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복이와 복실이 초등 남매의 매일 계획표 작성은 절찬리 진행되고 있다. 커다란 플라스틱 우동 그릇을 척하고 엎는다. 아이들은 노란 우동그릇과 8절 종이가 등장하면 모인다. 우동그릇으로 동그라미 그리기는 아이들의 흩어진 시선과 정신을 집중하는데 효과 만점이다. 자동으로 테이블에 들러붙어 그리고 싶다고 엉덩이를 들썩인다. 펜을 하나 쥐고 바로 줄 긋기와 계획표 작성에 돌입하는 아이들이다. 나는 동그라미만 그려주면 임무 완성이다. 아이들이 그 뒤는 알아서 한다. 이제는 그릇만 던져주면 될까?
남매는 둘이 상의도 하고 어제와 오늘 것을 비교하면서 계획표를 작성하다. 시간이 없었던 어제는 전날 것을 그냥 사용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래도 시간표를 가지고 와 앉았다. 달복이는 뭔가를 더 써넣었고 복실이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쓰던 테이프가 떨어지자 아이들은 테이프를 달라고는 안 하고 갈고리 같은 고리에 꿰어 놓고, 벽을 타고 오르는 굵은 전깃줄에 끼워 벽에 거치해 놓았다. 나는 절대 아이들의 시간표에는 관여를 안 했다. 시간표를 계획대로 잘 지켰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사용하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게임해도 되나요?”아이들이 가끔 물을 때면, “네 계획은 뭐야? 지금 뭐 하기로 스스로와 약속했지?”하며 계획표를 상기시켜 줬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나도 편하고 아이도 편하다. 나는 아이들의 시간에 대한 부채감을 안지 않아도 되고 아이는 시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진다. 하하! 신기한 것은 아이는 종일 게임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둘은 계획표를 지키려 노력한다. 그리고 꽤 구체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배분한다.
자유를 갈망하는 아이의 의지가 8절지 안에서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뭘 해도 돼요?”묻던 아이는 없었다. 자유와 놀이와 휴식을 적절히 섞어 하루 온종일을 자신의 계획대로 만들어 가고 있다. 기가 막혔다. 자유는 게임, 놀이도 게임, 휴식도 게임이 아닌가!
게임 시간은 오히려 줄었다. 만화책으로 읽은 애니메이션을 찾아서 시청한다. 아침 시간은 보통 게임을 하지 않는다. 남매 둘이서 말놀이를 한다. 때리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도 한다. 게임은 신나게 한다. 할머니 집에 가선 계속하는지도 모르겠다. 저녁에 할머니 집에 가는 시간을 반짝반짝 통짜로 만들어 놨길래 조금 구체적이고 시간 단위로 나누어 계획표를 세워보라고 권했다. 아이들은 바로 실행했다. 공부 계획은 없으나 복실이는 할머니와 화투, 타자연습, 자유 시간 등을 배분했다. 달복이는 여전히 쉬는 것이 중요하고 게임과 애니메이션 보기로 정했다. 공부 시간에는 알아서 공부를 한다. 달복이는 핸드폰을 들고 있으니 계속 보게 된다며 나한테 맡기기도 했다. 나중에 시간표를 보니 위쪽 상단에 “핸드폰 자유시간에 30분만”이라고 써 놓은 것이 보였다.
이런 놀라운 일이 다 있나! 내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아이가 알아서 한다.
달복이의 하루 계획표는 놀랍다. 취침과 일어나는 시간은 정확하다. 꾸미지 않는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보통 계획이라면 ‘나는 일찍 일어날 거야!’하며 아침 6시 정도로 정하지 않나? 하긴 일어나서 만드는 계획표이니 자신의 일상을 옮기는 수준이기는 하다. 아이의 정직함이 돋보인다. 어느 날의 계획서에는 취침시간 1시, 기상시간 9시 30분이다. 아침부터 아이의 일정을 살펴보자. 놀기, 밥, 자유시간, 공부, 학원, 자유시간, 낮잠, 밥, 자유시간, 휴식, 자유시간, 잠자기 쭉 전까지 자유시간 3시간, 잠 8시간 30분. 각 시간은 대충 1시간 단위로 나뉜다.
놀고 쉬고 자유로운 와중에 낮잠 시간은 또 따로 있다! 아이의 하루 계획이 부럽다. 나도 자유, 놀이, 휴식, 낮잠으로 채워진 하루를 보내고 싶다. 달복아 복실아 부럽다! 실컷 놀 수 있을 때 마음껏 놀아라. 이제 곧 방학이 끝난단다.
달복이의 하루 계획표는 자유를 갈망하며 붉게 타오르고 있다!
꾸미기를 좋아하는 복실이의 하루 계획표. 공부는 시간을 쪼개서 한다. 그나마도 ‘귀칼’에 밀려 공부는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