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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pr 30. 2024

생강 농사 시작


생강향이 익어가는 가을입니다. 가을이 알싸한 생강청 깊이만큼이나 깊어지네요. 본격적인 가을 노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찬바람 불기 시작하고 서리가 내리기 전 생강을 수확하지요. 찬바람 좀 맞아 매운맛이 가득 든 생강을 가을이면 박스로 사 옵니다. 생강청을 만듭니다. 일로 하는 것은 부러 글 올리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제 하루 생강향에 취해~~


튼튼한 생강이 탄탄한 박스에 두 박스, 이제 시작입니다. 매운 내가 손에 묻지 않게 요리용 찰싹 달라붙는 고무장갑을 손에 끼고 그 위에 목장갑을 겹쳐 끼웁니다. 잘 큰 튼실한 생강 사지를 부러뜨립니다. 마디를 툭툭 분질러 놓은 다음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로 자릅니다. 한 박스 10kg 다 잘랐네요. 어머나 이렇게 빨리! 글로 쓰니 한 줄이면 되는데 1시간을 넘어 앉아서 하는 작업입니다. 박스와 흙을 정리하고 사각 채반에 넣어둔 생강을 나누어 씻어요. 고무장갑을 끼고 벅벅 문질러 씻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찬물을 틀어 놓고 흙물을 흘려보내며 기분이 더 맑아집니다.  생강과 사투를 벌이는 고무장갑은 생강 껍질을 벗겨내고 말끔하니 하얀 속살이 보일 때까지 물줄기를 맞으며 일합니다. 생강 껍질이 벗겨집니다. 홀홀 벗겨져 수챗구멍이 가득 차면 한 번씩 비워줘야 합니다. 아니면 욕조 물 차듯 물이 차오릅니다. 갓 캐낸 감자 껍질 숟가락으로 홀홀 벗겨내는 것처럼 햇생강 껍질도 홀홀 벗겨집니다.  


첫날 생강을 씻어 곱게 채반에 널어두고 퇴근을 하였지요. 이튿날 착즙기로 짭니다. 착즙기는 위쪽 들어가는 구멍 하나 아래쪽 나오는 구멍이 두 개입니다. 한 구멍으로 나오는 굵고 푸석한 건더기는 버립니다. 아깝습니다. 말려 요리용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너무 많아서 몇 해 말려 보다 포기했습니다. 목표는 생강청이므로 한 가지 집중하기로 합니다. 선택과 집중! 생강수가 쏟아지는 구멍으로 노란 생강물이 내려옵니다. 체를 하나 놓아 생강수와 함께 나오는 건더기도 건집니다. 노오란 물이 차오릅니다. 한 박스 생강을 다 짭니다. 체에 건진 건더기는 지퍼백에 넣어 얼립니다. 또 사각 틀에 넣어 얼립니다. 한 해 생강 요리용으로 씁니다. 보통 김치용으로 사용하지요. 생강틀 하나에 김치 두 포기.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 세 집이 나눠 먹기로 했습니다. 마늘 틀에 얼려 준다고 하니 언니가 좋아합니다.


생강수를 짜면 그날 일은 마감입니다. 생강 박스를 하나 더 개봉합니다. 또 부러뜨립니다.


3일째 아침 일찍 생강청을 끓일 준비를 합니다. 통에 담겨 전날 냉장고에서 고운 잠을 잔 생강물을 조심스레 꺼냅니다. 생강 전분이 아래에 가라앉으므로 분리된 전분이 섞이지 않게 살살 부어야 합니다. 이제 생강물을 계량을 하고 설탕을 솔솔 붓고 끓입니다. 설탕과 생강을 가장 작은 불로 고아 내듯 푹 끓입니다. 중불로 불을 올려 준 후 작은 불로 내려 7시간 끓였어요. 환풍기가 계속 돌아갑니다. 그래도 생강향이 한가득해 감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공기가 매콤하니 알싸합니다.


하루 온종일 생강 공기와 껴안고 있다 농익은 가을을 투명한 유리병에 담았습니다. 노오란 은행잎 같던 생강은 이제 잘 익은 가을을 닮은 낙엽 색깔입니다. 가을이 잘 익었습니다. 생강향이 가득한 가을입니다. 노동의 계절이 시작되었지요. 이 가을을 격하게 환영합니다. 오늘도 한 박스 개봉박두!


생강향뿐일까요. 유자향, 모과향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가을 블로그 발행글입니다.




지난해에는 생강농사를 망쳐 밭을 갈아엎었다. 하얀 눈을 틔워 밭에 심었는데 풀이 먼저 나와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올해엔 생강 모종을 만들어 잡초보다 크게 키워 심기로 했다. 싹을 틔워 키가 자란 생강은 잡초를 이길 수 있을까? 심기 전에 밭을 한 번 뒤엎고 나면 잡초가 덜 올라올 거라는 계산이다. 생강은 맨땅에 심어야 해서 풀과 맞대결을 하게 해 준다. 잔풀이 올라올 때 호미로 벅벅 긁어주면 속이 시원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 뾰족 호미 끝으로 아기 잡초 뿌리만 살짝 캐내야 한다. 생강은 뿌리가 옆으로 번식하면서 계속 순이 올라온다. 요 아기 순을 건드리면 안 되니 풀매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열대작물이라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걸 추운 강원도 산골에서 키우겠다고 하는 게 욕심일런지도 모른다. 우리 환경에 맞는 작물을 고르는 것도 슬기로운 농부가 되는 방법이다. 그러나 환경이 척박하다면 또 맞춰 살아가는 게 인간의 습성일까? 농부 아빠는 모종 만들기는 또 어디서 봤는지... 잘 올라오기를 바랄 뿐이다. 발아 온도는 생육 온도보다 더 높은 25도 이상이라니 하우스에서 미리 키우는 게 좋은 방법 같기는 하다. 모종을 심으면서 부러뜨리지만 않는다면.


생강은 작은 포트 흙에 들어가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 하우스를 하나 더 만들었다. 밤에는 히터를 틀어 온도를 맞춰준다. 아직 새벽은 춥다.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씨.

온도가 맞으면 1~2주 사이에 하얀 눈이 올라온다고 한다. 눈이 올라온 것을 작년엔 노지에 그냥 심었는데 그것도 초록 싹이 흙을 뚫고 나오는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올해엔 싹이 올라오고 작은 대나무 이파리처럼 생긴 초록잎이 나올 때까지 비닐 하우스에서 키울 것 같다. 추위가 얼른 물러가고 아이들이 밭으로 나가는 날이 오면 좋겠다.


4월 넷째 주 농사일지

생강 모종을 만들었다.
화분 300개 15000원 /인터넷 구매
모종 흙 2포 6000원씩 12000원 구매  / 농협농자재마트
감자는 싹이 모두 올라왔다. 잘 자라고 있다.
상추는 싱싱하다. 아직 뜯어먹을 수는 없다.
사과는 꽃이 거의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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