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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형훈 Aug 11. 2023

프롤로그

   불과 수 시간 전까지 하늘을 보며 수영을 하고 있었다. 이따금 느껴지는 작은 진동을 물을 통해 감지하고 있었다. 그뿐이었다. 그냥 오랜만에 찾아온 자유로움을 즐기고 있었고, 갑자기 생겨 버린 심각한 고민 탓에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표면이 매끈매끈한 고무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꽤 큼직하지만 귀엽고 반짝거리는 나무였다. 하지만 달콤한 평화는 인간에게 크나큰 사치라도 되는지 내 눈앞에는 어떤 여자가 울고 있다. 투명한 열차의 천장에서 하염없이 내리쬐는 빛을 받으며 말이다.

   울고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그 눈물은··· 그러니깐, 그녀의 하얗고 매끄러운 볼의 곡선을 타고 내려오는 그녀의 눈물은, 태양의 광선을 받아 마치 유동성 다이아몬드와 같았고, 그 눈물의 가치 또한 그렇게 느껴졌다. 많은 사람이 미(美)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영원히, 지금과 같은 자세로 눈물을 흘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저 영혼에 대한 너무나 가혹한 행위로, 그 어떤 누구도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만큼 아름다웠다는 것을 문자로 표현하자니 지금 타고 있는 열차처럼 지구를 빙빙 돌듯이 빙빙 돌려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나는 이런 망상만을 할 뿐이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지금이야 행동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다. 차라리 주둥이라도 나불거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좋겠는데, 이놈의 소심한 성격은 주둥이도 나불거리지 못하고, 두개골 내 꼭꼭 숨겨져 있는 대뇌를 나불거리고 있으니 한심한 인간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본인도 이렇게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말주변도 없고, 외모도 별로다. 자신감도 없다. 갑자기 내가 울고 싶어졌다. 내가 눈물을 흘린다면. 그녀의 유동성 다이아몬드와는 다르게 무슨 누런색 오물 같은 것이 흐를 게 분명하고, 매끈함과는 거리가 먼, 토끼가 물 마시러 왔다가 세수하고 갈만한 웅덩이가 여기저기 파인 뺨을 흐르다가 웅덩이에 고여 버릴 것이다.

   문제는 내 얼굴이 아니다. 문제는 맞지만, 지금의 문제는 아니다. 아름다운 여성이 계속해서 울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멋진 삶을 머릿속에 그리며 추구하는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신사와 같이 ‘저기, 괜찮으세요?’ 하고 말하며 능숙하게 손수건이라도 꺼내고 싶지만, 사전에 말했듯이 나에게는 용기도, 광기(狂氣)도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나는 무심하게 이 여자를 지나칠 수밖에 없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와서 저 아름다운 여성분을 위로해 주면 안 되겠는가? 성별과 관계없이 신사, 숙녀가 행하는 멋진 행동이 무엇인지 보여 주면 안 되겠는가? 내가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당신의 행동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지 않겠는가? 아. 그렇게 해 주겠다고? 거기가 어디냐고?

   이곳은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당신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곳이다. 모든 곳이 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24시간 머리 위에 해님이 떠 있는 이곳은, ‘광합성 열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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