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시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 일이 많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길을 걸으면서도 침대에 누워서도 과도한 정보들과 함께하는 덕분이다. 뉴스를 통해 예상치 못한 비극을 접하거나 SNS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사연을 우연히 마주친다든가 하는 일이 그것이다. 실시간으로 누군가의 부고, 헤어지자는 메시지가 올 수도 있고 말이다.
이러한 정보들은 전시나 관극처럼 내가 예매해서 본 것은 아니다. 본의 아닌 감정은 넘실거리다 해일로 부풀어 넘어온다. 비상사태, 길거리에서, 일하다가, 수업 듣다가, 잘려다가 급하게 우는 사람이 여기 있어요. 살려주세요!
어 울거 같은데, 어어, 어 나 운다? 뿌애앵 하고 울어버리기 쉬운 일이 아니다. 애니메이션 세일러문의 세라처럼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흐아앙 우는 애니 같은 상황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세라는 중학생이지만 읽는 여러분들은…
갑작스러운 눈물 급발진에 대처하기 위해서 시도했던 방법들을 나열해 볼 텐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현장에서 벗어난다.
혹시 갑자기 눈물이 터진 게 공간 이동이 용이한 곳이면 그 자리를 먼저 피할 수 있는지 파악해 본다. 교실 같은 곳이면 잠시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오거나 화장실에 가서 눈가 물기 체크를 하고 오는 것이 좋겠다.
당신이 지하철에 있으면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괜찮다. 그냥 슥 손끝으로 훔치고 쿨쩍 한번 하면 된다. 버스는 좀 애매한데 마을버스의 경우 정거장에서 내리거나의 방법이 있지만 경기도의 빨간 버스, 광역버스 계열은 그냥…. 창가를 바라보시라 그리고 그냥 감정에 푹 젖어있기를 살면서 그러고 있던 적에 두어 번 남이 그러고 있는 것을 발견한 적이 두어 번이다. 갑작스러운 자리 이동이 안 되는 특성상 창가에 나무 사이로 부서지는 햇빛에 눈물을 말려보자.
2. 왜 우는지를 정확히 설명한다.
만약에 현장에 울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는 이가 있다면 왜 우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상대와 일면식이 있는 상태인 조건하에 서먹할수록 이러한 연유로 울었다는 설명을 장황하지 않게 전달하는 편이 낫다. 예를 들면 고양이 학대 사건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그 지역에 살았던 터라 당시 동네 고양이들이 생각나 가슴이 미어졌다. 김광석의「편지」를 비비가 커버한 버전을 듣다가 후렴구에 하오체로 이어지던 가사가 좋은 사람 만나요. 라고 전하지 못할 구어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만 전하는 화자의 마음이 전해지며 먹먹해져서 눈물이 난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유감이다. (00 씨, 또 우네)
3. 상대를 안심시킨다.
사람사이에 합의되지 않은 울컥함은 상대에게 적잖한 당황을 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는 사람이 부담스럽고 감정을 지켜보는 것만 봐도 어쩔 줄 몰라서 버둥대느라 에너지가 소진되는 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를이 있다는 전제하에, 제가 가끔 감정이 격해지더라고요, ~이러한 부분에서는 화가 나더라고요. 제가 갑자기 운 것은 상대 때문이 아닌것도 말해본다. 그랬다고 해서 발제자의 발언을 듣다가 특정 사례에 울컥한답시고 말을 끊거나 손들고 감정을 전하라는 소리는 아니니까 회의 매너는 지킨다.
혹시 상대로 인해 울었다면 그것도 명확히 밝힌다.
고기를 구워주다가 우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겠지, 고기를 받아먹는 상대방이 곤란하지 않게 설명하는 것이다. 학부 때 선배들이 고기 구워주던 시절이 생각나 이렇게 내리사랑을 해볼 수 있다고 설명하면 받아먹던 대학원 동생들도 안심하고 냠냠 먹을 수 있다.
