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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바람이 불면
<아침 바람의 노래>
지난밤 강풍은 거세었던가. 앞산 나무머리 건들거리는 모양새가 심상찮다. 밭뙈기 한 움큼 움켜쥔 소심한 남편씨 오늘도 한가득 근심을 얹는다. 물 한 모금 냉큼 들이키고 밭으로 간다.
양간지풍의 위력인가, 장마의 위력인가, 기후변화의 위력인가. 골바람을 탄 늘씬한 바람들이 마당을 내달린다.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의 비명소리도 간혹 들려온다. 어제는 강풍에 수박이 떨어져 울고, 오늘은 고춧대가 부러져 울상. 농사짓기 어디 쉬운 일이겠냐만 골바람을 타 승기를 잡은 녀석들 가라앉히기는 내 맘대로 안 되는 법.
주저앉아 강풍을 꿋꿋하게 맞으며 너를 돌봐주는 주인의 심정을 고추는 알까. 지난주 내내 잡초와 사투를 벌이더니 이제는 바람과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짠하다.
출근한다. 아이들을 싣고. 바람도 싣고 간다. 시원하다.
출근길 바람을 즐긴다. 바람에 날아 차로 들어온 벌레를 쫓는 아이들의 고함소리가 요란하다. 조수석 아이는 엉덩이까지 들썩들썩. 때맞춰 키 큰 청년 옥수수들 열 맞추어 춤추는 모습이 흥에 겹다. 너른 들판 초록 벼들 파도 물결치며 모래톱을 향해 달리는 듯. 푸른 물결을 따라 모래내를 달려 동해로 가는 건가.
강풍에 파도는 더 거세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