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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Feb 02. 2020

진중권과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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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메인에 올라온 '더 이상 진중권에 대해 이야기하지 맙시다'라는 도발적 제목을 보고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교편을 잡고 있는 작가가 쓴 글인데 논리구조가 이러하다. 진중권은 친구 공개 포스팅으로 유시민을 까다가 전체공개 포스팅으로는 "자주 봅시다"라하는 교언영색한 자다 -> 오로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친하던 조국에게 칼을 꼽았다 -> 진중권은 우리 정치를 위해 기여한 바가 없으니 그가 쓰는 글과 말을 보거나 들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작가는 '아테네인들은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자들을 자기 용무에만 신경쓰는자라 부르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을 신경쓸 용무가 전혀 없는 자"라고 했던 페리클레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진중권에게 신경쓰지 말자고 끝을 낸다.


나는 해당 글의 논리적 조악함에 놀랐고, 앙가주망 운운하며 남긴 다른 글들의 비약에 경악했다. 또 글쓴이가 교사인 점이 심히 우려가 됐다. 그래서 댓글로 "진중권이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조국은 도움이 됐다는 논거를 남겨달라"고 했다. 글들이 너무 편향적이고 논거가 빈약한 점을 들어 선생님이 이런 사고를 가져도 되느냐고도 남겼다.


뭐 주제넘은 발언이었다는 걸 인정한다. 해당 작가는 내게 "무례하다" "예의를 갖춰라" "토론할 자세가 되지 않았다"며 말을 빙빙 돌렸다. 뭐 전형적인 느낌이었다. 그리곤 "이러니까 기레기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아니 내가 궁금한 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의 말은 들어선 안된다 -> 진중권은 정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우리는 진중권의 말을 들어선 안된다'는 3단 논법의 논리적 근거를 더 제시하라는 것이었는데 계속 예의를 갖추라더니 갑자기 예의없는 자와 토론할 수 없다고 내빼셨다. 그러면서 내 페이스북에 해당 게시물을 올리고 승리감을 맛보라고 했다. 아니, 급이 되는 사람이랑 해야지 승리감을 맛보지.


본인은 매우 논리적이고, 토론을 잘하며,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것 같았다. '앙가주망' 용어 따위 끌여붙여다 쓰고 유시민, 김어준, 손석희 지지하면 깨어있는 시민이자 지식인인줄 아나. 기자한테 기레기라고 폄하하고 언론개혁 적폐청산 외치면 살아있는 대중인가. 할말 없으면 괜히 피하고 "무뢰배와는 대화하지 않는다"고 정신승리하며 평생을 사는 것이다. 뭐 속 좋은 인생일수는 있겠다만 저런 분들야말로 정치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본다.



정당하게 욕을 먹으면 모르겠으나, 요새는 궁지에 몰리거나 할말 없으면 "이래서 기레기가 문제야"라고 한다. 보다 못해 황당한 논리를 펴길래 지적하면 "엘리트주의"라고 힐난하고, 뭐가 그렇게 문제인지 물으면 이유는 모르겠고 언론이 문제야라고 한다. "시민이 더 이상 참지 않는다"고 장황하게 늘어놓는데 도대체 뭐를 참지 않는 다는 건지는 제대로 얘기하지 않는다. 그냥 듣고 싶은 얘길 해주면 참언론이고 우리편을 지적하면 기레기에 조중동에 자한당 기관지다. 이런 때에는 오히려 기레기가 되고 싶다. 어용 언론이 참언론이 되는 시절에는 그냥 욕먹는게 맘 편하다. 적어도 8년의 기자생활동안 무논리 편향 세력에 지적받고 욕먹을 만큼 살진 않았다고 자부하니까.




서론이 길었는데 브런치에서까지 키보드워리어질을 하고 싶진 않았다. 페이스북이라면 신분이나 이런게 다 노출돼있고 기본적으로 대화가 통화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기는 누군지 뭐하는 사람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공간이니까. 근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진중권이 싸가지 없어서 싫다고 하는 말을 빙빙 돌리면서 왜 굳이 정치와 민주주의를 들먹이는지?


저 글쓴이는 '조국과 진중권의 앙가주망'이라는 글에서 지식인의 사회참여를 민주주의의 동력으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참여연대와 국제엠네스티, 정부산하 위원회를 거치며 민주화와 검찰개혁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근거를 댄다. 또 특정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총 후보, 진보정당 후보를 두루 후원한 점을 들었다. 이와 별개로 법학자로서 아주 높은 성과를 냈으며 일개 폴리페서와는 결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이게 저 작가가 적은 조국의 사회참여 근거 끝이다. 조악하기 끝이 없다. 이러면서 "제 글은 읽어보셨나요" 운운하다니..


