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청곡: 삶은 여행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곡 이상은 작곡 작사 이상은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 일이라고, 나만 그런 게 아니니 억울해 말라고, 그러니 다 별 일 아니라고.
인물들의 내레이션이 좋아서 몇 번이고 본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저런 대사가 나온다. 바라는 대로,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당연한 인생에서 뒤통수를 맞는 느낌은 인류가 공유하는 보편의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뒤통수를 치는 주체가 '나'일 때는 회복하기 힘든 손상이 온다. 자괴감.
캘린더에 스케줄을 입력해 가며 일한 이래 처음으로 시간 실수를 했다. (아주 자랑이다..) 4년 반 무사고 경력은 끝났다. 아슬아슬한 지각도 한 적 없었는데, 차라리 그걸 했으면 덜 괴로웠을 것 같다. 캘린더에 시간 입력 자체를 잘못해 놓았다. 어떻게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했으며, 왜 더블체크 하지 않았을까. 안이했다. 뭐가 얼마나 편해서?
말 그대로 몇 분 동안 아무 생각이 안 나서 멈춰있었다. 꿈인가? 꿈이어도 다음 날 눈뜨면서 부정 탈까 봐 고개를 휘저었을 것이다. 정말 미안하게도 동료들이 기다려주어 다행히 일을 마쳤지만 다른 사람의 시간을 단 몇 분이라도 허비하게 한 것이 정말 괴로웠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정말로 미안해한다고 버려진 시간이 다시 쌓이는 게 아니고 이해받는다고 잘못한 게 괜찮아지지 않는다.
아주 약간의 쉼이나 방심을 허락하지 않는 불안 항아리 주인이면서, 그걸 들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중이면서 방심했다. 작은 틈이라도, 틈새가 생기면 탈이 난다. 우연인지 하루 뒤에 함께 일하던 팀중 한 팀의 책임자가 바뀐다는 소식을 받았다. 내 방심에 대한 심판인가. 인과가 없는 별개의 사건이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감히 마음을 놓으려고 하다니. 은근슬쩍 힘들다고 브런치 연재도 한 주 건너뛰어보려고 했지? 어림없다.
언제까지 이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어떡하지?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데 어떤 걸 포기하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그것이 내가 자의적으로 포기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일까?
조금 힘들다고 기대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기대어 있는 편안함을 알아버리면 지지할 게 없을 때 더 힘들다. 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 특히 사람을 비우는 일은 모르게 닥치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뒤통수가 아니라 앞통수가 아프다. 예상치 못한 순간, 예상치 못한 존재에게 뒤통수만 맞아가며 살아도 별 일들이 많은데 앞통수까지 맞으면 너무 아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