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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끽 Jul 19. 2021

정형외과 대신 요가원

사실 바디프로필 이라는 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내 친구들, SNS 친구들이 작년에 부쩍 몇몇이 올리기 시작했을 뿐. 나는 그냥 순전히 몸이 아파서 요가를 시작했다.



요즘엔 누구나 다 한다는 요가를 나는 정작 해본 적이 없었다. 3N년 인생, 작년 여름 처음으로 요가원에 등록했다. 그 전엔 ‘요가’ 하면 막역히 가만히 앉아서 명상하는 이미지가 생각났다. 선입견이 있었다. 요가는 유연성이 좋아야만 할 수 있다던가, 이건 운동이 안 될 거라는… 그냥 겉모습만 스쳐보고 해보지도 않고 ‘난 요가 스타일이 아니야’라며 쉽게 판단해버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왜 저렇게 많은 사람이 요가에 열광할까? 여기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커뮤니티는 도대체 뭘까? 사람들은 힙해 보이려고 요가를 하는 건가? 나는 왠지 주류는 하고 싶지 않아… 라는 나만의 이상한 비주류 찬양론에 휩싸여, 해보지도 않고 배제했었다. 이건 사실 ‘나만 알고 싶은 가수인데 사실 이미 유명한 가수’를 추종하는 나의 유치한 성향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전엔 요가보다는 활동적인 운동, 춤 등을 배우며 사실 물리적으로 요가 할 시간이 없기도 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퇴근하고 주 1~2회는 춤을 추고, 친구를 만나고 저녁을 먹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말이다. 코로나가 되니 다들 그렇겠지만 모든 게 달라졌다. 지난 1년 반 동안 매주 1~2회씩 들었던 운동 강도 최상인 아프리칸 댄스 수업은 더 열릴 수가 없었다. 아직 수도권에 퍼지기 전에 마스크를 쓰고 한번 해보았는데, 그냥 해도 호흡이 턱 끝까지 차는 춤인데 마스크를 쓰니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나는 직장인이다. 이 말은 출퇴근 시간 왕복 2시간, 회사의 업무시간 8시간, 최소 하루에 10시간은 앉아있는 사람이다. 최소 10시간 앉아있는 사람이 운동이라고는 출퇴근 시 대중교통 + 퇴근 후 가벼운 산책 이렇게만 했다. 몇 달이 지나니 원래도 굳은 몸은 더 굳고 살은 불어났다. 그렇게 몇 달은 지겨웠지만 새로운 일로써 얻은 활력으로 지낼 만은 했다.



그렇다. 작년까지는 어떻게 어떻게 버텼다.

 그래도 그동안 꾸준히 춤을 배우거나 몸을 움직였던 저축이 있었나 보다. 그 저축을 야금야금 빼서 썼나 보다. 그리고 급한 대로 일주일에 1~2번은 메꾸기도 하였다. 작년 겨울 쯤 친구의 강력한 추천으로 좀 더 가까운 요가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남들은 다 쉽게 하는 것 같은데 나는 너무 뻣뻣했고, 선생님들이 얘기하는 게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안 왔다. 갈비뼈를 낮추고 골반을 맞추라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헬스장 끊어놓듯 일단 등록만 하고 주 1~2회 정도만 다녔다. 그렇게 겨울을 넘어가는데… 이상하게 2~3달에 한 번씩은 꼭 목에 담이 왔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오른쪽 팔과 어깨, 그리고 왼쪽 고관절과 허리가 저릿하게 아픈 적이 있었다. 그때그때 병원에 다니며 침을 맞고 1~2주 정도 관리를 빡시게 하면 다시 돌아왔다. 심할 때는 신경 주사인가 하는걸 맞아본 적도 있는데 허리가 뻐근하고 주사를 맞을 땐 좀 괜찮았다. 하루 10시간 앉아있는 직장인이 별수 있나~ 이러면서 그냥 병원에 다녔다. 평소엔 조심했고, 병원에서 2주 정도 조심하면 그래도 많이 나았다.


그런데 올해가 되니 그 빈도가 늘어났다. 오른쪽 팔과 어깨가 너무 자주 아팠고, 아무리 스트레칭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특정한 이유 없이 목과 어깨에 담이 왔다. 파스로 1주일을 버티며 그때 반짝 요가를 열심히 하거나 푹 쉬면 나아졌다. 회사 일의 강도는 늘지 않았는데, 자주 아프다니… 좀 이상하긴 했다. 그리고 딱 계기가 있긴 했다.



막 파스를 때고 2~3준가 지났을 무렵, 오랜만에 망원동의 한 채식 식당에서 밥을 먹고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여유 있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얼음 결정이 어는 것처럼 오른쪽 어깨 목이 굳기 시작했다. 정신이 멀쩡하고 술도 안 먹었고 피곤하지도 않았는데 내 몸이 이런다고?



보통 담이 걸리면 그 전에 무리해서 자고 일어나면 목이 안 움직이는 거였는데, 이건 느낌이 정말 쎄했다. 먼 해일이 다가오는 것처럼 눈에서 보이는 것과 파도가 다가오는 게 점차적인데 한순간이었다. 어어어? 하는 순간에 해일이 나를 덮쳤고 나의 오른 어깨와 목은 그대로 굳었다. 신난 친구와의 대화를 빨리 마무리하고 집에 왔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병원에 가봤자 또 똑같은 소리를 할 게 분명하지.

스트레칭 자주 하시고요~ 컴퓨터 좀 덜 하시고요.


그래, 요가를 좀 더 제대로 해보자. 정형외과 대신 요가원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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