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좋아하는 도시여자가 시골에 적응하며 끄적이는 농부되기 프로젝트
나는 중소도시에서 태어나 평생을 중소도시에서만 살아가고 있다가
예기치 않게 근교 농촌에 인연이 되어
주말마다 다니며 농사를 돕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살아오던 농촌이 아닌지라
농사를 도우며 새로이 경험하는 일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메시지를 종종 던져주기에
앞으로 점점 농촌과 가까워질 것 같다.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관계들과 사건들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다가도
시골에 들어오면 그때 그때 해야만 하는 일들을 마주한다.
농사는 커다란 얼개가 정해져 있어서
봄에 마무리 지어야 할 양파, 마늘 밭을 보살폈다면
여름에 심어야 할 모를 준비하고 키워내야 한다.
봄에 심어놔야 여름에 먹을 수 있고,
여름에 심어놔야 가을에 먹을 것이 있으며
가을에 잘 마무리해 놔야 겨울까지 잘 지낼 수 있다.
항상 그 너머를 바라보는 농촌의 삶에서 위로를 받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우선 해놓는 습관들이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서게 한다.
하지만 그 얼개가 그렇게 강력하고 짱짱하진 않아서
비가 오면 쉬어가고, 너무 더우면 잠 좀 자고,
날이 좋으면 조금 미리 해놓기도 하고
그날그날 자연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조율이 가능하도록 아주 느슨하다.
이런 느슨함이 좋아서 농사가 좋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야 하는 이 약간의 강제성이 좋다.
언젠가 백수시절 봤던 '리틀포레스트' 영화가 딱 이랬던 것 같다.
느슨한 삶이지만 자연이 이끄는 대로 꼭 해야만 했던 일들,
그리고 그 일들이 한 계절 묵혀 만드는 다음 계절의 이야기.
귀농할 거냐고?
물론 당연히 할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밥을 짓고, 그리고 글을 지으며 살 것이다.
이 모든 여정은 결국, 글쓰기를 좋아하는 도시여자가 시골에 적응해 가며 끄적이는 농부 되기 프로젝트였다.
앞으로도 그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