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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세 번째

나라는, 삶이 주는 유일한

by 현정아

연일 무더위가 치솟은 여름. 푹푹 찌는 날씨가 무색하리만큼 해는 가장 강한 힘을 내뿜고 있다.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덥다는 하나의 사실을 그대로 안아 여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이 여름을 살아내는 방식이기에.


그대로의 여름이 지나간 자리엔 어느샌가 가을이 시나브로 찾아와 선선한 공기를 내뿜을 것이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해진 우리만이 그날을 기억할 것이다. 참으로 힘든 여름을 잘 지나왔노라고. 여름은 그래서 시련이 아닌 삶을 강하게 거머쥘 수 있게 하는 힘을 내어 준다.

시련이라는 힘겨움이 지나는 곳에는 내가 해야만 할 그날의 과제가 자연스레 주어진다. 내가 해야 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찾아내고 행한 것만이, 내 것으로 이루게 되리라 믿는다. 주어짐 안에 내가 할 수 있는 일.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나의 운명이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일이다.


부정하기보다 스스로 안아 그 안에서 나의 것을 찾아낼 자유로의 선택. 그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마는 이왕이면 현실에 부둥켜안아 억지로 떼어내기보다 받아들여 인내하는 자세가 꼭 필요한 일임을 되새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p.139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p.139


유일한 한 사람, 나라는


세상에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선물이다. 우주 안에 깃든 단 하나의 나라는 존재를 깊이 인식하고 사랑하는 일들. 내가 행하는 일들이 내게 부끄럽지 않은 일들,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깃들기에 나부터 세상을 향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깃들다


내가 나로서 삶에 깃들 자세는 책 안의 귀한 문장처럼 감사함을 알아가는 일이다. 삶을 이룬 감사함을 알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일부터 느껴가는 것이다. 내가 보는 일, 듣는 일, 걷는 길마다 놓인 것 안에 소중하고 고마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연 안에 존재하는 사물의 모든 것들이 귀한 나와의 연결이기에 삶은 참 기쁘다. 주어진 순간마다 놓인 일들은 내가 겪는 하루만큼의 보상이다. 겪어내는 일들 안에 내가 대한 방식만큼 돌아오는 일들이기에.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짊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p.139


우리는 시련으로부터 등을 돌리기를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시련 속에 무엇인가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p.140


시련의 마주함


숨 가쁜 시절의 고통을 겪어낸 자들의 태도. 위기 안에 놓인 기회를 잘 일구어간 그들의 방식을 따라가기조차 두려운 일들, 버거움, 포기라는 일상의 수없는 질문 사이에 과연 인류는 어떤 선택을 하며 지금껏 이어져 왔을까. 눈을 떠 그들의 삶을 엿본 순간 경이로움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만큼의 시련과 그만큼의 다짐과 그만큼의 희망을 얼마나 무수히 되뇌었을까.


각각의 개인을 구별하고,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이런 독자성과 유일성은
인간에 대한 사랑처럼 창조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p142


지금까지 시련을 겪어오면서 다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을 잃은 적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한번 무엇인지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p.145.


“그대의 경험, 이 세상 어떤 권력자도 빼앗지 못하리!” p.146


경험뿐이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했던 모든 일, 우리가 했을지도 모르는 훌륭한 생각들,
그리고 우리가 겪었던 고통, 이 모든 것들은 비록 과거로 흘러갔지만,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존재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간직해 왔다는 것도 하나의 존재 방식일 수 있다. p.146
경험의 존재
우리가 처한 가혹한 현실에 과감하게 직면하자고 했다.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되고, 우리들의 가망 없는 싸움이 삶의 존엄성과 의미를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확신 속에서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p.147


살아 돌아온 사람이 시련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체험은
모든 시련을 겪고 난 후, 이제 이 세상에서 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경이로운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p.161


스스로 선택할 일들 앞에 두려움을 갖지 말자. 그 안에 놓인 기회와 희망을 바라보자.

시련은 반드시 두려움과 어려움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것을 마주할 용기가 함께 존재하기에.

나에게 놓인 잠재력의 힘을 믿고 열심히 살아내 보자. 선한 마음을 돌려 내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가 보자.

한 걸음씩 내디뎌 앞으로 나아가 보자. 일요일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월요일이니 그만큼 이루게 될 경험을 귀히 여기자.


용기에 대한
감사라는 방식이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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