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큰 영감을 주었던 히치하이커 E는 내 인생의 첫 히치하이커는 아니었다. 첫 히치하이커는 카우치서핑(간단히 말해, 숙박 공유 플랫폼. 추후 자세히 설명할 예정)으로 만났다. L은 승마를 좋아했다. 한 번도 말을 타보지 않았다는 말에 놀라며 마구간으로 초대했다. 당장이라도 갈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길래 가까이에 마구간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마구간은 꽤나 먼 거리에 있었다. 버스도 없는 외딴 시골에.
“그럼 대체 어떻게 마구간에 가?”
“히치하이킹으로 가지.”
L은 버스나 기차를 타는 것처럼 아주 담담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에게는 처음인 승마가, 평생 교통수단 옵션으로는 없던 히치하이킹이 그녀에게는 일상이었다.
히치하이킹에도 규칙이 있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버스 정류장에 가야 하는 것처럼, 어떤 곳에서는 유독 택시가 잡히지 않는 것처럼, 차를 얻어 탈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내가 가려는 방향의 도로, 유동인구가 많은 도로, 차가 멈출 수 있는 넉넉한 장소가 있는 도로 등 모든 조건을 갖춘 그런 장소들에서 손을 흔들었다. 생각보다 차가 잡히지 않았다. 30분을 넘게 기다렸다. 그러나 당장 버스가 오지 않아도 언젠가 온다는 것을 안다. 푸근한 인상의 아줌마가 차를 세웠다.
내 첫 히치하이킹만큼, 나 홀로하는 히치하이킹도 계획 없이 이루어졌다. 히치하이킹은 원래 계획하는 류의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길을 잃었다. 평지 스키 일정을 끝내고 다른 사람들과 기차역으로 돌아가야 했다. 기차 시간을 맞추려면 빠듯했고 스키를 탔던 숲과 기차역까지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눈도 가득 쌓여 있어서 스키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다리가 쭉쭉 뻗고 체력까지 좋은 친구들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키가 작고 체력도 저질인 나를 응원해주기도 하고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기도 하며 나아갔다. 기차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먼저 가! 나는 다음 기차를 탈게.”
“정말로 괜찮겠어?”
“응, 정말로 괜찮아!”
괜찮지 않게 되었다. 뒤따라가던 친구들의 스키 자국이 찻길로 들어서며 끊겨버렸다. 핸드폰은 추위에 방전되었다. 게다가 나는 길치다. 지나온 길을 다시 걷고 있을 때 히치하이킹을 결심했다. 때마침 차를 세우고도 남을 넉넉한 공간이 있는 도로에 서있었다. 차가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시골길이라 어디에 서든 상관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무거운 스키를 벗어 한 구석에 밀어놓고 손을 흔들었다. 차가 금방 멈춰 섰다.
“I’m lost! 길을 잃었어요!”
운전자는 걸리적거리는, 커다란 스키를 트렁크에 넣었다. 기차역이 목적지가 아니었던 운전자는 괜찮다고, 여기서 멀지 않다며 기차역까지 데려다주었다. 따뜻했던 첫 번째 운전자는 히치하이킹의 세계를 활짝 열었다.
나보다 더 느긋하게 출발했던 E는 나보다 더 빨리 우리가 사는 도시, 빌뉴스에 도착했다. 놀라는 내게 E는 당연하다는 듯 히치하이킹을 했다며 나와 함께 히치하이킹을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내 첫 히치하이킹을 자랑스러워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