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
한 번씩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나는 왜 쓰려고 하는가?'
여전히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답을 내리는 순간마다 다른 방향으로 어긋난다. 나는 왜 이러한 질문들을 쏟아내고 답을 찾으려고 하는 걸까? 이 또한 이렇다 할 명쾌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결국 '행복한 삶'을 위함이라는 영절스러운 답을 띄워본다.
일상에서 나에게 던지는 질문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고립된 생각들을 끄집어내 보는 시간이 된다. 내면의 자아와의 대화를 통해 나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괜찮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상처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었다. 상처를 받으면서도 나의 감정을 애써 외면했던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불편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면서도 나와의 관계는 에둘러 괜찮다며 가면을 쓰고 있었다.
매일 저녁,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하루 일과 중 행복했던 순간과 마음이 불편했던 순간을 함께 이야기 나눈다. 둘째 녀석이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요즘 불편했던 일들이 있었다며 운을 띄운다.
"저는 요즘 불쾌했던 일들이 있어요! 우리 반에 희연(가명)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희연이는 발표도 잘하고 생각을 또박또박 이야기하면서 잘 표현하는데 친구들에게 너무 배려가 없는 것 같아요!"
아이는 조심스레 희연이의 이야기를 꺼내며 생각을 이어갔다. 수업 시간에 발표도 잘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희연이가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모습과 달리 친구들에게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고 본인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모습이 배려심이 없게 느껴졌다고 한다.
"희연이는 체육 시간에 제가 줄넘기를 하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데 줄을 서지 않고 갑자기 나타나서 자기도 하고 싶은데 양보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봐요! 그리고 피구 할 때도 제가 공을 던질 차례인데 자기가 던지고 싶은데 양보해주면 안 되냐고 하기도 하고요. 두세 번 정도 그렇게 해줬는데 오늘 또 그러길래 오늘은 저도 하고 싶어서 싫다고 말하고 그냥 제가 던졌어요."
작년 일 년 동안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던 아이는 아픔을 딛고 일어나 이제는 명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아이로 성장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본질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고민한다고 믿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이 두려워 이해하는 척했고, 혹여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봐 괜찮은 척 쿨한 척했다.
결국 나는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아이는 나보다 훨씬 더 자신에게 거짓 없는 진솔한 모습이었다. 싫으면서도 에둘러 나를 달래며 합리화했던 시간들이 그려졌다. 무엇 때문에 솔직하지 못했을까.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과 사형 선고를 받은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냉소적인 모습을 보인다. 죽음을 앞둔 사람의 모습이 이토록 초연할 수 있을까. 그런 뫼르소의 감정선이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방인을 세 번째 읽게 되면서 생각은 달라졌다.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그것은 너보다 더 강하다. 나의 인생과 닥쳐올 이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내게는 있어. (중략)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언제나 또 옳으리라."
어머니의 죽음 목도하고 사형 선고를 앞둔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초연한 뫼르소를 누군가는 사이코 패스 같다고 표현하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뫼르소야 말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온전한 나로서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한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그 선택의 순간 누군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흔들리지도 휘둘리지도 말아야 한다. 언제나 답은 내 안에 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미움받을 용기'가 아닐까.
<함께 읽으면 좋은 추천 도서>
데이비드 섀넌의 '줄무늬가 생겼어요'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이 놀림거리가 될까 두려운 아이. 자기표현이 서툰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