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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상 Jun 11. 2022

(지친 그대를 위한 노래)  5. 저무는 세월을 대하며

(결혼식을 다녀와서)


6월의 햇살이 찬란하게 빛나는 아침이다.

결혼식 초대장을 받고 축하객으로 참여하려니 참 많은 생각이 든다. 그때 우리가 섬기던 작은 교회 청년회는 젊은이로 가득했고 그곳에서 마음 맞아 결혼에 골인한 커플을 세어보니 어림잡아 15쌍이다.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아픈 공동체였을까?  


긴 시간 우리는 그 젊은 날을 함께하며 수많은 감정을 공유했다. 우리는 함께 울고 함께 웃는 날들을 보내었다. 그렇게 우리는 형제이고 자매였다. 그것이 우리들의 젊은 날 교회를 표현할 가장 적절한 단어이다.


그렇게 화려한 청춘들은 세월을 따라 삶을 이유로 하나ㆍ둘  흩어졌다. 그리고 가끔 우리는 장례식에서 마주했다. 장례식은 3일간의 문상이 이루어 지기에 한 두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고 또 상가(喪家)에서 나누는 인사가 그렇게 반가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결혼식은 마치 초등학교 동창회처럼  반가움으로 가득했다.  


"그때와 똑같다"

"하나도 안 변했다"

누가 들어도 웃을 법한 그런 말을 뱉으며 험한 세월을 견딘 것이 대견해서 말로 토닥였다. 그래 그래 잘 참았어, 실수는 많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여기까지 온다고 참 애썼어! 그런 마음으로 우리는 등을 다독이며 반가움을 나누었다.


짧게는 3년 만이다. 그리고 오늘 길게는 30년 만이다.

마스크 너머로 세월의 흔적이 역력히 전해왔다. 탄력을 잃은 얼굴빛을 흰머리가 감싸고 있었다. 잔주름에 섞인 웃음에는 서러움도 비치었다. 눈꼬리는 아래로, 동공은 안으로 깊어져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연민으로 가득했다. 따뜻함이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녹록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이렇게 반가운 악수 속에 저물어 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아랑곳없이 버진로드(주단)를 입장하는 신부의  웨딩드레스는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찰나에 지나가 버린 얼마 전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 어린 신부는 너무나 유쾌하고 티 없는 웃음으로 수없이 장식된 꽃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이사야 62 : 5)

신랑이 신부를 기뻐함 같이 네 하나님이 너를 기뻐하시리라.



결혼의 기쁨을 생각하니 내가 어린 시절 보았던 많은 결혼식의 신부들이 떠올랐다. 친정엄마와 눈이 마주하면 폭풍 눈물이 흐르고 그래서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젖히며 눈에 힘을 주던 신부의 모습이 선하다. 가끔 화장이 지워지고 마스카라가 번져 하객들의 마음을 짠하게 했던 결혼식이 참 많았다. 이제는 그런 결혼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게 세대는 교체되고 있었다. 나는 "가장 소중한 누구보다 아름다운"이라고 새겨진 봉투에 축의금을 담았다. 그리고 주례자의 마음으로 반지를 선물했다. 주일학교 그 예쁘고 어린 꼬맹이가 결혼을 한다니 영락없이 엄마 마음이 들었다.


오늘처럼 행복한 날이 이제 더 있을까?

저렇게 해맑게 웃을 날이 더 있을까?

곁에는 든든한 신랑이 있고 , 엄마와 아빠가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어린 시절 성장을 지켜본 친지들. 청춘을 함께한 친구들 ᆢ모두가 사랑으로 가득하고 응원으로 가득한 이보다 더 좋은 날이 또 있을까?

그래서 앞으로 살아갈 날엔, 오늘 손뼉 치던 이들이  보이지 않는 그날, (막 10:7) 이러므로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혼인서약에 메이고 정금 같은 믿음에 메이라고 핑크빛이 감도는 반지를 준비했다. 그렇게 애틋한 내 마음을 전해보았다


(베드로전서 1:7)

너희 믿음의 확실함은 불로 연단하여도 없어질 금보다 더 귀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칭찬과 존귀를 얻게 할 것이니라



6월의 신부 된 설 o 양!!

아름답고 귀하게 자라준 것에 대견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좋은 안목으로 믿음의 반려자를 만나서 참 기특하다. 앞으로 다가올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혹 묻는다면 시간을 잘 참아내고 견디는 것이다.  흔들림 없이 기다리면, 언젠가 하나님의 때가 너희 두 사람 앞에 다가옴을 배우는 그런 결혼생활이 되기를 빈다. 우리의 삶은 실수로 가득하고 하나님은 용서로 충만하다. 그러니 그 진리 안에서 두 사람 사랑과 헌신 다하여 사람과 함께 , 하나님과 함께 하기를 축복한다. 그렇게 잘 살아라ㆍ행복 하여라 ᆢ




예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걸음 속에서 나는  이제 혼기로 가득한 내 젊은 날의 청년회를 떠올렸다.

신부 입장하고 울려 퍼질 그 나팔 소리가 나면 환하게 웃으며 그 길고 긴 하늘 주단을 함께 걸을 것이다. 땅의 생을 다하고 신랑을 마주하면 깊고 서러웠던 광야의 일을 잊고 철없이 웃는 신부가 되어 볼 것이다. 한 세월을 싸워이긴 그 믿음의 사람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눌 것이다.

6월의 하늘은 그렇게 눈이 시리도록 빛나고 있었다.


(요한계시록 21 : 1 - 4)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준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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