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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아 Sep 08. 2024

창작자를 위한 스토리텔링

내가 이룬 경험으로 나아갈 

[창작자를 위한 픽사 스토리텔링, 딘 모브쇼비츠 지음/김경영 옮김, 동녘출판사]



픽사는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동과 삶의 울림, 아픔을 통한 치유의 힘, 가치를 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를 만나는 순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는 공감과 이해, 내면의 욕구와 벅찬 감정을 끌어내는 무언가가 있다. 전반적인 이야기의 끝에는 결국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와 생각, 감정들이 모두 들어 있다.      


 책을 처음 받은 순간 하늘빛 아담한 책 크기가 손안에 ‘착’ 감겨 들어왔다. 설레는 맘으로 첫 장을 넘기니 작가의 편지에 이은 프롤로그가 소개되어 있었다. 우리가 아는 영화인 라따뚜이,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업, 코코, 인사이드아웃 등을 소재로 하여 구성된 스토리텔링의 과정이 적절히 녹아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예전에 봤던 영화는 기억을 되살려 다시 줄거리를 음미해 보았고 미처 보지 못한 영화들은 책의 내용을 통해 탐구하게 되어 흥미로웠다. 책을 읽고 나서 영화를 한 편씩 다시 봐야겠다는 결심까지 설 정도다.     


 픽사는 다채로운 영상미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끌어내고, 깊은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픽사가 관객들을 몰입으로 이끌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이디어를 구성하여 결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각자 삶에 놓인 위기의 상황과 그것의 받아들임과 개척, 도전과 변화의 시점을 통해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혼자만 일방적으로 떠드는 이야기가 아니라 듣는 이(청중)가 귀 기울여 듣게 함으로써 결국 이야기하는 사람이 무엇을 말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도록 전달하는 힘은 분명히 이 책 안 스토리텔링에 있다.  

    

 스토리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것을 이끌어 공감을 자아내려면 누구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책을 토대로 하여 글을 내용을 구성하고 결말을 이끌어 내보기까지 여간 힘든 일은 아니다. 픽사의 이야기처럼 특별히 마주할 갈등과 모험 사이에서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특별한 여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너무 깊게 생각하면 오히려 글이 안 나올 수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마주하여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과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려보았다. 나는 누구보다 아버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아빠의 사랑은 나를 통하여 나의 아이에게까지 전해진다. 그 마음을 들여다본 순간 아빠와 나의 소중한 추억이 되살아나 기억할 수 있는 덩이들을 살며시 풀어내 단단하게 여며낸 기분이 들었다. 그 시간만큼은 하늘나라로 떠나신 나와 아빠가 만난 그리움이 시간이 되었다.   

   

픽사의 스토리텔링은 결국 내가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를 생각하여 결점을 바탕으로 이끌어지는 과정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야기는 진솔함이 있어야 한다. 픽사의 구성처럼 와닿게 될 나의 이야기는 비록 전개 과정이 영화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일상에서의 진득함을 담아내면 누군가에게 공감과 웃음과 변화와 성찰을 끌어낼 수 있다. 억지로 꾸미기보다 내게 맞는 이야기로 마음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임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을 같이 읽으며 함께 글쓰기에 참여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픽사의 스토리텔링과 접목하여 각자의 이야기를 살펴보기도 했다. 글쓰기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살아가는 삶 안에 놓인 인생관을 엿보게 된 귀중한 시간이었다. 자신의 글을 낭독하여 목소리를 통해 감정을 읽고 이야기를 따라 읽어 내려가며 이내 풍성하게 마주한 글들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내면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아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표현하기까지는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 결국 꾸준함은 나의 꿈을 향해가는 일이고 내가 행복하기 위한 일이다. 그리고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에 골고루 놓여 있다. 소소하게 깃든 행복을 스스로 느끼며 내가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발판을 이루도록 아주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해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눈을 키워야겠다.      

유난히 눈길을 끈 문장이 있다.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마음에 크게 동요되어 부풀어진다. 


 이 거대한 나무를 키우는 모든 건 이미 이 작은 씨앗 속에 들어 있어.
약간의 시간과 햇빛, 그리고 비만 내려주면 되는 거야.
 <벅스 라이프>, 플릭     


이 문장 안에 사로잡혀 눈을 뗄 수 없었다. 우리는 모두 씨앗이고 언제든 싹을 틔워 나무가 될 존재이다. 

작은 씨앗이 움이 트기까지 어려움은 있겠지만 씨앗을 부풀릴 힘은 결국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 글귀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그것은 곧 잠재력이 아닐까? 단단하게 일어설 나무로 성장하기까지의 하루를 스토리텔링으로 보듬어 끌어낼 수 있도록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들에 살며시 귀를 기울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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