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성애 혐오자 이해하기

by 힙스터보살


이 동네에는 학원들이 모여있는 핫한 거리가 있다. 내가 수업을 듣던 센터도 이 학원가 근처에 있어서, 좋으나 싫으나 학원간판이 덕지덕지 붙은 건물 옆을 지나쳐올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에 공부의 신 강성태가 밀고 있는 공신폰 매장이 입점하려는지 오픈 전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일전에도 차별금지법 주장에 왜 문제가 있는지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었다. 문제제기를 하던 당시에 참고했던 영상 덕분인지, 한 번 본 그 영상덕분에 알고리즘이 추천한 후속영상 속 그의 모습 때문인지, 미안하지만 강성태는 나에게 있어 공부의 신이 아니라 그저 비루한 왜곡선동자에 지나보이지 않는다.


Shame on you, SeongTae. You have a thick skin.


그런에 아주 신기하게도 최근들어 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주 조금 이해가 가는 일을 마주하였다. 부끄럽지만 그건 사실 내 이야기이다.


불자로서 분별심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고 그렇게 나를 채찍질하려고 해도, 분별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도와 행위가 오롯이 고통으로 되돌아왔던 경험이 있다. 심지어 분별심에 강하게 사로잡혀 남들이 다 보는 마당에서 험한 말을 폭포처럼 내뱉은 적도 있었다. 이지경이 되는데 한 몫을 한 그 분 역시 좋은 면을 가지고 있으나, 반대로 그가 가진 좋지 못한 면을 도저히 나는 수용하지를 못하겠다. 나에게 있어 그 일은 마치 똥을 집어 내 목구멍으로 삼키는 것과 다름이 없는 고통이다.


분별심을 아예 극복한 붓다급 불자라면 목구멍에 똥이 들어가든 오줌이 들어가든 개의치 않아할런지도 모르지만. 아직 내 안에 붓다의 쪼각 (이쯤되면 조각 취급도 못받겠다. 쪼각이라도 감지덕지다.) 하나 겨우 심으려는 사람은 이 분별심이 부끄럽다. 고기 먹고 맛있다고 마음이 흐뭇해지고 맛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그 탐심에 사로잡혀 허버허버 먹으면 그게 분별심에 사로잡힌 건데. 수행자라면 한 생각 돌이켜서 내려놓고 본래의 평온한 상태로 돌아오려 마음수련을 거듭하는데, 우습게도 나는 이 사건만큼은 분별심 내려놓기를 밥먹듯이 자주 실패했다. 앞으로도 실패할 거라는 예측은 충분히 된다. 그나마 나은 건 여러 번의 실패 덕분에 평정으로 되돌아오는 속도가 아주 쪼오오오오오오금은 빨라졌다는 것?


그 분과 언쟁을 하던 때를 돌이켜보면, 미안하지만 나는 그 분이 일종의 장애인처럼 느껴진다. 법이나 의학적으로 정한 장애의 범주를 넘어서서 아주 라이트하게 장애가 있어보인다. 사회적 현상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렌즈가 왜곡되어 보이고 자신이 공격받는 상황에서는 허위사실을 주장한다. 누구나 세상을 볼 때 왜곡이 있게 마련이고 사람은 숨쉬듯 잘잘한 거짓말을 하지만, 이 분은 가볍다고 하기에는 좀 더 멀리갔고 심각해서 병원에 넣을 정도는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


세상은 다양하고 아주아주 정상부터 아주아주 비정상까지 다양한 범주가 상존한다. 나도 그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무식하리만큼 덤덤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희한하리만큼 예민한다. 그리고 하필 그 예민함을 강하게 건드리는 자극원을 그가 가지고 있다. 그래서 괴롭다. 이 고민을 스님께 털어놓고서야 겨우 헤어질 결심을 하였다. 그 시기를 언제로 잡을지는 고민중이고 말이다.


어쩌면 동성애자를 극혐하는 분들의 마음이 지금 내 마음과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다양성 좋고 민주주의 좋고 다 좋은데, 내가 저 사람과 같이 있으면 싫은 걸 어떻게 하느냔 말이냐고 호소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참 차별금지법에 대해 조사하며 알게된 것이, 차별금지법이 갖는 한계가 개인의 자유(싫어할 자유)마저 법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수 차례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으나 반려당한 데에는, 어쩌면 개인의 자유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데에서 기원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마저 들더라.


화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화해 중인 기분 아십니까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하지만, 도덕은 어찌되었든 법과 같은 취급을 받지 못한다. 불자가 뭐 그 모양이냐고 비난을 하려거든 마음껏 하시라. 모난 돌인데 어떻게, 정은 맞아야지. 어찌 되었든 나는 그가 싫다. 그래서 동성애 혐오자들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사회상규상 허용하기 꺼리는 행위를 하진 않았다. 내가 그를 때리기를 했어, 방에서 내쫓기를 했어. 말로 때리고 방에서 쫓아낼까 한참 고민한 건 사실이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고백은 할 예정이다. 그가 내릴 수 있는 답변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이겠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겠다 혹은 나가겠다. 그가 무슨 선택을 하든 나는 받아들이는 입장의 사람일 뿐이다. 아주 최소한의 다행이라면 나는 그 자가 무엇을 선택하든 받아들일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있다는 미묘한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는 정도? 혹시 모르지, 일전에 그가 우연히 내 브런치를 발견하고 특정 글에서 충격을 받은 것처럼, 이 글도 우연히 마주하여 또 한 번 충격을 받을지.


하지만 나도 외치고 싶다. 당신을 소중한 회원으로 여긴 나 역시 소중한 회원라고. 그리고 당신이 앞으로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을 나아가길 응원한다고. 여기 남들이 다들 보고 있는 자리라서 보여주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말이다. 믿기 힘들다면? 마시든가. 지금까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를 않던데, 이 글 하나 봤다고 달라질 리가.



* 이 글을 써둔 시점이 5월 말이다. 그런데 7월이 된 지금 이 자 때문에 토론방을 나간 사람이 세 명이나 되네? 나간 사람들 모두 나에게 그 자의 언행이 불쾌했다고 호소하더라. 그는 나의 정치적인 편향 때문에 나간 사람이 있다고 '주장'하던데. 오픈채팅방에서 개별톡을 할 수 없는 그가 그렇게 주장하는 데에는 들 근거가 없음을 이미 나는 안다. 이번에도 그의 근거없는 주장과 왜곡이 발동되었다. (개버릇 남 못주나?) 내 행동에 대해 운영진이 불쾌해했다고? 누구 마음대로?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는데? 정신장애인가?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지? 추측한 것을 진실로 믿는 병이라도 있나? 그러지 말라고 부탁을 드려도 '네 그러겠습니다'는 소리가 없다. 언쟁이 생기면 '기분이 나쁘셨다면 용서하십시오'라는 시덥지 않은 사과로 마무리를 하려든다. 사과를 방어의 수단으로 쓰고 있는 셈이다. 그 덕분에 'non-apology apology'라는 개념을 알아버렸다. 사람 껍데기를 해도 사람답게 행동하지 않으면 사람 취급을 안 해주듯이, '미안합니다'라고 해도 그 내용에 진정성이 없다면 내가 그의 사과를 사과로 치지 않는게 이상하지 않을테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진정한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