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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상 Sep 18. 2022

(고물상 창업 11강)철밥에 배부른 사람들(1)

(성공-신화는 없다)

소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성공에 목이 마른 사람들로 가득하다.  "성공신화"라는 키워드 창에는 성공에 관련된 수많은 책 제목이 리스트 업(list-up) 된다. 그리고 알만한 이름들이 그림 창으로 열린다.


"스타벅스, 성공신화"

"비비고, 성공신화"

"헬로키티, 성공신화"

"업비트, 성공신화"

"프랜차이즈, 성공신화"


이들 신화의 공통점이 있다면 단시간에 많은 소득을 내는 것이었다. 시간의 단위 금전의 단위가 목마른 사람들의 마음을 웅장하게 그리고 열열하게 만드는 그런 내용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 철밥에 배부른 이 한 사람을 소개하는 내 자신이 좀 가련하게 느껴진다. 성공의 주인공을 만나는 것이 쉽지도 않겠지만 오랜 시간 그리고 아끼고 절약한 이야기라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대문이다.


열심히 살아낸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성공은 신화가 아니다.

현장과 씨름에서 굳게 삽 바를 잡고 견뎌낸 이야기다. 공든탑이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그 이야기를 하려한다.


문) 사업터를 두 군데 운영하고 그리고 큰 입찰을 척척 따고 사장님 부자인 거 맞으시죠?(대뜸 나는 이렇게 질문을 드렸다. 사실 그게 제일 궁금하기도 했다.)


답) 그걸... 내입으로 내가 부자다 하면 되나!! 그냥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바쁘게 사는 것이지 이 나이에 이만큼 일 하는 사람이 없어.. 다 손자 보고 놀러 다니고 하는데...(손사래 치시며 허공을 향해 웃으신다.) 그러고 보니 부자라고 해도 되긴 하겠네....


문) 어떻게 제가 연세를 물어도 될까요? 일하는 것만 뵙다가 마주 보니 얼굴에 이렇게 생기가 넘치는지 몰랐습니다. 얼마나 되셨어요??


답) 환갑이 벌써 넘었어!!  내가 저쪽에 사업장에 안 가거든 그쪽에서는 내가 토박이라 동네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 나 보고 아직도 억척같이 일한다고 나무라 그래서 그 말 듣기 싫어서 이쪽에서만 일을 하거든 그 소리 맘이 안 편해... 그래도 이 일이 얼마나 좋아.. 평생 안 아프면 하는 거지 이 나이에 이만한 벌이가 어데 있겠노 (활기 찬 얼굴만큼이나 목소리도 유쾌했다)


문)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하시고 그리고 어떤 계기로 하게 되셨는지 기억이 나시나요?


답) 내가 이 일을 한 지는 한 30년이 다 된 것 같애 IMF 그 무렵 시작했지.... 참 긴 세월이야 그전에는 내가 통닭집을 했어.. 그때는 한 4-5년 정도 했는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았어.. 힘이 많이 들었지!! 근데 보람도 있었어 아마 그때 돈으로 현금 7억 정도를 벌고.. 지금으로 보면 한 10억이 넘을 텐데....

IMF 경제 위기는 삶의 근간을 흔들었다.

사는 게 너무 바쁘고 고달파서 그만두고 큰돈 안 들이고 고물을 하자 싶었어... 뭐 잘 모르고 시작했지 공장들 다니고 폐지도 줍고...... 지금이야 돈을 주고 가지고 오지만 그때는 청소해 주는 개념으로 저 가지고 왔어 배우면서 했는데 내가 고물 한다는 말도 안 하고 살았어 그때는 이게 부끄럽더라고.. 그저 힘든 일 피해서 왔는데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있나 이일도 힘이 들어... 안 아픈 데가 없지 일하다 보면 아픈 거 잊고 살아서 그렇치 ᆢ 요즘은 병원 가는 일이 많아졌잖아...


문) 재활용. 환경 산업에 요즘 관심이 높습니다. 혹시 젊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면 권유하고 싶은 그런 사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 모르겠어 자기들이 한다면 하는 거지만 이쪽에 알다시피 사람이 없어... 누가 이 일을 할라고 하나 몰라.. 젊은 사람들이 노는 날 많고 쉬운 일 할라 하지... 그 덕에 외국인들이 자꾸 들어오지 그것만 아니면 할만하지 내 아들도 저쪽 사업장에서 일하잖아 환경 쪽에 서류가 많고 민원도 많고 사무만 보고 있지 현장일은 그만큼 아직 몰라... 이일 한다면 그런 거는 알고 덤벼야지


문) 통닭 하면서 큰돈을 버신 것 같습니다. 혹시 재활용하면서 그렇게 큰돈을 번 이야기가 있을 까요?


