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시립박물관에서 음악이 있는 골목길을 걷다.
서울의 강남 테헤란로를 걸으면서 낭만을 느낀다는 사람은 많지가 않을 것이다. 쭉 뻗은 인천 영종도 고속도로를 넘어가면서 감성이 돋는다는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같이 가는 사람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면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길이 주는 감성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왜 골목길을 찾아서 돌아다니는 것일까. 전국에 있는 골목길에 사람들이 붐비는 이유는 바로 사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차가 빠른 속도로 통과하는 대로변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보다 조용하면서도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 더 많다.
경상남도 통영은 대로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많지가 않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통영에 애착을 많이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골목골목에 사람이 살고 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서 골목길을 탐방한다. 서피랑, 동피랑길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통영시립박물관은 통영의 옛 흔적을 비롯하여 기획전시전이 열리고 있는 곳이다. 윤이상의 음악마을을 가기 바로 전에 자리하고 있어서 골목길 탐방을 하기 전에 잠시 탐방해도 좋은 곳이기도 하다.
건립 당시의 외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근대에 지어진 건축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인 통영시립박물관은 1943년 통영군청으로 건립되었고 1995년까지 사용되었으며 통영시청의 별관으로 2002년까지 사용되었다.
현재 통영시립박물관에서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데 삼도수군통제영 지도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시전이다. 전시는 한려수도의 수려한 풍경과 조선시대 군사도시로서의 면모는 삼도수군통제영 지도로 남겨지게 되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하여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의 실제 모습을 지도를 통하여 미루어 짐작하고 그 공간에 살았던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통영시립박물관에서 조금 더 걸어서 안쪽으로 오면 도천 음악마을이라는 곳이 나온다. 통영 사람으로 현대음악의 거장 윤이상 선생을 기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그는 아침저녁으로 다니던 통영심사소학교로 가는 길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라고 한다.
걷는 길은 효도와 작곡의 길 (제1코스), 문화생태길 (제2코스), 명상의 길(제3코스)이 있으니 쉬엄쉬엄 걷다 보면 옛 민초들의 애환에 서린 삶과 선현들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그가 느꼈던 통영이라는 고향땅의 온기는 어떠했을까. 그저 조용히 바닷가에 앉아 물고기를 낚고 마음속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그것을 써두려고도 하지 않으며, 위대한 고요함 속에 내 몸을 뉘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음표가 필요하다. 그냥 흰머리만 있는 것이 온음표이고, 온음표에 기둥을 붙여 놓은 것이 2분 음표이며, 또 2분 음표의 흰머리에다가 색을 칠해 검은 머리로 만든 것이 4분 음표이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콩나물처럼 보이겠지만 말이다.
골목길의 구석구석을 걸어가면서 음악에 대한 상념에 빠져본다. 사람에게 부러움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한 부러움은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동력원이 되어준다.
통영은 전라좌수사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일본 수군을 수장하면서 전쟁의 방향을 바꾸고 일본군의 수륙병진 정책을 좌절시킨 구심점이기도 했던 곳이다. 통영은 군사의 도시이기도 하면서 음악과 예술의 도시로 잘 알려진 도시이기도 하다.
윤이상은 서양 악기를 통해 한국 전통 음악의 음향을 구현하려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중심음 기법 등 독창적인 어법을 구사하여 세계적인 작곡가로 발돋움했지만 1967년 동백림 사건으로 간첩 누명을 쓰고 고초를 겪은 뒤 서독으로 귀화하였고, 이후 타계할 때까지 대한민국 땅을 밟지 않았다.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소품이라는 작품을 보니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다섯 개의 관현악곡이 연상된다. 그의 곡에서 1곡은 예감, 2곡 지나가 버린 것, 3곡 색, 4곡 대단원 5곡 오블리가토 레치타티보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항상 어렵지만 자기 만족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윤이상 역시 어떤 작품에도 자시느이 가능성을 전부 다 바루히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아도 돌아보면 최선을 다했다기보다는 해소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는 것이 인생이듯이 음악이라는 것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