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 걸려서 일주일째 커피를 마시지 않고 있다. 참는 게 아니라 커피 생각을 잊었기 때문이다. 이럴 땐 내가 커피를 유난히도 좋아했다는 사실조차 새삼스레 느껴진다. 커피 향도 그 고소하고 쌉싸름한 맛도 잊어버렸다. 망각이 커피 향을 삼켜버린 듯하다.
내 몸은 건강할 때야 커피를 원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절교한 친구마냥 시큰둥하게 내동댕이쳐 버린다. 알 수 없는 신기한 에너지가 나를 그렇게 이끌어간다. 그러고 보면 내 몸은 나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여 잘 지켜내려는 의지를 아낌없이 뿜어내고 있다고 하겠다.
보통 때의 나는 어떠한가?
나는 커피와 함께 힐링을 채운다. 아침 고요한 시간에 또르륵 따끈한 커피를 내려 마시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의 향은 내 입술에 닿기 전부터 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내가 커피를 처음 시작하던 때는 커피와 설탕, 프리마를 2:2:2, 또는 2:3:3의 비율로 잘 섞어서 커피잔에 담아 마시곤 했다. 아랫목에 배를 깔고 방바닥 위에 놓인 쟁반에서 에이스 크래커를 커피를 적셔서 그 부드러운 조합을 만끽했다. 턱을 한 손으로 괴고는 얼굴 아래 책 한 권 펼쳐두고 두 눈은 책과 커피를 번갈아가면서 살폈다. 방바닥은 따스했고, 보드라운 차렵이불로 약간 웃풍이 있는 차가운 공기를 덮었다.
내겐 그러한 순간들을 가장 포근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한다. 모든 시름과 걱정, 불안은 어디론가 다 사라진 평화의 시간. 힐링 타임이었다. 나를 다시 충만하게 채우고 일으키는 안식의 시간이기도 했다.
지금도 커피는 내 삶의 활력소가 된다. 특히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종종 두 잔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반려견들이 곁에 있어서 좋을 때도 있지만, 오로지 나 혼자만의 시간을 커피와 함께 하는 것을 더 원한다. 커피와 단 둘만의 시간을.
이제 몸이 회복되면 난 다시 커피를 찾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옛 친구처럼 나는 커피를 만나 기뻐하고 행복해하겠지.
오래오래 친구로 지내고 싶다. 나이가 더 들어도, 내 몸이 쇠약해진다 해도 친구로 함께 하고 싶다. 날 일으켜주고, 힘을 북돋아주며, 피로를 풀어주는 진실한 친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