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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pr 09. 2024

첫 작물 감자 심기

점적 호스, 제초매트


감자를 심었다. 농부 아낙이 외출하고 돌아왔더니 둘째 복이와 농부 아빠 둘이서 심어놨다. 지난번 퇴비하고 갈아둔 두둑에 물호스를 깔고 제초 매트를 두르고 감자를 놓았단다. 심는 일이야 그저 손으로 구멍을 조금 낸 뒤 감자를 놓고 살짝 덮으면 되었을 테다. 전 과정 중 심는 일은 아주 사소한 일이다. 올해는 감자를 한 줄만 심기로 했다. 박스에 남은 씨감자는 나눔 해주기로 했다.


물호스를 연결한 것을 보면 겨울 동안 정리해 두었던 농업용 지하수를 다시 연결하는 작업부터 했나 보다. 300평 밭이 뭐가 넓다고 물조리로 물을 퍼다 날라 쪼르르 주면 될 것을. 하긴 물조리에 물을 가득 채우면 무게가 장난이 아니긴 하다. 파랑통, 노랑통 수조에 물을 채우는 작업을 오랜 시간 걸려 했을 테고, 호스를 연결해 물길을 만들었겠지.  점적호스 하나만 깔아 두면 물 나를 걱정은 없으니 좋다. 적은 물로 오로지 키울 농작물에게만 줄 수 있어 더 좋다. 물이 적은 이스라엘에서 개발했다는 그 점적 호스 되시겠다. 물을 마구 뿜어대지 않으니 주변 잡초도 물을 덜 먹는다. 처음에 손이 좀 더 가서 그렇지 깔아 두면 작물 수확할 때까지 유용하다.



그런데 제초 매트 깔아 둔 모양이 조금 엉성하다. 웬일인고 했더니 지난해 쓰던 고정핀을 못 찾았단다. 어디에 두었는지 암만 찾아봐도 안 보인단다. 굴러다니는 핀 몇 개를 주워다 박아놨다. 사라진 핀 양이 제법 되는데 어디 잘 갖다 모셔 두었나 보다. 바람이 거세면 씌워놨던 비닐이며, 제초 매트며 다 날아가는데 얼른 찾아서 보수 작업을 해야겠다.


제초 매트에는 원래 구멍이 없다. 검정 비닐은 구멍 뚫린 것이 나오는데 제초 매트는 아니다.  매트는 지난해 쓰던 것이다. 지난해 감자를 심으며 적당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었다. 토치로 둥근 원통형 철틀을 달구어 뻥 뚫었다.  


제초매트는 몇 년간 재활용을 할 수 있으니 비닐 쓰레기가 안 나와서 좋다. 부직포처럼 쉽게 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도 비바람과 햇볕에 바스라 지는 건 마찬가지다. 5년 정도 쓸 수 있다고 하니 이것도 내후년 이면 바꿔야 한다. 평생 쓰는 것은 아니니 별 다를 건 없는 듯하다. 환경을 생각하면 비닐이든 제초매트든 쓰지 말고 힘껏 풀과 씨름을 해야 한다.


감자 심기가 다 끝나고 나서야 집에 돌아온 농부 아낙 미안한 마음에 호미를 들었다. 내 돈 주고 산 장호미다. 올해는 남편의 예초기에만 기대지 않고 나도 한 몫하기로 마음먹었다. 밭에는 할 일이 없으니 정원으로 간다. 잡초 걱정에 마당에 모두 시멘트를 부어 버리고 집 앞에만 좁다랗게 남겨둔 작은 정원이다. 긴 호미를 들고 엉성하게 서서 커다란 돌 사이에 핀 민들레 몇 뿌리를 캐냈다. 쇠뜨기도 뿌리째 떠냈다. 아주 유용하다. 잡초와 낙엽, 묵은 가지를 긁어모으니 한 수레가 나온다.


산과 들의 낙엽은 죄다 우리 집으로 몰려와 머무나 보다. 담장이 없으니 산기슭 어딘가에 쌓이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매번 정리를 해도 쌓이는 낙엽 양이 제법 된다. 뒷산에서 퍼 온 부엽토는 퇴비로도 쓰던데 산은 스스로 퇴비도 만드는구먼 정원은 이래저래 할 일이 많다. 쌓인 낙엽들을 치우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쌓아 퇴비 삼아 쓰면 안 되까? 또 일은 조금 하고 꼼수만 부리는 농부 아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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