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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합스텝 Jul 26. 2023

중경삼림, 신뢰가 부재한 도시 (完)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구강기 고착의 관점에서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重慶森林)

감독: 왕가위

1994년 개봉 (홍콩)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중경삼림>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7033


영화 <중경삼림>을 심리학의 이론으로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중경삼림>의 1부와 2부는 얼핏 보면 독립적으로 구분된 이야기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1부와 2부 각각의 주인공들이 서로 교차하며 나타나는 지점이 영화에서 여러 차례 그려진다. 그러나 그들은 스치고 지나가기만 할 뿐 관계를 맺지는 않는다. 그들은 매일같이 스치지만,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익명의 존재들일뿐이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중경삼림>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7033


밀도 높은 도시에 익명의 개인은 넘쳐난다. 그 무수한 익명들 사이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우연의 경로를 그려낼 수 있다. 만약 1부의 금성무와 2부의 왕페이가 서로에게 호감이 생겼다면 영화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왕페이는 양조위의 집이 아니라 금성무의 집에 침입해 파인애플 통조림 캔을 정리했을지도 모른다. 경찰인 양조위가 수수께끼의 임청하를 검거했더라면? 혹은 이 네 주인공이 한꺼번에 만나게 되는 지점이 발생했다면? 도시 속 남녀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관객으로서 영화적 상상을 발휘하는 일은 즐겁다. 그러나 현실의 도시에서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상상하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대도시의 인간 신뢰는 너무도 흐릿해져서 타인에게 작은 호의를 베푸는 일에도 제동이 걸릴 때가 있다. 내게 호감을 보이며 다가오는 사람의 뒤에 어떤 의도나 요구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게 된다. 하물며 연애 관계는 생각이 더 복잡해진다. 홍콩의 네 남녀가 보여주는 기묘한 방식의 관계 맺음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소통하고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몹시 어려워진 오늘날 도시 속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중경삼림>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7033


영화에서 울려 퍼지는 몽중인의 가사처럼 우리가 바라는 진실한 관계의 면면은 오직 꿈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캘리포니아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     



hiphopstep.


다음은 웨스 앤더슨 특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특집 1부. 웨스 앤더슨을 이해하지 마셔요

특집 2부. 너무나 고독한, 애스터로이드 시티



힙합스텝이 쓴 <중경삼림> 영화 분석 다시 읽기 


1부: https://brunch.co.kr/@hiphopstep/20

2부: https://brunch.co.kr/@hiphopstep/25

3부: https://brunch.co.kr/@hiphopstep/26

4부: https://brunch.co.kr/@hiphopstep/27

5부: https://brunch.co.kr/@hiphopste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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