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쓰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꽤 최근에 자만추(자연스런 만남 추구),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 같은 말이 있었고 자만추(자보고 만남 추구), 인만추(인터넷 만남 추구) 같은 파생어도 있었던 것 같다. 틴더는 소개팅과 더불어 보통 잠재적 연인을 만나는 인위적인 방법이라 여겨지지만, 사실 저 모든 것이 두부 자르듯 깔끔히 나뉘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핵심은 만남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일단 아시다시피 틴더(tinder)는 영어로 부싯깃 혹은 불쏘시개를 뜻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틴더는 누군가와 만나 불꽃이 튈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물론 항상 불이 붙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와의 대화는 불이 붙기는커녕 끈적끈적해 보일 수도 있고 혹은 대화를 하기에는 너무 축축할 수도 있다. 너무 건조하고 거칠어서 성냥을 그었다간 그대로 머리가 똑 떨어질 것 같은 상대도 있다. 동시에 당신과의 하룻밤보다는 당신의 계좌에 더 관심이 많은 온라인 데이팅 사기도 있다. "인터넷에 이상한 사람 많지 않아요?"라고 걱정하듯 당신에게 말하는 친구는 그런 점에서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틴더는 로맨스를 걸고 벌이는 《오징어게임》 비슷하다. 대체 어떤 인간이 저 프로필 뒤에 머무르는지 알 재간이 없다(틴더 플래티넘 서비스를 구독해도 알 수 없다).
이렇듯 인위적인 시작이라도, 어쨌든 인연이라는 것은 만남의 연속과 대화의 반복을 통해 자연스레 깊어지는 것이다. 당신과 내가 카페에서 직원과 손님으로 만난다거나, 내가 길 가다가 떨어뜨린 손수건을 당신이 주워주었다면 훨씬 보기에 좋았겠으나, 어쨌든 그런 만남이라도 그냥 주문하신 아메리카노를 교환하고 주운 손수건을 돌려주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지 않은가? 첫 만남에 대한 집착을 거둔다면 어쨌든 틴더에서 만난 사람들도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자연스레 스며들기 위한 애정 어린 관심과 상대의 애정에 대한 표현들이 쌓여야 크레이프 케이크 처럼 달콤해지지 않겠는가.
인상적인 것은, 남성들보단 여성들이 더 잘 눈치채는 것 같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틴더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날짜를 말할 수는 없지만 틴더를 6년 넘게 사용하면서 문득 이들이 자신을 내세우는 방식이 바뀌었음을 느꼈다. 분명 원나잇이나 캐주얼한 섹스 상대를 찾는 플랫폼이 분명한데도 이들은 자신을 통해 '친구를 만들 수 있다'라고 홍보했다. 나는 거짓말을 참 어설프게도 한다며 그들의 가식에 코웃음을 쳤지만, 정말로 친구가 생겼을 때는 과거의 나를 성찰하게 되었다.
잠재적인 연인으로서의 친구 아니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틴더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관계가 4년쯤 되다 보니,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스타일이 아닌 나머지 그저 친구로 남은 관계를 넘어, 서로 삶의 고민을 나누고 각자의 하루를 격려하는 관계가 되었다. 무엇보다 만난 장소가 틴더여서 그런 것인지 서로의 망한 데이트썰과 연애 고민 등을 나누기 위해 틈만 나면 전화하며 깔깔거린다. 덕분에 틴더발 친구들과 나는 서로의 최근 연애사를 모두 공유하게 되었다.
결국 사람은 만나봐야 아는 거라고, 프로필로 사기를 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금전적으로 사기를 치는 것인지는 만나봐야 아는 것이라는 걸 틴더 하면서 슬슬 깨닫게 되었다. 황당한 경험도, 당황한 경험도, 좋은 경험도, 좋같은 경험도 결국 만나야 시작되는 거니까. 인터넷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지만, 그중에는 분명 딱 당신만큼 이상한 사람이 있을 거고, 둘의 이상함이 아주 잘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