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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May 09. 2024

부부는 무엇으로 사나?

인생을 왜 사니?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점심에 밥을 하면서 법륜스님의 즉문즉답을 들었다. 질문자 부부에게는 자식이 하나 있고, 남편이 돈을 벌고 질문자는 전업주부이며 최근 3년간은 질문자가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 성관계를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 고민이라는 질문자에게 스님이 "싫어하지만 않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라고 반문하였다. 대화 중에 진짜 문제는 부부가 사랑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내가 남편을 싫어하는 것이 문제인데 왜 그런 마음이 드는가와 성관계는 남편이 싫어서 못한다는 아내의 생각은 참인가로 나뉘었다.


사연의 내용을 들으면서 질문자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들었는데, 스님의 말처럼 자기 생각만 하고 남편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그날 오후, 그러니까 지금이다. 문득, 남편과의 지난 일이 떠올라 일하고 있는 남편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요는, 몇 달 전 브런치에  (https://brunch.co.kr/@highnoon2022/124)에서 연애시절 나는 알고 그는 모르는 이유로 내가 짜증을  것에 대해 남편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전 남자 친구 현 남편은 " 지랄이네."라고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장난칠 때 격의 없는 조롱해학, 풍자가 가득한 나쁜 말을 사용한다. ㅋㅋ 또한, 내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나이에 걸맞지 않은 미친 짓들로 남편을 경악케 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없다. 문제는 과격한 표현보다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나? 그는 나를 사실은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심과 슬픔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런 의문이 들면 거의 즉시 남편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한다.  


남편의 반응은 '.. 우리 동희  자다가 봉창 두드리네.'였다. 예상컨대 속마음은 '미친년  지랄이구나'였을 것이다. 아침에 사이좋게 산책하고 점심에 맛있게 밥 먹고 굿바이 키스를 세 번씩하고 빨리 오라고 손까지 흔들고 오후가 되어 " 나를 이해 못 해!"라고 토라지니...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의 변덕은 참으로 지랄 맞다고 생각하지 않을  없을 것이다. 분명 일관성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나인데, 그런 퍼즐 같은 나의 마음을 이해 못 해준다는 비난까지 들어야 하는 것이다. 사건을 객관화해보니 나의 행동에 대해 반성이 된다.


그런데, '부부간에 완벽한 이해가 존재할까? 이해를 한다고 부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 모두는 사실 답을 안다.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완벽한 이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이해를 하려는 성의가 서로에게 있는가는 중요한 것 같다.


또, 이해를 한다고 부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사실 부정적이다. 이해를 하면 화는 덜 나고 덜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를 한다고 그 사람과 쭉 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좋은 관계를 가지는데 이해를 하려는 노력과 더 많은 이해는 도움은 될 수 있지만 그것 자체가 서로 다른 가치와 성격, 상처를 완전히 커버해주지 못한다.


예를 들어, 나는 나와 똑 닮은 아들을  이해한다. 장담컨대, 나보다 그를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아이는 자기중심적이어서 남에게 관심이 없어서 일신은 편한데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할 마음이 크게 어 옆 사람이 고달프다. 같이 여행을 가면 녀석이 좋아하는 카트 타고 말 타고 놀이공원 가고 나서 겨우 1~2시간 산책이나 카페에 가자고 하면 그때부터 시비와 짜증을 있는 대로 뿜어낸다.  나의 어릴  모습이다! 엄마의 계모임에 따라가서 룸에 들어가기 싫다고 떼를 써서 엄마는 정작 친구들은 만나지도 못하고 나와 둘이  테이블에 앉아서 짜장면을 먹고 돌아와야 했다. 엄마가 화나고 속상해하건 말건 나는 홀에서 짜장면을 먹으면 만족이었던 어린이였다.  우리 아들이다!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에게 공감하고 타협하는 기술을 체득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싸우지 않을 정도, 인간관계가 파탄 나지 않을 정도이지 여전히 절충형 아웃사이더다. 그러니, (안타깝게도) 아들과  맞을 수가 없다. 우리는 선호도는 극렬히 다른데 각자 하고 싶은 걸 반드시 해야만 행복한 족속들이다. 이해는 하지만  친구랑은 안 맞는다. 서로 똑같아 끼우지 못하는, 색깔만 다른 레고 조각 같다.        


어쩌면 아침에 나는 부부간에 꼭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 질문자를 순진하게 생각하며 오만하게도 무시하는 마음을 가졌는데 오후의 나는 부부간에 꼭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고 순진하게 기대하고 있었다. 꼭 사랑해야 하다는 것과 꼭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사실 뭐가 그렇게 다르겠는가.


이런 고민을 하며, 해외에 사는 '언제나 바쁜 언니'에게 "언니는 형부가 언니를 정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 부부간에 이해는 중요한 게 아닐까?"라고 물으니 언니는 별 고민하지 않고 "안 중요."라고 답했다. "그럼 부부는 뭐가 중요해?"라고 다시 물으니 "몰라. 바빠"라는 답변이 왔다.


사실 그런 걸 생각해서 무엇하겠는가. 부부라는 단어를 '인생'으로 바꿔봐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인생에서 무엇이 제일 중요해?라는 질문, 삶의 의미가 뭐야?라는 질문과 무엇이 그렇게 다르랴 싶다. 태어났으니 사는 것이고 지금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싫지만 않으면 됐지.... 나는 심지어 좋지 않은가?!


예나 지금이나 수수께끼 같은 아내의 마음 안에서 투덜거리면서도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묻지 않으면 심지어 불평하지 않는 남편을 위해 맛나게 저녁밥이나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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