 아직 키가 작응께”


최대한 척추를 곧추세우고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발의 부피를 부풀리며 당당히 서 있는 희월을 보며 이교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흑요석 같은 머리카락, 작은 두상에 뾰족한 얼굴, 늘씬하게 잘빠진 적갈색 피부의 몸매에 탄탄히 잘 베인 근육. 이따금 허공을 가르는 흑색 꼬리털의 사로지르는 소리가 희월의 귓가를 스친다.


“교관니임. 백일천하요! 한 번만! 따악 한 번만! 타 볼래요!”


결국 빠꾸를 당했지만, 예상된 결말이었다. 애처롭게 백일천하를 올려다보려는 희월의 목이 끊임없이 뒤로 젖혀진다. 백일천하를 타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체구가 워낙 작아서 큰 말의 반동을 버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제 몸 만한 조랑말의 고삐를 매몰차게 낚아채고는 고운 흙바닥을 쿵쾅거리며 지나가는 희월의 뒷모습을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던 이교관이 말한다.


“안카믄 허벅지랑 다리힘이라도 기르면 함 생각해보꾸마!”


듣는지 마는지, 짐짓 투덜거리며 조랑말에 올라탄 희월이 승마트랙으로 향한다. 타고났다. 초등학교 3학년 박희월. 조랑말이라도 타겠다며 처음 승마장에 왔을 때, 규정상 키 떄문에 안 된다고 했건만 워낙 간절해 보여서 태운 것이 발단이었다. 작은 체구였지만 생때같은 옹골진 몸이다. 야무진 성격도 한몫한다. 안 봐도 훤했다. 어떤 분야든 수준급 이상은 될 것이다. 생활 체육계에서 거진 삼십 년을 자생해 온 운동인의 눈썰미에 보이는 불문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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