4. 분위기 환기
설명이 어렵고 빨리 눈물 나는 기분을 해소해야 한다면 딴짓을 억지로 해야 한다. 지금 감정에 어그로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로 신체활동 위주로 추천하는데 꼬집기, 머리 긁기, 발가락 오므려서 주먹이 된다고 생각하기 주먹을 쥐고 잼잼, 손가락을 주무르면서 통각 자극하기 등이 있다. 이중에 조금 위험한 행동은 눈동자 굴리기다. 눈동자 굴리기는 다양한 장면에서 활용되는 치료기법이지만 눈물이 차오른 상태면 굴리다가 눈물이 또르르 흐를 수 있다. 한번 울면 못멈추는 사람들한데는 비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무언가를 마시는 것이다. 사실 먹어도 울긴 하지만 목이 메고 자갈 섞은 빼레로 로쉐 같은 덩어리가 낀 거 같은 상황에서 조금 해소될 수 있다. 참고로 위 현상은 목구멍의 신경과 근육이 동시에 활성화되어 생기는 것으로 이때 액체를 삼킴으로써 근처 근육의 긴장이 풀릴 수 있다.
5. 상비아이템을 꺼낸다.
평소에 잘 우는 사람이라면 면봉이나 물티슈, 휴지등이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화장이 연해져 따로 챙기고 다니는 건 없지만 눈물 성수기 일때는 수정화장 몇가지와 콧물이슈를 방지하고자 휴지팩을 들고 다녔던 기억이다. 가능하면 새로사기 보다는 길에서 나누어 주는 판촉물이나 지난번 울었을때 나눔받은 휴지, 식사 시 딸려오는 일회용 물티슈같은 것을 챙겨서 눈물닦는 용으로 새활용 해보자.
6. 소통찬스
자신의 힘으로 안 되는 상황이면 메신저로 자신의 상황을 알린다. 눈물이 날 거 같은 마음을 전하거나 눈물촉발요인인 URL을 전달한다. 반작용으로 같이 우는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소통찬스를 쓸 정도면 현장에서 울으면 진짜 끝장나는 상황인 경우일수도 있다. 이건 전애인이 생각나서 울컥하거나 상사의 말투가 웃겨서 참다가 터진 울음 등 다양한 울컥에 용이한 편이고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초치는 답장(일종의 조롱) 재해석한 반응을 받을 수 있기에 시도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7. 위장눈물
어짜피 우는 연유는 연출하기 나름이다. 땀도 열이 많아서, 날이 더워서, 배가 아파서, 잘못한 게 걸릴까 두려운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눈물도 마찬가지다. 눈이 가려운 것처럼 막 긁어대는 것은 눈에 상처가 생기거나 눈병으로 의심받을 수 있으니까 기왕이면 갑자기 하품을 하자. 하는 체를 하면 진짜 하품이 나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럼, 눈물은 하품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흘러간다. 인공눈물을 활용해서 아예 흘려버리는 것도 괜찮다. 멘솔이 들어 간거면 눈도 시원하고 오히려 좋다.
8. 그냥 울기를
제일 하고 싶은 말이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으면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냥 울면 안되나. 쉽지가 않아서, 아무리 덤덤하게 살려해도 울컥하고 마는 이를 위해 써보는 것이다. 울고 싶다는 것, 눈물을 흘리고 싶은 것은 그 시점의 당신의 욕구다. 수천 년동안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본능으로서, 공감을 얻기 위해 진화된게 인류고 그것이 우리네이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약하게 보이고 머쓱하다는 이유로 억누르는 게 힘들다면 그 상태를 납두자. 울어보자. 울음은 당신에게 해가 되는 일이 아니다. 누가 칼을 들고 협박을 하고 눈가에 강만큼 나오나 고작 몇cc, 너머에 고압 전류가 흐르는것도 아닌데 눈물방울 떨어질 수도 있지. 사람 꼴이 우수워 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당신이 눈치 보고 울음을 참으려고 쓰는 에너지를 다른 데 써보자. 그리고 다행히 사람들은 당신의 짧은 눈물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눈물은 우리 내면의 깊숙한 곳을 건드린 자연스러운 반응이지 나약함의 근거가 아니고 당신이 인간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