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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돈에 대한 예의

삶의 인격과 품격 속에 경제적인 여유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겉으로 보는 이미지가 좋고 듣기 좋은 말 혹은 신뢰 있는 말을 하더라도 행동이 따라가지 않으면 진실성이 없다. 진실성이 없는 사람의 특징이 허영과 허세가 있다는 점이다. 여성에게 적용된다면 허영이고 남성에게 적용된다면 허세다. 부모가 아주 넉넉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잘 설계해야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을 잘 뛸 수가 있다. 누군들 마라톤의 초반 앞으로 튀어나와 주목받고 싶지 않겠는가. 초반에 빨리 뛰지 못해서 안 뛰는 것이 아니라 중반 이후를 위해 체력을 비축해 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20대에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나이가 들어도 어떻게든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가장 젊고 아름다울 때는 돈이 많이 없다. 그건 인생의 법칙이다. 체력이 충만했을 때 나중을 위해 준비를 하라고 신이 설계한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겠는가. 체력도 있고 마음껏 쓰면서 주목도 받고 싶은 사람들은 돈을 소비한다. 문제는 그렇게 소비된 돈의 구멍을 메우는 것이 자신이어야 되는데 근자감으로 자신을 과대평가한 뒤에 짝이 될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미루는 사람들이 많다.


여성들이 이기적인 생각으로 결혼을 위해 없는 돈을 끌어다 쓴다는 마통론이 요즘의 이슈가 되고 있다. 마통론은 마이너스통장이론의 줄임말인데 여성이 혼수에 필요한 돈을 머니어스 통장에서 빼서 결혼한 뒤에 결혼 이후 남자의 돈으로 통장의 돈을 메꾸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이 가장 좋았던 시절에 여행, 쇼핑, 명품, 생활습관등으로 돈을 마음껏 소비한 뒤에 그 시간 동안 견뎌야 할 경제적인 여력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삶을 사는 것은 개개인의 선택이라면 그 결과를 책임져야 되는 것 역시 개개인의 몫이지 그걸 숨긴 채 마치 괜찮은 것처럼 상대를 기만하는 것은 큰 문제다.


사람에 대한 예의와 인격이 있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돈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과거처럼 성별로 정해진 역할이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남성, 여성을 떠나 누구나 돈을 소비하면 대우받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뿐이다. 역할을 반대로 바꾸어 본다면 그런 것이 용납이 될 수 있겠는가. 문제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대방이 결혼 이후에 함께 삶을 영위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인내보다는 즐거움, 대비보다는 만족감, 배려보다는 나르시시즘등이 우선이 되는 사람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이란 존재는 특히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정말 쉽지가 않다. 속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그 속내를 알고 대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을 믿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경제적인 여력이 충분하고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일지라도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훨씬 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사람의 디테일은 모두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그 사람의 행동등을 너무 나이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인생의 투자에서 가장 큰 항목은 결혼을 한다는 가정하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데에 있다. 아무리 평생을 같이 한다고 맹세를 했더라도 상대가 번 돈은 상대가 번 돈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결혼은 정말 많은 제약이 따르도록 만들어놓았다. 투자에 실체가 있어야 한다면 상대방의 실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지금까지 땀 흘려 번 돈을 어떻게 잘 유지할지가 결정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며 자신이 노후까지 흔들고 모든 노력을 거품처럼 만들 수 있게 만든다.


사회에서는 자신의 능력은 몸값 혹은 시간당 벌 수 있는 금액으로 증명이 되지만 사사롭게 만난 관계에서는 그것이 명확하지가 않다. 즉 너무나 과대평가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과소평가가 될 수도 있다. 그 누구도 그 가격결정에 참여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너무나 어려운 것이 사람과의 사사로운 관계이며 특히 남녀관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더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 몇 만 원짜리 상품을 살 때도 이리저리 재고 고민하는 사람이 장기적으로 수천, 억 단위까지 의미 없게 사라질 수 있는 사람 선택에는 너무나 나이브하게 접근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디테일하게 보면 볼수록 이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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