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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pr 23. 2024

어처구니없으나 풍요 기원

딸기를 심었다. 노지 딸기로 포트 2개만 사 왔다. 월동하는 딸기라 밖에 심어도 된다고 하여 얼른 들고 왔다. 비닐하우스 앞 화단에 잡풀을 정리하고 농부아빠가 얼른 펠릿형 퇴비를 뿌려 주었다. 모종에 벌써 딸기가 몇 개 달려 있어 금방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잡초에 파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딸기 한 알은 따 먹어야 할 것 아닌가.


농부 아빠는 한 술 더 뜬다. 화단에 딸기를 심고 나니 농부 아빠는 비닐하우스에 키우려던 겨울딸기가 또 생각나나 보다. 올해엔 난방기구를 갖춰 이중 비닐하우스를 하고 딸기를 심어 보면 어떤가 한다. 생강 모종을 만드느라 이미 난방기구를 갖춘 것을 다 안다. 그럼 한 번 해 봅시다. 어차피 돈도 안 되는 농사 겨울에 딸기나 실컷 먹어 봅시다. 몇 개나 달리나 봅시다. 아이들이 딸기를 따먹으면 참 좋아하겠다나. 심기도 전에 아빠 머릿속의 아이들은 딸기 몇 바구니를 벌써 따 먹었다. 너희들 올 겨울엔 딸기를 따 먹겠구나. 겨울엔 농사일도 없으니 딸기나 키워봅시다. 그걸 또 키워 딸기 라테를 한다고 하지는 않겠지 설마.


설마 설마가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생강은 키워 생강청을 만든다. 생강차, 생강라떼 메뉴로 절찬리 판매 중이다. 작년엔 다 망해서 갈아엎었으나 올해엔 잘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 6월에 밭에 옮겨 심으려고 지금부터 모종 만들기를 하고 있다.


수박도 키워 수박 주스를 팔았다. 파는 수박은 씨도 적더구만 우리가 키운 수박은 씨받이 수박인가. 얼마나 씨가 많았는지 모른다. 첫해 수박을 땄다. 그러나 다 익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알 수가 없어 누굴 줄 수도 없었다. 작년에는? 똑같다. 속이 허연지 핑크인지 빨강인지 알 수가 없다. 빨갛다 못해 너무 푹 익어 버리기도 많이 버렸다. 올해엔 큰 수박 말고 터널에 복수박만 심기로 했다. 안 심겠다고는 절대 안 한다. 올해엔 그동안 쌓인 노하우로 더 잘할 수 있을까? 올해엔 수박 녀석의 속을 잘 알 수 있으면 좋겠다.


빙수를 파는 계절이 오면 팥을 심을까 고심하는 농부 아빠다. 팥은 벌레가 많이 나니 절대 안 된다고 하였다. 이번에 심은 감나무도 그 일환이다. 가을이면 몇 접씩 사 오는 대봉감을 심어서 키워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올해 심은 감은 내년부터 수확이 가능하다니 한 번 기대해 본다. 기대가 아니라 말려야 하는데 좋다고 한마디 수긍을 해주면 용기와 힘을 얻어 더욱 정진하는 농부 아빠다. 딸려가는 농부 아낙은 큰 도움이 못되니 늘 애가 마르다.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농사. 안 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정말 된다. 우리는 키워서 만들어서 판다. 대박 농사, 대박 장사를 기원한다.


노력한 만큼만 자연이 도와주면 좋겠다. 자연이 요즘 무지막지하다. 비는 퍼붓고, 바람이 거세고, 햇살은 무섭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폭우가 얼마나 자주 오는지 모른다. 거센 바람과 함께 오는 폭우는 작물을 망치는 일등 공신이다.  자연아 올해도 잘 부탁해.


비야, 바람아, 햇살아.


첨단을 달리는 시대에 자연아 부탁해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나 농사란 그런 것 같다. 자연에게 기대어 사는 우리는 자연에게 빌린 한 뼘 땅에서 참으로 열심히 그리고 어리석게도 산다. 자연에게 빌렸으니 임대료는 자연에게 주면 좋겠는데 국가에 내야 하니 참 애석하다. 임대료 값은 할 수 있도록 우리의 한 해 농사가 풍요롭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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