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 교관들의 시선은 마장 뒤편의 훤한 언덕을 뛰어다니고 있는 조그마한 형체에 일제히 닿았다. 허벅지 힘을 키우라는 제안이 그렇게도 감명 깊었던 건지, 일주일 내내 언덕을 쏘다니고 있었다. 선선한 가을 공기에 밴 시골 냄새가 퍽이나 지독한, 영천 산골에 위치한 개인승마장 내의 유일한 어린아이였다. 도시에서 살던 애가 근방의 승마장을 두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 애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자는… 뭐라도 해낼 애여. 가스나 옴팡지기는…”
수업만 끝나면 부모님 차를 타고 승마장에 와서는 마감 때까지 타고 타고 또 탄다. 흐뭇하게 바라보던 최교관이 버뜩 정신을 차리며 소리친다.
“박희월이! 고마 내려 온나!”
의지력 하나는 알아줘야 했다. 그렇게나 말을 타고도 허벅지 힘을 기르겠다며 쏘다니는 모습을 보니 여간 대단한 체력이 아니었다.
“마, 쌤은 박희월이 자- 성격을 알고도 그런 말을 지낏나”
최교관이 이교관을 나무랐다. 쯧쯔- 하며 최교관이 다시금 희월을 부른다.
“퍼뜩 내려 온나! 해진다! 귀신 나부랭이 나온디!”
언덕에 걸쳐진 노을의 가장 진하고 붉은 부분에 서 있던 희월이 손을 휘휘 흔든다. 그러더니 입가에 손을 대고 바락바락 소리를 치는 것이다.
“백 바퀴 돌 거예요!”
희월은 간절히 바라는 것이 크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러하였다. 처음에는 그저 말을 만지고 싶어 했고, 두 번째는 말을 타보고 싶었고, 세 번째는 평보를 네 번째는 속보, 그다음은 구보. 그게 다였다. 지금은 단 하나, 백일천하를 타고 싶었다. 사실 별 의미 없는 일종의 비폭력 저항 운동이었다. 그 정도의 강단은 있던 희월이 언덕을 한 천 번 올랐을까, 마장에서 막내교관인 서교관이 불렀다. “희월아, 이리 와.” 부츠를 벗으려던 희월에게 그대로 신고 오라며 손짓한다.
“타.” 위대하게 보였던 그 목표는 ‘타’라는 한 글자로 성사되었다.
“교관님- 대빵 교관님한테 혼나는 거 아니에요?”
서교관은 타고 있던 백일천하에서 내려서 고삐를 잡아끈다. 기대에 잔뜩 부푼 눈으로 반짝이는 희월에게 다가갔다.
시야를 꽉 들어찬 백일천하의 적갈색 피부를 손가락으로 툭 찔러보았다. 푸르르- 하며 갓 운동한 백일이의 콧물이 얼굴이 튀었다. 악. 하며 소리를 지르자 서교관이 옷소매로 얼굴을 닦아준다.
“얼른 타, 다른 교관님들 오시기 전에”
의자를 밟고 서도 다리가 짧아 교관님의 도움을 받아 겨우 백일천하 위로 올랐다. 발뒤꿈치로 탄탄한 배를 꾹 찌르자, 움직인다. 천천히 걸어가는 백일천하의 등 위에서 내려다본 주위는 까마득히 멀다.
한 번 더 배를 쿡- 하고 찔러보았다. 쿡- 쿡- 평소 배를 찔러도 직진하기는커녕 제멋대로인 적이 많아 여러 회원의 애를 먹인 백일천하가 구보하기 시작한다. 속보를 건너뛰고 구보. 서교관이 운동을 시켜둔 상태라 몸이 풀려있어서 그런 건지, 혹은 자신 위에 탄 탑승자가 너무 가벼워서 신이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교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어. 고삐 꽉 잡아!”
순간 붙은 가속도에 몸의 힘이 빠졌지만, 희월은 교관의 목소리를 듣고 고삐를 꽉 잡은 채 몸을 고정시켰다.
백일천하의 속도가 몸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컨트롤이 백일이의 움직임에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마치 저항 하나 없는 공간을 유유하게 부유하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