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웃으면 주변이 나와 함께 웃고, 내가 찡그리면 온 세상이 찡그린다"
내면의 가치관이 리더의 권위를 세운다. 겉으로 보이는 엄숙함이나 거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직원과 고객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밝은 표정과 태도가 조직의 긍정적인 변화와 성과를 이끌어낸다. 국장 표정이 곧 우체국 전체의 성과와 행복으로 직결된다는 믿음, 이것이 내가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다. 이 믿음이 나를, 그리고 내가 이끄는 우체국을 변화시켰다.
국장실 밖이 시끄럽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고객이 들어왔다. 영업과장은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보험약관에 없는 내용의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고 하는 고객'을 모시고 간다는 내용을 인터폰으로 이미 받았기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고객은 장갑을 벗어 응접탁자에 던지며 소리쳤다.
"보험을 넣었는데, 보험금을 안 준다고 하는 게 말이 돼요? 국장이 해결해 주소!"
작업복 차림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땀이 흥건한 주름살 사이로 고객의 절박함과 분노가 그대로 전해졌다. 손에는 여러 군데 긁힌 상처까지 보였다.
나는 고객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자리에서 일어나 내 자리로 가서 평소 마시던 약초차 세 잔을 따라 응접탁자에 와서 고객과 영업과장에게 권했다.
"우선 차 한잔하세요."
고객이 국장실까지 찾아오는 이유는 대부분 창구 직원과의 마찰이나 규정상 해결되지 않는 문제 때문이다. 중요한 건 국장이라도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럴 때 내가 해야 할 일은 문제 해결 자체가 아니라, 그의 분노와 답답함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공감해 주는 일이다. "제가 고객님이라도 신경질이 났겠습니다. 이런 건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렇게 고객의 마음에 동의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객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그날 고객도 결국 우체국 문제가 아닌, 아들과 아내, 김치 택배에 얽힌 개인적인 고민을 쏟아냈다.
"아 글쎄, 우리 아들놈이 마흔 다 되어가는데 아직 변변한 직장도 없고, 그것도 속상한데 집사람은 맨날 그놈한테 김치 택배 보내라고 난리예요. 그래서 그 무거운 걸 들고 왔더니, 직원이 포장을 다시 하라고 하고...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보험금 이야기는 사라지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이미 규정상 안된다는 걸 아는 듯했다.
나는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을 뿐인데, 그의 마음이 풀렸다. 돌아갈 때는 우체국 사은품을 손에 들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나도 환하게 웃으며 국장실 밖 복도에 나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배웅했다.
어느 날 노조 지부장이 국장실에 왔다. 차를 마시시다가 이런 말을 했다.
"국장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너무 웃으시면 직원들이 우습게 볼 수 있어요. 어느 정도 위엄은 있어야죠."
맞는 말일 수 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무게를 잡고 권위를 내세운다고 진짜 리더십이 생기는 건 아니다. 더구나 나 같이 키 작고 볼품없는 사람이 무게를 잡으면 얼마나 잡을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어떤 마음으로 조직을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가치관이다. 진심으로 직원과 고객을 위한다는 복무 10조를 매일 되뇌며 중심을 잡았기에, 나의 웃음은 가벼움이 아닌 신뢰의 표현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웃으면 우체국 전체가 웃는다. 국장의 표정이 국의 성과와 직원들의 행복에 직결된다고 믿는다. 인간에 하루에 7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중 대부분이 부정적인 생각이다. 나 역시도 부정적인 사람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마음과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은 리더가 지녀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이고 조직을 살리는 활력소였다.
웃음이 리더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내가 웃으면 우체국 전체가 웃고, 내가 찡그리면 우체국 전체가 찡그린다." 리더의 얼굴은 곧 조직의 거울이다. 나의 밝은 표정과 진심 어린 태도가 직원과 고객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고,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낸다.
화가 나서 찾아왔던 고객이 국장실을 나서며 "국장님 무슨 차인지 몰라도 향이 진짜 좋았어요. 다음에 또 와도 돼요?"라며 하회탈같이 웃던 고객 얼굴이 떠오른다.
내일 30화, 깜짝선물...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