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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세경 Sep 29. 2024

2. 우린 항상 울고있다.

눈물의 종류

이천에는 잠탱이가 살고있다. 올해 9살로 개초딩인데, 마침 그 지역에서 지내던 시절이 겹쳐 생후2년간 열심히 놀고 지내 유달리 절친한 사이다. 크림색 고부란 털이 보드랍고 털이 자라면 제법 퉁퉁해서 귀엽다. 털찐 상태로 산책을 나가면 뒤뚱거리는 뒷태는 더 귀엽다. 잠탱이는 더위를 많이 타기도 하고 털이 잘 엉키는 모질이라 가위 미용이 어렵다고 한다. 반년에 한번 씩은 빡빡 깎는 편이다. 오랜만에 보는 생닭 같은 모냥에 목만 몇겹살로 겹쳐 있는 걸 보면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유바바 캐릭터가 생각나 웃음이 난다. 요번에 1년 반만에 가족을 보러 이천에 간 이유도 다른 가족은 그렇다 쳐도 잠탱이는 봐야지 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만큼 어색한 관계가 해체 될락말락 해도 균형을 잡아 주는 대들보 잠탱이. 


동생이랑은 매일 연락을 하는편인데 잠탱이의 안부는 자동이다. 항상 잠탱이의 다양한 사진이 등장하고 귀여워하고 ‘잠탱포레버’를 외친다. 언제부턴가 등장했다. 영화 블랙팬서를 보고 와칸다포에버에서 잠탱포레버까지 나온건 기억이 나는데,  마치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았지만 우리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빨라지는 잠탱이와의 시간을 인지하면서 쓰기 시작한 말같다. 이런, 생각만해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앞으로 살날중에 잠탱이와 있을시간보다 없는 시간이 더 길다니! 이게 말이돼?


눈물은 상황에 따라서 나뉘기도 한다. 세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항상 눈을 촉촉이 적셔주는 ‘기본눈물(Basal Tears)’이 있고 바람이나 먼지가 날리거나 자극을 받으면 보호하기 위한 ‘반사눈물(reflex tears)’, 울고 불고 할때 흘리는 감정에 의한 ‘감정눈물(Emotional Tears)’이 있다.


‘기본눈물’은 눈의 흰자위에 있는 덧눈물샘이라는 작은 샘에서 매분마다 아주 소량씩 나와서 눈 표면을 적셔준다. 눈물의 양은 아주 작아서 1분에 약 12나노리터, 즉 100만분의 1리터 정도만 나온다. 이 눈물은 안구 표면을 흐르다가 코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우리가 보통 5초에 한 번씩 눈을 깜박이는데, 이 깜박임을 통해 눈에 쌓인 눈물이 배출된다. 한쪽 눈에 보통 67밀리리터 정도의 눈물이 고여 있다고 한다. 눈물이 고여 만들어진 눈물막은 눈꺼풀을 부드럽게 깜박일 수 있도록 돕는다. 시력도 개선시킨다. 실제 각막은 거칠고 주름이 심하게 잡혀 있어서 눈물막이 고르게 덮여있는덕분에 우리가 물체를 뚜렷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자기전 쇼츠를 보다가 얼굴로 폰이 떨어지는 것은 잠이와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눈이 말라서 시야가 흐릿해 ‘눈물막효과’가 적어진 것도 있지 않을까.


‘반사눈물’은 하품을 할때, 강한빛의 조명이 눈에 들어올 때, 매운 음식이 입안을 자극시킬 때에도 나온다.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인 삼차신경(Trigeminal nerve)과 깊은 관련이 있어 안면부위의 통각, 촉각, 온도 감각등을 감지한다. 삼차신경이 뇌간의 눈물중추로 전달하여 눈물샘(누선)에게 ‘나와라 눈물!’하고 자극을 시켜 반사적으로 논물이 나오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잠탱이랑 떨어져 산지 3년 뒤에 강아지(추정)오줌 알러지가 생겼다. 그래서 알러지약을 먹지 않은상태로 얼굴을 만지면 그대로 눈이가렵고 눈물이 죽죽나오는데 이 역시 반사눈물로 결막이 자극을 받아서 뇌에게 비상신호를 보낸 결과다.


