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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Nov 02. 2020

할 것: 정리를 닮은 글쓰기

어제보다 잘 쓰는 법_63일 차

며칠 전 정리 컨설턴트 정희숙 대표를 인터뷰했다. 회사의 유선 연락처를 대표의 번호로 곧장 연결해두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는 '자신을 보고 연락을 준 고객에게 직접 응답하고 싶다'며 회사로 온 전화를 직접 받는 것을 고집했다. 일에 대한 애착을 읽을 수 있던 대목이었다. 실제로 그는 생기 넘치고 힘 있는 말투로 열정을 전염시키는 사람이었다.


그의 정리는 '재고 파악'에서 시작한다. 일단 의뢰인의 집을 방문해 모든 물건을 끄집어내서 거실에 진열한다. 그리고 물건마다 필요한 양을 체크한 뒤 공간마다 역할을 부여해 재배치하는 것이다. 간단히 압축했지만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작업이다.


그의 정리 컨설팅을 거친 3000여 명의 의뢰인 중에는 쇼핑 중독과 우울증이 낫는 사람이 많다. 그런가 하면 배우자 혹은 자녀에게 의지하던 삶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많다. 제대로 된 정리를 통해 자신을 한층 분명히 알고, 물건이나 주변 사람에 마음을 옭아맨 상황을 적극적으로 바꿔 가는 것이다.


이 과정을 죽 들은 나는 그에게서 글쓰기에 필요한 마인드셋을 읽었다. 첫째는 집념을 발휘하는 방식이다. 집안 모든 물건을 한곳에 모아놓고 재고를 파악하듯, 쓰고 싶은 말을 일단 다듬지 않고 쏟아내듯 타이핑한다. 그리고 적정량만큼을 남긴 뒤 연결할 수 있는 개념을 이어가며 문장을 조금씩 덧대간다. 모두 집념이 필요한 대목이다. 쓸 수 있는 메시지를 남김없이 쏟아놓고, 필요 이상의 말들은 과감하게 버리겠다는 다짐 말이다.


둘째는 공간의 가치는 물건을 비울 때 나타난다는 점. 쓰지 않는 러닝머신, 실내 자전거, 피아노를 아까워서 못 버리고 있는 집이 흔하다. 그런데 3.3제곱미터당 가치를 따져보자. 수백, 수천만 원이 넘을 것이다. 아무리 고가의 물건을 들여놓은들 따라잡기 어려운 금액이다. 따라서 정희숙 컨설턴트는 이러한 물건들을 과감히 처분하고, 그곳에 각자 입맛에 맞는 드레스룸, 서재, 아기방 등을 꾸려보자고 조언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빽빽이 채울수록 의도와 다른 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문장을 쓰며 마음도, 부사도, 감정어도 비워야 하는 순간이다. 따라서 지향점은 그 반대다. 필자는 오히려 비우려 했으나 필자의 말이 또렷해지는 아이러니가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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