답) 아이고 오래되고 생각도 가물 가물한다. 우리는 2008년 고철 파동 때 제일 큰돈을 벌었지 싶어... 그때는 고물 값이 자고 나면 뛰고 자고 나면 뛰고 했으니까!! 그때 돈 못 벌었다 하면 거짓말이지 얼마를 벌었는지는 모르겠고.... 하다 보면 기회가 몇 번 와 그때를 기다리는게 장사꾼이지!!

2008년 고철 파동을 보여주는 그래프


문) 재활용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주로 어떤 쪽으로 일하시는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답)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우리는 입찰로 가닥을 잡았어... 주로 삼성에서 입찰을 가지고 오는데 엘지도 하고 그러지 기계들 교체되면 가지고 오고 여기 앞마당에 다 그 물건 들이잖아.. 돈을 벌기도 하고 가끔은 밑 까기도 해 우리라고 맨날 벌기만 하나! 손해도 보고하지 그래도 말은 안 한다. 말하면 뭐하겠노 다 감당하고 가야지..


문) 그렇게 입찰이 이렇게 바쁘게 돌아갈 만큼 잘하시면 노하우가 있을까요?


답) 입찰에 노하우 같은 게 없어요... 그런 게 어디 있겠노. 그냥 이거 하고 싶다 하고 마음에 확 오면 그런 물건이 된다 그래.. 우리 아저씨가 저 물건은 내 거다 하면 그런 게 된다고 하드라고... 욕심이 나도 안될 거는 안된다. 얼마 전에 100억짜리 그렇게 욕심 내는데 나는 하지 말자 했어 남의돈 끌어다가 인건비 지불하면 남는 게 없고 위험하다는 생각이지만 업을 하는 사람이면 그런 일에 욕심이 나지...

그런 욕심 없다하면거짓말이지.

입찰이 안되고 마음이 상해있는데 내가 잘됐다 그랬어 잘 안 했다 그랬지 우리 물건이 아니다.

살다 보면 그런 게 많이 생기지 그거 잘 다독여야 큰일 안 겪지... 그것도 참 쉽지는 않아


문) 그렇게 입찰해서 어떻게 남기고 돈이 되게 하는지 그건 노하우가 있으시죠! 그것 좀 이야기 부탁합니다.


답) 노하우가 어디 있어.. 알다시피 내가 매일 이 마당에 엎드려서 일하는 게 그게 노하우지 ...재활용은 해체하고 선별하고 좋은 거래처를 찾아서 제값 받고 파는 거 그게 노하우야... 직원들이 다 했다고 쌓아놓은 거 나는 한번 더 하지... 일꾼 눈에는 안 보인다. 그래 내놓은 물건들 살펴보고 한 번 더 하고 한 번 더 하고 그렇게 돈을 만들어 가야지 정성껏 하다 보면 그게 보이거든.


문) 그래도 같은 업을 하는 아들에게는 알려 주시는 거 있을 텐데 그런 거 말씀해 주세요


답) 아들한테.. 그걸 뭘 벌써 가르쳐 주나 지가 일하다가 알게 되는 거지 아직 모른다. 비법이 있어서 모르는 게 아니라 이 밥을 더 먹어야지!! 알려준다고 다 배우나 말이지 세월이 가르키는 거지.(이 평범한 말씀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


문) 앞으로도 이 재활용 사업이 전망이 있을까요? 후배들이 사장님처럼 부자가 될까요?


답) 부자가 되는 거는 되겠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모른다. 아끼고 절약하고 그러먼 돈을 안 벌겠나!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라고 하나 그래도 이 일은 돈은 되지.. 환경문제도 있고 그래서 더 까다롭기는 한데 돈은 되지.. 그리고 애국자 아이가 다 버릴 것들 쓰도록 만드는 일인데 좋은 일이잖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그리고 더 일하도록 해야 하는데 나라가 더 애를 먹인다. 규제며 세금이며 그런 할 말은 해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하면 더 잘하겠지 우리같이 안 하고 더 연구해서 하면 의미도 있고 좋은 일 아이가!!

내 생각은 그렇다. 이제 고만해 이거 뭐라고 이제 고만해


2022 기후 변화를 인한 환경문제는 세계적 거대 이슈가 되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 나오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파랑새와 같이 보물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성공신화"에 대한 새로운 안목에 눈을 뜬것 같은 훈훈한 마음이 밀려왔다. 어쩌면 우리에게 신화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 지도 모르겠다.


부지런한 손을 가진 OO 씨 그 밝고 건강한 목소리가 나에게는 "신화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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