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리얼중독자 Aug 23. 2024

더 이상 ‘데일리’ 시계는 그만

인스타그램 @vintwatches.de에 올라온 게시물에서 발췌하였다. 이 시계공은 마법이라도 부린걸까?


더 이상 ‘데일리’ 시계는 그만




딱 20개의 시계만을 가지기로 결심한 뒤부터, 내가 다시는 중고나라에 글을 올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몇 주 전에 내 컬렉션에 있는 시계 몇 점을 팔아치웠다. 그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견한 하나의 의견 때문이었다.


“저는 개인에게 오토매틱 시계는 8점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토매틱 시계는 필연적으로 주기적인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 너무나도 뒤늦게 마음에 와닿았고, 나는 결국 어정쩡했던 시계 몇 점을 헐값에 팔아서 눈앞에서 치웠다. 여전히 10점이 넘어가는 숫자의 시계를 갖고 있지만 시계를 팔아서 얻은 공간만큼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는 걸 느꼈다.


“만약 어떤 것을 사지 않는 이유가 가격 때문이라면 사라. 만약 어떤 것을 사려는 이유가 가격 때문이라면 사지 마라.”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 너무나도 뒤늦게 마음에 와닿았고, 나는 더 이상 어정쩡한 ‘데일리’ 시계를 구매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여기서 쓰이는 ‘데일리(daily)’라는 말은 재미있는 단어다. 상품을 수식하는 단어로서 데일리는 ‘매일 쓸 수 있는’, ‘질리지 않는’ 등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실상 매일 쓰지도 않고, 질리기도 십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데일리 아이템을 하나만 갖는 게 아니라 수십 가지를 모으게 되면, 결국 어떤 한 가지 데일리 아이템을 매일매일 쓰는 일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구매한 시계들도 마찬가지였다.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준수하며, 무난한 디자인 시계였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이미 가격이 비싸면서, 성능이 뛰어나고, 빼어난 디자인의 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이런 ‘데일리’ 시계를 많이도 구매했다는 것이다. 더 좋은 것이 있는 상황에서, 더 좋은 것을 전부 소비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보다 좋지 못한 것을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 아닌가. 나는 그 일을 해냈고 결국 이 지경이 났다.


더 이상 어정쩡한 시계는 사지 않으리라. 더 이상 가격 때문에 시계를 사지 않으리라. 더 이상 시계를 사지 않으리라. 이제부터 내 목적은 내가 갖고 있는 시계를 최대한 닳고 닳을 때까지 써서, 러그 한쪽이 망가지고 닳아서 떨어져 나가던지, 유리가 박살이 나서 다이얼을 뚫고 들어가던지, 아니면 더 무브먼트의 모든 부속품이 썩고 뭉개져서 더 이상 교환이 안될 때까지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1개의 시계가 망가진다면 이 시계를 대신할 예쁜 시계가 10개 정도 남아있을 것이다.




시계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이것이 구매 아니면 판매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소비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어떻게 시계를 잘 소비할 수 있을까? 시계를 소비하는데 그렇게까지 많은 이야기가 필요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딱 1개의 시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