'조국은 평소 시민단체활동 등을 통해 정치참여를 많이 했다 -> 진중권은 아니다 -> 조국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 그렇지 않은 진중권에게 관심을 주지 말자'가 저 작가의 논리다. 참으로 과정만 보고 결과는 보지 않는 통탄할 사고다. 민주주의라는 거대 담론은 얕은 지식으로 다 소화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우선 조 전 장관의 참여연대와 국제엠네스티 활동은 분명 우리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힘이 된게 맞다.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한 것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 근데 그의 개인적 행보와 별개로 조국사태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었나. 젊은 층이 좌절하고, 낙심하고, 정의로워 보였던 조국에 실망하며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불법은 아니더라도 편법으로 자식 입시에 득을 봤고 "법은 안어겼다"고만 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와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부장관까지 지냈던 인물의 얘기다. 국민들은 공고한 사회 지도층과 자신들의 벽을 실감했다.


진중권은 이런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페이스북이나 토론회, 신문 지면과 방송을 통해 조국을 감싸고 우리가 남이가를 시전하는 진보진영과 유시민을 지적했다. 별일 아니라며 조국을 감싸던 진보진영의 위선을 공격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전제로한다. 나와 다른 의견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귀를 막고, 진영논리에 갇혀 검찰을 공격하는 편향적 지지자들을 지적한 진중권은 다양성의 측면에서 민주주의에 기여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재는 정확한 척도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인물이 어떤 활동을 통해 어떻게 정치 발전에 기여했는지를 정확히 재단할 수 없다. 이는 사실의 영역이 아니라 주관의 영역이다. 그러니 조국과 진중권의 민주주의 기여도를 비교하려는 시도 자체가 다양한 얼굴을 지닌 민주주의를 폄훼하는 행태에 다름아니다.


진중권이 반 대중주의자이자 엘리트라고 또 까던데 조국은? 수많은 대중에게 박탈감을 안긴 그는 대중민주주의자인가? 진중권이 평소 시원하게 소신을 밝히니까 사람들이 그에 대해 아는 바가 많아서 그렇게 얘기하는 거지, 당신이 조국이 엘리트주의자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 정제된 페북을 몇개 가지고 판단근거로 하는건가? 그냥 딱할 따름이다. 조국 장관은 검찰개혁 등에 기여했어 -> 그러니 조그마한 잘못 등은 넘어가도 돼 하는 무모한 발상부터 제발 집어치워주시기를.


개인의 공과 과의 비율은 누가 정하나. 분명한 것은 당신이 정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이 5인데 가족의 편법이 드러나 정치혐오가 발생했을 경우과가 10이라면 전체 기여도는 -5가 되는 것인가? 우리 교육과 문학 발전에 힘을 쏟은 인물이 친일 행적을 보였다면 친일파가 맞다. 아무리 공이 커도 과도 본다. 어떤 활동이 공적인지, 또 그 활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그 결과가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재단할 수 없는데 어떻게 그리 쉽게 단정하는지. 그 용기가 놀랍고 부러울 따름이다.




그냥 진중권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고, 싸가지 없어서 싫다고 하라. 그게 솔직한 마음 아닌가? 괜한 앙가주망이나 민주주의 끌어들여서 있어보이는 척 하지 말고. 우리편에 대해 나쁜 말 하니까 재수없고, 우리편인줄 알았는데 변절했다고 까라. 사실 진중권은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현안에 따라 사안에 따라 본인의 주관대로 가감없이 말해왔을 뿐이다. 그런데 괜히 진보진영에서 '너 우리편 아니었어? 싸가지 없는 놈' 하면서 비판하고 있다. 어차피 진중권은 신경도 안쓸 터인데. 아무리 유시민이 '진중권 말에 아무도 귀 안기울인다'고 해도 포털 뉴스란은 진중권으로 도배돼있다.


또 기레기 욕을 할 차례인데, 문빠와 일부 극렬지지층을 까기 위해 뉴스를 올리는 게 아니고 진중권 워딩 하나하나가 얘기가 되니까 기사를 쓰는 것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말을 시원하게 하고, 앞뒤 보지 않고 뼈를 때리니까 기사를 쓴다. 오히려 저 앙가주망 운운하는 글은 중언부언에 이상한 논리를 가져와서 앞뒤 맞지 않는 뼈대로 빈약한 논리를 감추기만 했지 당췌 무슨말인지 알아먹기가 힘들 뿐이다. 그러니 진중권을 까려면 논리력과 필력부터 기르시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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