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서 잊힌 기억들
출근했다. 가게 마당에 차를 세웠다. 이제 내려볼까?
그런데 귀 뒤에서 재잘거리는 이 소리는 뭘까?
앗차!
초등학생 둘을 싣고 왔다. 학교에 내려주는 걸 깜빡했다. 복이만 중학교 근처에 내려줬다. 초등학교를 들렀어야 하는데 , 그걸 잊다니.
아이들의 존재를 잊은 것이 아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가게 마당까지 온 것이다. 이야기에 파묻혀 갈 길을 잃은 차가 자연스럽게 출근을 한 것이다. 내 무의식이 출근을 했다. 아이들을 태우고 방학 내내 매일 같은 길로 출근을 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참인데... 습관이 무섭다. 그래도 다른 곳으로 안 간 것이 어딘가.
깜빡임이 제일 무섭다. 깜빡임은 나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일이 바쁘기도 했다. 어제 늦은 밤까지 자몽청과 레몬청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핑크자몽레모네이드청을 만들었다. 우리 가게에 그런 메뉴는 없는데 또 잠시잠깐 어떠한 조화 속에 나는 둘을 섞어 버렸다. 보통 그런 건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다. 생강차에 자몽슬라이스를 퐁당 떨어뜨린 것이 며칠 전인데... 생강과 자몽슬라이스는 차 한 잔이었지만, 자몽청과 레몬청은 합해서 2리터 이상을 못 쓰게 돼버렸다. 늦은 밤, 실수를 만회할 시간은 없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퇴근했었다. 그게 마음에 묵직하게도 남아있었던 것일까? 자몽청을 어서 만들어야 해서 급한 마음이 아침의 가게로 우리를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차를 바꾼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주차 감각이 모자란 나는 앞뒤 앞뒤로 차를 여러 번 움직인 후 주차를 완료했다. 마지막으로 시동을 막 끄려는 순간 아이들이 학교에 안 내렸다는 걸 인지했다. 주차장을 벗어나 초등학교 근처에 아이들을 내려줬다.
출근하니 남편이 물었다. “어디 갔다 왔어? 주차하는 거 봤는데. ”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태우고 왔다는 것을. 우리는 또 껄껄 웃었다. 웃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깜빡임이 나를 이끌지 않도록, 깜빡임이 나를 태우고 다니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