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를 심어 놓고 봄 한철을 기다렸다
보푸라기가 가늘게 일어나는 가지에
순은 언제 올라오나
뒷마당에 제법 커진 배롱나무
그 팔목도 처음엔 가늘고 말랐었지
시간이 장딴지도 굵게 만들고
매끄러운 근육 키워낸 거지
너무 어린것을 심은 겐가
아니면 너무 늦게 심은 건가
뿌리에 묻었던 물기가 날아가 버렸는지 몰라
아니면 지 힘으로 자리를 잡기 전에는
거름을 주지 말라했는데
함부로 먹다 남은 것을 얹어줘서 그런가
아직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자꾸 곁에 가 서보지만
희미한 냉담만 흐를 뿐
붉은 장미 흐드러지는
오월이 다 가도록 소식이 없구나
오늘도 안 올 것을 기다리는 헛된 마음
죽을 줄 알았다. 묘목을 사다 심었는데 여러 날이 지나도록 새순이 돋지 않아 헛수고했다 싶었다. 장미가 시들고 여름이 되면 무성한 푸른 잎들만 천지를 이루니까 뭐 좀 꽃다운 게 있었으면 했다. 한 번 피면 백일을 간다는 백일홍을 앞마당에 심어놓으면 가을 국화가 피기 전까지는 꽃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런데 너무 어린것을 사다 심었는지 생각처럼 커주지 않았다. 말라가는 가지 곁에 가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기를 여러 날, 인제 죽었나 보다 하고 잊었는데 올봄에 보니 조그맣고 동굴한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얼마나 반갑고 오지던지... 여름이 되니 저렇게 자라서 제법 몇 송이 꽃도 피워냈다. 여리고 가늘었던 가지만 보고 죽을 거라고 상심했던 것은 나의 섣부른 예단이었다. 무엇이든 모두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