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궁남지

백제의 왕궁연못에 가을이 피어날 때 만나는 꽃들의 향연

언젠가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서 자신과 함께 할 운명인 사람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며 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믿음을 가지고 살게 된다면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 오늘을 그냥 보내고 나서 내일이 있을 순 없다. 사소한 것들이 가장 소중하다. 특정한 공간을 방문하면 항상 생각나는 이야기들이 있다. 부여군 궁남지에 가면 서동이라는 사람과 선화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선화공주가 실제 신라의 왕실 사람이었는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서동과 선화의 사랑이야기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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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궁남지에서는 깊어가는 가을의 향기 속에서 '제22회 백제고도부여국화축제'가 10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10일간 부여 서동공원 궁남지 일원에서 열렸다. 국화축제는 끝이 났지만 여전히 국화향이 가득한 궁남지는 방문해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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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남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2025 부여군 우수정원 콘테스트' 수상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조성한 정원 6점을 백제문화제 기간 종료 후에도 재전시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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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은 올해 우수정원 콘테스트를 통해 주민이 직접 만들고 가꾸는 '참여형 정원문화'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정원문화 도시로서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상작들은 각기 다른 주제와 아이디어로 구성되어 '정원도시 부여'의 정체성을 표현했으며, 백제문화제의 품격을 높이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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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화사한 연꽃이 필 때 자주 방문했던 궁남지의 가을풍경도 매력이 있었다. 서동과 선화의 이야기는 남녀 간의 신뢰에 대한 이야기였다. 서로를 신뢰하고 지탱하며 살았기에 사비시대를 연 무왕의 치세도 있지 않았을까. 올해 축제는 '국화향 따라 너와 내가 꽃이 되는 순간'이라는 주제로, 가을 정취와 국화의 향연이 어우러지는 부여의 대표 가을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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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여 점의 국화 작품이 전시되어 궁남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국화꽃의 화려함이 있었으며 올해 국화축제는 국화꽃을 매개로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순간을 표현한 축제로 궁남지를 중심으로 한 자연 친화적 공간 구성과 국화를 매개로 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은 지속가능한 지역 축제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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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에 핀, 손에 닿지 않는 꽃만큼 실제보다 아름다워 보이고 욕망을 부추기는 것도 없다고 한다. 손에 잡히지 않는, 마치 이 세상에 없는 것 같은 ‘어떤 것’를 동경하고 원할 때 그때마다 고통스러운 자극이 당신을 들아올 수밖에 없다. 그냥 이 순간을 즐기는 것만으로 만족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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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남지는 삼국시대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한 백제 무왕의 서동요 전설이 깃든 곳으로 매년 여름 서동연꽃축제가 열리는 부여 지역 대표 관광지로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있는 날, 앞으로도 지역 수요와 특성 기반의 지역별 맞춤형 문화 프로그램 추진으로 부여에서도 시간을 보내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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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왕의 어린 시절 이름은 '서동'으로 무왕은 백제 제30대 왕으로 법왕의 뒤를 이어 600년에 즉위했다. 무왕 대에 이르러 백제는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했다. 궁남지는 무왕 대 왕궁 남쪽에 만든 인공 섬으로 1960년대 부분적인 복원 공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정비했으며 여름에는 광활한 호수에 연꽃이 만발하고, 밤에는 경관 조명이 켜지며 또 다른 모습을 연출하는 궁남지의 가을에 국화꽃이 만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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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의 원색으로 채워진 궁남지의 국화는 아름답게 궁남지를 수놓고 있었으며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만큼이나 진한 향을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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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정안밤도 유명하지만 부여의 밤도 그에 못지않은 맛을 자랑한다. 부여 궁남지를 방문한 김에 부여 군밤도 구매를 해보았다. 나무는 봄에 피어난 꽃을 떨구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고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은 강을 떠나야 바다에 이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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