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멘탈 관리가 필요해

마음도 소식을 해야한다

by 임희걸

친한 형님을 오랜만에 만났더니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 장을 보여준다.


"이게 이번에 내가 새로 산 바이크(오토바이)야."


저녁을 먹는 내내 형님은 자신의 바이크(오토바이)를 자랑하느라 열심이었다. 오토바이 운전면허를 따고, 형수의 허락을 받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다. 이제는 바이크 동호회에 들어가 주말에는 강원도로 투어링을 떠난다고 했다.


참 일을 열정적으로 했던 형님이었다. 한창 일을 할 때는 자기 일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눈빛을 빛내곤 했다. 조직에서도 인정받고 있었으므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고위 관리직에까지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는 순간 일보다 바이크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50을 훌쩍 넘기니까 말이야. 어느 날인가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는 뭘 해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더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위해 해주는데 없는 거야.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돈도 벌고 했는데, 가족이 먼저고 회사가 먼저고 그러다 보니 내 것이 없었어. 생각이 거기 미치니까 내가 너무 불쌍하더라."


자신이 너무 불쌍하다고 여긴 형님은 20년 넘은 직장생활에 대한 대가로 자신에게 바이크를 선물했다. 그때부터 오랜만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50대는 열정보다는 사려 깊고 신중한 시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바이크에 올라타자 50대에도 열정이 넘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맡은 소임만 열심히 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챙겨주겠지 하고 방심하는 중년들이 많다. 모두가 자기 역할에 바쁘고 숨을 헐떡이며 살아가는 건 마찬가지다. 가족이나 동료가 알아서 당신을 챙겨주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때로는 내가 나를 좀 챙길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자유 시간도 좀 주고, 선물도 좀 주고 격려를 해주길 바란다. 꼭 어딘가에 다다르거나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격려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일터에서 하루하루 버텨내고 삶의 순간순간을 살아낸 것만 해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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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기보다 버리기


친구 A는 잘나가던 회사원이었다. 똑똑하고 일을 잘해서 가장 빨리 임원이 될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CEO가 정기적으로 불러 경영에 관련한 친구의 의견을 묻고, 친구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조언해주기도 했다. 핵심 인재로서 값비싼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면 제일 먼저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한순간, 찰나에 상황이 급변했다. 그가 속한 산업이 불황으로 크게 휘청거리기 시작하더니 회사도 인수, 합병을 겪게 된 것이다. A의 회사는 경쟁사에 흡수 합병이 되었는데 합병을 한 회사에서 온 사람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A를 지지해주던 윗사람들 대부분이 옷을 벗었다.


A는 한순간에 잘나가던 핵심 인재에서 이전 임원들의 끄나풀 신세가 되었다. 예전 임원의 사람이니 자리를 정리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계속되었다. 결국은 사직서를 내고 개인 사업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나는 몇 년만 만나는 A에 대한 걱정이 컸다. 한창 잘 나갈 때 친구는 자신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직장인으로서 조직에서 인정받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인정을 한 몸에 받은 그였기에 상실감도 크리라 생각했다.


막상 얼굴을 마주한 친구는 이전보다 건강해 보이고 피부 빛도 좋았다. 회사에 다닐 때는 배가 많이 나온 상태였는데 이제는 몰라보게 몸이 탄탄해져 있었다. 매사에 심각했던 표정도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A는 회사를 그만두고 취미였던 낚시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고 했다.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평화로운 시간을 가졌다. 가만히 물을 바라보면서 채워넣기보다는 비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 행복해졌다. 그가 낚시를 통해 배운 것은 우리에게는 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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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준일은 50대에도 20대 못지않은 훈훈한 외모를 자랑한다. 양준일은 인터뷰에서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으면 '무얼 먹을까보다 무엇을 먹지 않을까를 고민하라'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 영양 과다인 상태에서도 건강 보조 식품을 찾는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건강식품이 아니라 소식이다.


친구 A는 우리 마음에도 소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직장에 대한 욕심을 버리니 가정이 더 화목해졌다고 말한다. 이전처럼 야근과 회식을 반복하지 않으니 몸이 건강해졌다. 낚시를 통해 비움의 미학을 발견했단다. 그리고 비움으로써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단다.


이건 취미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새로운 취미를 하고 싶다고 지금의 생활에 무언가를 더하기만을 해서는 삶이 복잡해질 뿐이다. 우선순위를 정해 무언가는 포기해야 한다. 이미 생활이 빡빡한데 취미를 더해 넣는 일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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