마지막으로 ‘감정눈물’은 너무 슬프거나 기쁠때 나오는 감정적인 눈물이다. 희로애락의 정서가 올라오면 눈물이 난다. 특히 감정이 격할 때 흐르는 눈물은 항균물질은 적고 수분과 소금이 많다. 감정도 종류가 다양하지만 분하거나 슬플 때 나는 눈물은 실제로 염분이 가장 많다. 원더걸스의 노래 2 Different Tears 속 등장하는 슬픈눈물이 기쁜눈물에 비해 눈이 충혈되고 주위가 붓는 정도가 심해진다고 보면 된다. 서러워서 울고 불고의 다음날, 눈이 3자가 되는 것은 전날 먹고마신 주종과 안주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눈물을 흘려서도 있는 것이다. 


감정눈물이 더 짜고 양이 많은 이유는 다른 것은 먼저 언급한 기본값눈물과 삼차신경반사로 나오는 눈물과 생성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자극이 일어나면 뇌속에서 화학작용이 일어나 부교감신경계를 자극해 눈물샘에서 눈물이 대량으로 만들어지도록 한다. 사알짝 뇌과학이야기로 빠지기 위해 지난 6월 대학원생 하나를 앞에두고 잠탱이랑 살수가 없다고 울고불고 한 날로 돌아가 본다. 물론 잠탱이로 그렇게 고양된 이유는 과도한 음주상태로 인해 전두엽기능이 억제되고 세로토닌이 널뛰기를 해서 그런거긴 하지만은…


이런 슬픈일이 발생했을때 뇌속에서는 대뇌 변연계(limbic system), 변연계 중에서도 특히 편도체(amygdala)가 감정의 반응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슬프거나 감정적으로 자극을 받으면, 편도체에서 반응이 시작한다. 편도체에서 시작된 신호는 부교감신경계를 자극한다. 부교감신경계는 우리가 쉬거나 진정할 때 활동하는 신경계로 이녀석이 활성화되면 몸이 긴장을 풀고, 눈물샘에서 눈물이 분비되기 시작된다. 이때 눈물샘(누선, lacrimal gland)이 자극을 받아 눈물바다를 생산하게 한다. 감정적으로 충격을 받았을 때 눈물을 흘리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문탁이 노래로 웃어도 눈물이 난다고 하는 것은 근거있는 현상으로 잠탱이와 나들이를 하러 갔다가 차가 급정거하는 통에 글로브박스에 코를 박았는데 얼마나 아팠을까 걱정되는 마음과 선명하게 찍힌 콧자국을 보고 때문에 세모녀가 웃다가 오열했던 일화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감정적 충격이 어우러져 눈물로 나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격하게 울다보면 눈물콧물이 세트로 나오게 되는데 눈과 코가 관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눈물은 주기능은 눈을 씻어내는 것이어서 눈물은 계속 순환해야 한다. 눈물샘에서 나온 수분은 눈을 적신 뒤 배수관을 통해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게 바로 코다. 평소에는 양이 적어서 코점막으로 눈물이 흘러 들어가도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하지만, 눈물을 펑펑 흘리게 되면 코로 빠져나가는 눈물의 양도 많아져 콧물이 증가한다. 즉, 울 때 나오는 콧물은 사실 눈물인 셈이다. 이런것도 의식을 안하면 잘 모르고 마는데 이제 읽으신 분은 이부분을 주목하고 울어 보시라(?) 나는 집단상담 시간에 일직선(TTTT)으로 울어재끼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잠탱이. 왔을때부터 나를 눈물나게 웃게 해줬다. 우린 꽤 멀리떨어져 지내지만 무심코 흘린 눈물속에 잠탱이의 존재가 이렇게 많았다. 언젠가는 잠탱이로 인해 더 많이 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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