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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타 Jul 24. 2023

내가 틴더에 갖다 받친 돈이 얼만데!

사람 고치는 법: 1. 못고침


가 틴더에 갖다 받친 돈이 얼만데!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말을 하기에는 내가 너무 쫄보라서 그런지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자 틴더를 썼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몇몇은 좋은 사람은 애초에 틴더를 쓰지 않는다며 나를 말렸으나, 나는 그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계속 스와이프를 했더랬다.


그렇게 허구한 날 틴더를 사용하다 보니 문득 내가 이것과 맺는 특정한 패턴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1) 틴더를 설치한다
(2) 다른 사람과 매칭된다
(3) 다른 사람과 만난다
(4) 그 사람과 연인이 된다
(5) 틴더를 삭제한다
(6) 그 사람과 헤어진다
(7) 틴더를 설치한다.
틴더를 벌써 6년째 사용하고 말고를 반복하면서 나는 이 특정한 패턴을 몸으로 익히게 되었다. 인연이란 오고 또 떠나는 것이며, 그 하나하나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모든 인연이란 순간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을 나는 스와이프를 하면서 얻었다.


그런데 문득 틴더를 설치할 때마다, 나는 그들 또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매번 틴더를 설치할 때마다 나는 이전에는 없었던 기능들에 놀라거나, 바뀐 인터페이스에 감탄하거나, 이전에 존재하던 버그가 없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많이 수고해 주고 계시는구나.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내게 크게 다가오는 것은 틴더에서 제공하는 유료서비스의 가격과 구성의 변화이다. 즉, 다시 말해서 유료 서비스의 가격을 높였다는 뜻이다.


도 닦듯이 틴더를 사용하다가 특정한 패턴을 깨달으면서, 동시에 나는 그 패턴을 어떻게 단축할 수 있는지를 몸소 깨닫게 되었다. 바로 돈이었다. 차마 돈이 아까워 몇 달짜리 패키지는 구매하지 못하더라도, 어디 한 번 시도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장 저렴한 한 달짜리 패키지를 야금야금 구매해서 썼다. 그리고 역시 매칭이 잘될 거라던 말이 허위광고는 아니었던 듯, 정말로 매칭이 늘어났다. 이 자식들이 설마 유료재화를 구매하기 전에는 일부러 이런 기능을 막아놓은 건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어쩌겠는가. 마이클 샌델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2012, 와이즈베리)에서 현대사회가 무엇이든 소비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음을 윤리학 관점에서 논의했다. 틴더의 유료재화는 적어도 내게 '사람 만나는 일에는 돈이 든다'는 말의 현현이었다.


꽤 만족한 나는 이래서 사람들이 게임에 현질을 하나 싶었고, 틴더를 설치하고 다시 가입할 때마다 한 달짜리 패키지를 무척 애용했다. 나는 사진 보정 애플리케이션과 화술로 채울 수 없는 나의 부족한 지점을 돈으로 메꾸고자 했다. 프리미엄이든 뭐든 간에 나는 유료 회원이 되었고, 부스트를 쟁여두었으며, 슈퍼라이크를 물 쓰듯 썼다. 그러나 나의 문제는 모든 일을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내가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틴더가 요금을 계속 올린다는 것이었다.


요즘 불경기라더니 여기도 그런가. 근데 여기는 한국이고 너희들은 캘리포니아잖아. 아니, 왜 이렇게 가격이 오른 거야? 예전에는 접근가능했던 유료서비스가 비싸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부스트 하나에도 손을 벌벌 떨게 되었다. 그것을 알아서 그런지 틴더 쪽에서도 '탈퇴하고 다시 가입한 사람'에게 이전의 구매 아이템을 복원해주기도 하고, 부스터를 2개씩 쓰면 부스트 시간을 더 늘려주고 그런다. 나 같은 충성 고객이 한 둘이 아니고서야 나올 수 없는 서비스일 테다.




그래서 그런가, 이제는 좀 번다는 듯한 그 태도가 밉고, 마치 계정공유는 사랑이니 뭐니 하면서 홍보하다가 갑자기 계정공유는 범죄라던 OTT 서비스처럼 쫌생이스럽지만, 어쨌든 나는 매번 틴더에게 큰 빚을 졌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던 좋은 인연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사진 보정을 열심히 하고 최대한 대화하며 입을 털어보겠으니, 틴더님께 장수와 번영과 포스가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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