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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영경 Dec 24. 2021

사자가 몰랐던 사자가 가진 것

'동글이'의 그림 속 사자를 보고


2021년 12월 넷째 주의 첫 번째 주제

‘동글이’의 그림 속 세상

[사자가 화났어요]

[원문]

"사자가 화났어요.

곰을 잡으려고 했는데 너무 빨라서 못 잡았거든요.

사자는 배고파서 점점 더 화가 났어요.

다음번엔 토끼나 여우처럼 작은 동물을 잡을 거예요.

그러면 사자가 더 빨라서 다 잡아먹을 수 있어요."



사자가 몰랐던 사자가 가진 것


아이들은 좋아하는 책이 생기면 읽어달라고 반복해서 가져옵니다. 저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기를 바라니 기특해하다가도 같은 책만 읽으니 제가 지겨워서 좀 다른 책을 가져왔으면 하던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 책들 중 <오즈의 마법사>가 선택되었던 즈음의 이야기입니다. 그림책으로 짧게 각색된 책이었지만 제법 긴 분량이라 5살 아이가 이해가 될까 싶어 걱정이 되었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아이가 그 책을 들고 올 때마다 무서웠습니다. 분량은 그렇다 쳐도 다 읽고 책을 덮으면 끝이 나는 책이 아니라, 보다가 멈추고 아이가 시키는 대로 연극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빨간 구두 도로시 역은 고정 배역이었지만 저는 먼저 회오리바람에 날아간 집에 깔리는 동쪽 마녀 역할로 시작합니다. 일단 아이들 엉덩이 밑에 납작하게 깔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꾸 넘어져야 하는  허수아비, 로봇 춤을 춰야 하는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로 밤마다 변신 놀이와 발연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쁜 도로시 역할을 하는 게 즐거워 연극을 하는 줄 알았던 아이가


“엄마~사자는 힘이 센데 왜 자기가 용기가 없다고 그래요?”

“허수아비는 머리도 잘 쓰는데 왜 지혜가 필요하대요?”

“양철 나무꾼도 눈물 흘렸잖아요~ 사랑이 있는데요?”

“왜 마법사가 마법을 안 썼는데 다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된 거예요?"


이런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뭔가 교훈을 아이들에게 주려고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책을 읽기만 해도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들로 스스로 자신의 답을 만들어갔으면 했습니다. 저는 계속 연극을 하며 떠오르는 질문들에 어울리는 사자의 소심한 모습과 용감한 모습을 연기하며 아이들과 까르르 구르며 이불 위에서 밤이 깊어 갔습니다.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간단하게 책의 교훈을 말하지는 않으시나요?

그런데 말하고 있는 책 속의 그 교훈대로 살고 계시나요?


부모로서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그렇게 살지는 못하고 있는 진실을 만나고 그것을 아이에게 이야기해주어야 할 때는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사실

우리 안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란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며

우리 안의 숨겨졌던 보물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일 거야.'


저도 제 안에 있었던 것을 찾았던 계기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거실 전신 거울을 통해 문득 보게 된 제 자신은 굴러다니는 장난감을 넣어두어 불룩해진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넣고 늘어진 옷에 힘 없이 서있는 헝클어진 파마머리 갈기의 사자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저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였지만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제 안에 이미 들어있던 표현하고자 하는 힘이 아주 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미처 몰랐던 내 안의 이미 가졌던 힘들을 꺼내 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오즈로 가는 모험처럼 함께 여행하듯 글 쓰는 친구들도 생겼고 그들과 더 많은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겠지요.


사자가 비록 작은 동물만 사냥해도 여전히 동물의 왕으로 스스로 우뚝 서있기 위해서는 자신이 큰 곰을 잡을 수 있는 동물이라는 것을 기억해 내기만 하면 됩니다.

두려움 없이 나를 믿을 수 있는 용기.


저는 아이와 <오즈의 마법사>의 사자 역할 연기로 저의 두려움을 연기하고 저의 용기를 깨달았습니다. 제 속에 언제나 있었던 사람들과 나누고팠던 에너지들, 그리고 감사의 에너지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이제는 비행기 안의 서비스가 아니라 글로 사람들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물어볼 용기를 내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당신 안에서 찾을 준비가 되셨습니까?” 이제 벨트를 매세요.

여러분과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자신의 내면에 이미 있는 것을 드러내는 사자의 용기를 찾는 여행을요.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행복까지 가는 오즈 항공 OZ 2022 편입니다.

(OZ는 오즈의 마법사의 오즈이기도 하고 아시아나 항공의 실제 코드이기도 합니다)

출발  탑승 편수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행복에 도착하실 때까지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 글, 김현아 작가님의 글입니다.

6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 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다양한 글을 각각의 색으로 소개합니다. 주제는 그림책을 매개로 하여 선정됩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 한 편씩 소개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작가님들은 언제든지 제안하기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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