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니 좋다. 교복, 체육복을 빨아 아침에 대령하지 않아도 된다. 방학을 하니 좋은 점이 주부에게도 있다. 빨래가 너그러워진 듯한 느낌. 그래서 빨래를 안 빠는 날이 생긴다. 근래 몇 번 그랬던 것 같다. 그렇다고 세탁물이 안 생기느냐하면 절대 그건 아니다.
퇴근 후 마음을 푹 놓고 있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렀다. 세탁기 돌릴 시간이 애매하다. 세탁 후 건조기까지 돌려야 잠을 자는데 잠시 너그러워진 마음이 빨래를 미루게 만든 것이다.
소파에 빨래가 없다면 베란다 빨래터에 가득이다. 이제는 빨래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어느 정도 파악하였으니 그 정도쯤이야 눈을 감고도 알 수 있다.
세탁실에는 빨래가 차고 넘친다. 세탁 바구니 두 개와 양말 바구니 하나에 철철 넘치고도 모자라 세탁기까지 가는 좁은 바닥에 옷이 널브러져 있다. 바닥에 떨군 옷들은 내 솜씨다. 세탁기를 돌리며 옷 색깔을 분류한다고 그랬다. 유색 옷을 찾고 흰색 옷은 제외하느라 그랬는데... 세탁 바구니 위로 높은 빨래산을 누군가 정성 들여쌓아 놓았다. 바구니 주변에 너르게 펼쳐진 빨래 평원은 사라졌다. 꾹꾹 눌러 담은 빨래산 봉우리가 두 개. 솜씨 좋은 정리 장인은 대체 누굴까? 남편일까 복동이일까.
아침에 세탁기를 한 번 더 돌린다고 나는 또 빨래산을 해체해 놓았다. 얼른 다시 가서 남은 빨래를 주워 담아놔야겠다.
나도 정리를 한다고 하지만
나 아닌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정리를 하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방식을 가족들에게 강요하는 건 아닐까.
나의 정리 습관을 한번 돌아봐야겠다.
2025.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