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가 닭가슴살을 먹겠단다. 한입에 먹는 큐브 닭가슴살을 주문해 달라고 했다. 새벽 운동을 하기 전 뭐라도 먹고 시작하는 아이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닭가슴살을 챙겨 먹는다더니 아들이 운동인으로 거듭나려고 하나 보다.
복이가 닭가슴살을 양상추와 함께 먹는다고 했다. 그렇지, 샐러드도 함께 먹어야지. 양처럼 염소처럼 양상추만 먹는 복이인데 샐러드로 확대 해석해 버리는 이상한 엄마다.
마트에 들러 냉동 닭가슴살을 샀다. 큐브가 맞지만 조리가 안 된 제품이다. 아들이 원하던 것은 간편하게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을 수 있는 제품이다. 냉동 닭가슴살 조리 방법을 찾아보았다. 냉장 해동에 밑간, 오븐에 굽기 등 요리 과정이 쉽지 않다. 그냥 소스 붓고 부글부글 끓이면 좋을 텐데, 그래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그러고도 맛은 보장 못하는 닭가슴살. 복이에게 보여주니 시큰둥하다. 닭가슴살 말고 ‘** 한입 큐브 닭가슴살’이라고 정확하게 이름을 알려준다. 건강하려고 먹는 게 아니라 그게 맛있어서 시켜달라는 거란다.
마트 세 곳을 들러 싸고 신선한 야채를 공수했다. 양상추, 상추 2종, 양배추, 적양배추, 파프리카를 샀다. 그리고 소스는 오리엔탈 소스로 샀다.
장 봐 온 것을 퇴근길에 집으로 가져와 씻고 다듬고 썰고 물기를 쫙 뺐다. 통에 1인분씩 담아 15인분을 만들었다. 그런데 소스를 가게에 두고 안 가지고 왔다. ‘새벽에는 못 먹겠다. 아쉬워서 어쩌지.’ 그랬는데, 복이는 케첩에 마요네즈를 뿌려서 먹는다고 했다. 그러곤 무표정한 얼굴로 먼저 잠자는 방으로 들어갔다. 새벽에 운동을 할 거라 일찍 잔다나.
난장판이 된 야채 부스러기를 말끔히 정리하고 닭가슴살 밑간도 했다. 냉장에서 해동한 닭가슴살에 온갖 냄새가 안 나게 할 만한 재료들을 넣었다. 봉지 안에 그냥 부었다. 비닐을 조물조물해서 냉장고에서 하룻밤 숙성시켰다.
오븐에서 노릇노릇 10분을 굽고 뒤집어 20분 더 구웠다. 멀쩡히 구워지기는 했는데... 맛이 없으면 어쩌지.
인터넷으로 시킨, 아들이 원하는 닭가슴살이 오늘 배송된다. 다행이다.
우리 둘째가 먹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정말 오랜만에 마트에 갔다. 뭘 해달라 표현을 안 하는 우리 아들이 닭가슴살을 주문해 달라며 내게 현금 사만 원을 내밀었더랬다. 매일 내가 ‘돈 없다’를 입에 달고 살아서 그런가. ‘아들아 엄마가 우리 아들 닭가슴살 사 줄 형편은 된단다.’ 마트에 가서 냉동 대용량 지퍼백에 든 1킬로그램 봉지로 사 오기는 했다. 그냥 처음부터 시켜달라는 걸로 시킬걸.
아들은 아침 운동을 예약해 놨는데 아직 안 일어난다. 이제 밥 먹고 학교 갈 시간인데, 벌써 7시. 알람은 5시 30분부터 울려댔다. 식탁에 4인분의 샐러드와 닭가슴살과 마요네즈, 케첩이 차려져 있다. 밥을 퍼야 할까 말아야 할까. 밥을 푸면 김치를 꺼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가족의 ‘먹고 싶다’는 말은 주부를 움직이게 한다. 프로젝트 하나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 같다. 그런데 늘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을 빠뜨리니 그것 하나가 아쉽다. 깜빡 잊고 가게에 놔두고 온 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