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친다는 건 내 심장의 조각을 떼어 상대에게 이식하는 일 같다. 그 조각이 무럭무럭 자라 새로운 열매를 맺을 때, 가르치는 사람에게 그보다 큰 선물은 없다.
"국장님, 또 점심시간에 뭐 가르치시려고요?" 노트북을 들고 국장실에 들어오던 김 팀장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오늘은 망고보드로 홍보물 만드는 법인데, 실무에 바로 써먹을 수 있어."
빔프로젝터와 노트북 켰다.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점심시간 놀면 뭐하노'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3개월. 처음엔 의아해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열심히 참여한다. 유튜브 활용법, 블로그 운영, 독서법, 싱크 와이즈, 시간관리, 3P 바인더 프로과정 등. 내가 자기 계발하면서 배운 것들을 아낌없이 나눴다.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따지지 않았다. 그냥 내가 좋으면 다른 사람도 좋아할 거라 믿고, 배운 대로 가르쳤다. 내가 국장으로 발령받아 가는 곳마다 그랬다. 그때는 마음속에 뜨거운 열정으로 불탔다.
추운 겨울, 따뜻한 가죽 장갑
어느 추운 겨울 아침, 이유진 대리가 분홍색 쇼핑백을 들고 국장실로 들어왔다.
"국장님, 흰 목장갑 끼고 자전거 타시는 거 봤는데요. 너무 추워 보이셨어요. 이거 끼고 출퇴근하세요."
쇼핑백 안에는 검은 가죽 장갑과 편지가 들어있었다. 봉투에서 편지를 꺼내 읽었다. "국장님, 늘 배우고 공부할 수 있어 기쁩니다. 축 처져 있던 제 삶에 활기가 넘치고 직장에 오는 것이 즐겁습니다......" 또박또박 쓴 글씨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가슴이 뭉클했다.
선물을 받으려고 가르친 건 아니었다. 그저 예전의 나처럼 허랑방탕하지 않고, 삶의 활력을 찾았으면 했을 뿐인데. '직장 오는 것이 즐겁다'는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이 대리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지만, 장갑을 낄 때마다 그 정성과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누군가를 위한 진심은 이렇게 따뜻함으로 돌아오는구나!
블루베리 바구니에 담긴 감사
한 번은 머리에 수건을 두른 중년 여성이 국장실을 찾아왔다. 어디서 봤더라? 그래, 박정자 님! 우체국 작은 대학에서 처음 만났고, 군 문화센터 SNS 교육 때 뵀던 분이다.
"국장님, 알아보시네요. 가르쳐 주신 블로그 덕분에 농작물 장사가 잘돼요!"
흙 묻은 장갑을 낀 채 블루베리 바구니를 내밀었다. "제가 농사지은 거예요. 주문이 많이 들어와요. 정말 감사해요."
'내가 가르쳐 준 것이 이런 열매를 맺는구나.' 가슴이 뿌듯했다. 전문가도 아닌 내가 나눈 지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가슴이 펴지고 얼굴이 환해졌다. 그날 밤, 살이 통통한 블루베리를 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가르친다는 건 내 마음의 씨앗을 타인의 마음 밭에 심는 일이다. 그 씨앗이 푸르게 자라 탐스러운 열매로 익어갈 때, 가르치는 이에게 그보다 귀한 대가는 없다고.
나비넥타이와 도서상품권
우체국 FC(보험설계사) 매니저 두 사람이 국장실을 찾아왔다. 선물 박스를 내밀었다. 박스 안에는 내가 즐겨 매는 붉은색 나비넥타이와 도서상품권이 들어있었다.
"매주 FC 실에 오셔서 마케팅 강의와 동기부여 강의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보험 실적이 많이 늘었어요!"
비정규직이지만 정규직보다 우체국에 애착을 가진 직원들이었다.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강사 초청 마케팅 강의, 경제 강의, 마술쇼 동기부여 강의 등을 진행했다. 매주 월요일이면 영상 위주 마인드 강의를 했었다. 도움이 되었다니 기뻤다. 이후 독서모임도 함께하고, 1박 2일 워크숍에도 참여했다. 조직이 활성화되자 실적은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이유진 대리가 내 손이 시릴까 봐 골라준 장갑. 박정자 님이 새벽에 땀 흘려 딴 블루베리. FC 매니저의 나비넥타이와 도서상품권. 이런 선물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정성과 감사가 담긴 마음 그 자체였다. 나는 그들만큼 정성으로 가르쳤을까? 온 마음을 담아 가르쳤나? 부끄러웠다. 더 진심으로, 더 정성으로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했다.
공부해서 남을 주자.
우물이 고여 있으면 썩지만, 계속 흘러야 맑아진다. 지식도 마찬가지다. 내 안에 가둬두면 썩지만, 흘려보내면 새로운 것이 채워진다. 가르치면서 더 많이 배우게 된다는 말, 가르치면서 확실히 이해했다.
오늘도 직원들이 커피를 들고 국장실로 몰려든다. "국장님, 망고보드가 이렇게 유용한 줄 몰랐어요!", "싱크와이즈로 요약정리를 쉽게 할 수 있었어요!", "블로그 이웃 수가 500명 넘었어요!"
이런 말을 들을 때면 가슴에 무지개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나도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하지만 사람들에게 내가 선물이 되어주기로. 아는 지식을 아낌없이 나누고, 어려움 당한 사람을 도와주며, 슬픈 일을 당한 사람 손잡아 주는 사람. 선물같이 기분 좋은 사람이 되자고!
선물은 주고받는 게 아니라 돌고 돈다. 내가 건넨 작은 씨앗이 그들의 삶에서 열매로 돌아왔듯이, 이 열매는 다시 누군가에게 씨앗이 되리라 믿는다.
국장실은 배움과 성장, 소통과 나눔, 격려와 감사가 넘치는 따뜻한 공간이 되었다. 출근길 아침, 장갑을 끼고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 직원들의 마음을 가슴에 품고. 나 자신이 선물 같은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자전거를 회사 주차장 모퉁이에 세웠다. 청사 입구를 향해 걸었다. 입구에 걸려 있는 '가정과 일터를 즐겁게!' 슬로건 간판이 오늘따라 더욱 빛난다.
내일 31화, 믿음과 의심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