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AN Aug 16. 2020

해후를 주제로 한 시들

8월의 두번째 베스트


*들어가기에 앞서, 이게 무슨 글을 뽑은 것인가?

에펨코리아의 '창작 도서 갤러리'에선 일주일마다 관리자가 주제를 하나 선정한다. 그러면 갤러리 이용자들은 그걸 주제로 게시판에 글을 쓰는데, 그중에서  좋은 글을 뽑아 베스트에 선정한다.  



안녕하세요? FCB9입니다. '해후'에 관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입니다.


해후,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우연히 만나는 것. 또는, 뜻밖에 만나는 것'을 뜻합니다.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죠. 재회, 상봉 등의 대체어가 여럿 있으니까요.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해후란 말에는 다른 단어엔 없는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쓰여야 할것 같은 느낌, 중후함이 내포한 단어가 바로 해후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우리 한번 생각해봅시다. 살면서 해후라 부를 수 있을만큼 중요한 재회가 얼마나 있었는지. 저는 곰곰이 돌아보니 해후가 딱 3번 있었습니다. 어떤 만남이었는진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릴게요. 요점은 해후의 유무이니 말입니다.

저는 이번 주제 '해후'에 딱히 별다른 특이한 감상이 없습니다. 사전에 나온 의미 그대로, 딱 그 뜻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저처럼 해후를 다루셨겠지요. 시는 시어에 대한 자신만의 시상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이러면 안될것 같다 하시는 분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해후는 원래 뜻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시가 나올 배경을 갖췄습니다. 그리워했던 상대와 오랜만에 재회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반가움, 너무 갑작스러워 생각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옅은 기쁨, 모르고 지냈던 지난 세월의 회포를 풀고 싶어하는 기대와 설렘. 잠깐동안 머릿속으로 그려봤는데도 여러 감정이 떠오릅니다. 참으로 기특한 시어 아닙니까.


그래서 이번주 베스트는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베스트에 뽑힌 시들을 만나러 가봅시다.




1. 그리움님의 '해후의 끝은 보름달이길'

https://m.fmkorea.com/3019192449

////////////

달이 차오르듯 너가 차오르던 나날들이 지나고,

긴 시간의 그믐끝에 너를 보냈었다.


그렇게 다신 오지않을 것만 같았던 보름달이,

갑작스레 나를 스쳐갔다.


아직도 동그랗구나,  너의 얼굴

아직도 빛나는구나 , 너의 미소


그 옆의 별자리는 내가 아니지만,

아직까지 머물렀던 한 구석의 별 하나를 기억해주길.


너와의 해후에 가슴시리지만,

시림의 채움끝에 나도 누군가의 보름달처럼 빛나길.

/////////

시평: 제가 시평을 쓸땐 매너리즘을 피하기 위해 '시적이다'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런 시엔 그런 표현을 쓸수밖에 없어 보이네요. 만남과 헤어짐, 해후를 달에 비유한 점이나 화자 자신을 달 옆에 떠 있던 별로 비유한 점, 마지막 행에서 전해주는 교훈과 여운까지. 훌륭한 시입니다.

오랜 시간 끝에 행해진 해후도 또 언젠가는 이별의 때가 옵니다. 보름달이 그믐이 되고, 다시 보름이 되면 또 다시 그믐이 오게 되니까요. 그러나 화자는 그런 달을 충분히 이해하고 내면의 성장을 이룩했음을 보여줍니다. 달이 주변에 있던 별에게 보름달이 되었듯, 그 별도 다른 누군가의 시림을 채워주는 보름달이 되기를 바라고 있잖습니까.

잘 읽었습니다.


 
2. 파도타기님의 '해후'

https://m.fmkorea.com/3020019617

////////


해후

그 시절이 아득하니
참 멀리도 왔나보다.

쏟아지는 삶이 쌓이고 쌓여
그때 향기 사라진 줄 알았는데

기억 한 조각 들춰
선명히 보려하니
그저 눈감을 수밖에

///////////

시평: 이 시는 시 안에서 해후를 하진 않습니다. 단지 화자가         과거의 만남을 되새겨 보려는거죠. 바쁘게 살다보니 어느새 훌쩍 지나고 만 세월, 그러나 아직도 선명한 향기는 기억을 불러 일으킵니다.

두 눈을 뜬 채 오래 살아왔으니 가끔은 눈을 감아도 괜찮겠죠. 화자는 자기 마음 속에서 혼자만의 해후를 할 시간을 원합니다. 기억은 살아있는 한 영원해요.

잘 읽었습니다.



3. 거절은거절해님의 '해후'

https://m.fmkorea.com/3027346037

///////

두번의 만남과 한번의 헤어짐이 있어야
비로소 해후라 할 수 있다
그런 세번의 인연의 끝에도
항상 기쁨만이 있는것은 아닐터
두번의 만남사이에는
수많은 엇갈림이 있었고
한번의 헤어짐에는
반드시 아픔이 동반됐다

간절히 원했던, 원치않았던
해후에는 후회가 스쳐온다
왜 이제야 만났나하는 후회도
이제와서 왜 만났나하는 후회도
다시는 후회하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끈질긴 인연에 다시금 후회하게된다

이제는 어렴풋한 추억과 아픔이
얼기설기 얽힌 주름진 손을 맞잡고
기약없는 해후를 약속하고서
멀어지는 발걸음 사이사이에
버려두기도하고
다시 줍기도 하면서
돌아오는 그 날밤의 길에서
초승달만이 오늘의 해후를
웃어주고 있었다

/////////

시평: 모든 해후가 화려하고 분홍빛인 것은 아닙니다. 인연에 악연이 있는 것처럼, 해후에도 서로가 불편한 만남이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앙금은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지고 마음도 같이 유해지게 됩니다.
 
그래서 해후는 어떤 사람과 하든 특유의 애틋함이 존재합니다. 살아온 삶의 증거를 해후한 둘이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작든 크든 정이 드는거죠. 인간으로서 성숙해지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해후를 깊이 이해하고 계신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시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이번주 베스트는 잘 읽으셨나요?
다음주에도 좋은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작가의 이전글 어느 연인들의 권태기 -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