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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pr 23. 2024

상추심기


따뜻해지니 뭔가를 빨리 심어야 할 것 같다. 빈 밭이 괜히 휑해 보인다. 다른 집 밭에는 감자 싹이 나오고 있다. 우리 집 밭만 풀이 자라고 있는 것 같다. 뭐라도 심어야 할 것 같아 마트 가는 길에 상추 모종 몇 개를 사 왔다.


작년부터 상추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키우고 있다. 노지에서 키우는 것보다 잎이 야들야들하다. 비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냉해 피해도 걱정 없다. 요 키높이 재배 시설은 비닐하우스를 지으면서 겨울딸기를 좀 심어보려고 농부 아빠가 만들어 둔 것이다. 겨울딸기는 너무 추워서 못 심고 상추 재배용으로 쓴다. 키높이라 아주 좋다.


상추 모종이 너무 작아서 손으로 쥐면 부러진다. 모종 판매하던 주인장은 커피 숟가락으로 살짝 떠서 심으라던데 커피 숟가락 가져오기는 귀찮고 쇠꼬챙이 하나 찾아 살짝 들어내니 잘 들린다. 잎이 다치지 않게 조심히 놓고 흙을 살살 덮어 주었다. 땅이 축축해 보여도 호미로 파 보면 또 다르다. 다 심고 딸아이게게 물을 주라고 하니 신났다. 애들 다 죽겠다. 살살~~


물을 많이 먹는 상추니까 듬뿍 준다.  춥고 축축한 날 빼고는 하루에 한 번, 쑥쑥 클 때는 아침저녁으로 물을 준다. 물만 잘 줘도 잘 자라는 상추. 벌레도 잘 안 나니 참 좋은 작물이다. 그렇다고 절대 벌레가 없는 건 아니다. 씻을 때 벌레 알이 없는지 뒷부분을 잘 확인해야 한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안 보이던 동물의 세계를 확인할 수도 있으니. 눈이 갈수록 어두워져 작은 글씨도 안 보이는데 나중엔 야채를 잘 씻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실내에서 키우면 벌레집이 될 가능성이 조금 줄어드는 것 같다.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제 손으로 키운 작물은 한 입 먹어보게 된다. 큰아이들 꼬마시절에도 작은 화단이 있는 주택에 살았는데 상추, 오이, 토마토를 심어 먹었다. 어린잎 상추를 솎아내 비빔밥 재료로 슥슥 비벼 섞어주면 그렇게 잘 먹었다. 여린 잎이 쓰지도 않고 얼마나 맛있었겠는가. 종류별로 심어 흐르는 물에 하나하나 씻어 건져 정성으로 비빔밥을 해 먹였었다. 그땐 토마토도 직접 따고 오이도 따보곤 했는데... 이제는 밭으로 나가자면 꿈쩍을 않는다. 고기쌈은 잘 싸 먹으면서 흥이다. 사실 이제는 고기도 쌈을 잘 안 싸 먹는다. 커다란 고기에 쌈장을 찍어서 한입에 막 넣는 형님이 되었다. 칼칼한 김치에 고춧가루 팍팍 뿌린 된장국, 파절이를 곁들여 먹는 큰형님이다.


뭘 심으러 가자니 따라나선 건 막내 복실이뿐이다. 상추 모종 21개를 쪼르르 한 줄로 심고 물 주기까지 금방이다.  농부소녀와 농부 아낙 상추 심기 완료!


4월 셋째 주
15~21일 농사일지

*산에 감나무를 심었다 - 4주
*강가 밭에 감나무를 심었다. 11주
(감나무 묘목 4년생 15주 45만 원)

*집 앞에 딸기를 심었다.
(농협 야외장터 2개 2000원)

*비닐하우스에 상추를 심었다.  
(농협 야외 장터 21개 2000원)

*생강 모종을 만들고 있다.
(생강 20킬로그램에 213000원 주고 샀다. 반값농자재로 반만 냈다. 계좌이체 해 주었다.)

*감자밭 한 줄 풀을 맸다.


우리 감자도 싹이 올라오고 있다.
사과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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