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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AN Sep 13. 2020

염원을 주제로 한 시들

Feat. 눈물을 마시는 새

안녕하십니까, FCB9입니다.
염원을 주제로 한 이주의 베스트 시간이네요.


염원은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간절히 바라는 것을 뜻합니다. 일생 일대의 소원, 평생을 바쳐도 모자를 숙원 등은 모두 염원과 비슷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봐도 되겠죠. 생각 념에 원할 원, 원하는 것을 항상 생각의 밑바탕에 깔아둔다는 소리로도 들리네요.

다른 일, 다른 생각을 할 때도 마음 속 어딘가에선 바라는 무언가를 위해 심리적인 사념을 할애한다. 솔직히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가 잘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효율적이잖아요. 이 일을 할 땐 여기에 집중하고, 저 일을 할 땐 저기에 집중해야죠. 괜히 욕심만 부리다 이도 저도 안되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염원, 소원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람을 보면 이 생각은 쏙 들어가게 됩니다. 바라는 일을 이루기 위해 잠을 자고 음식을 먹고 능력을 기른다. 이미 그 사람에게 염원은 단순한 바램이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된 것입니다. 효율 비효율을 따지기 전에 염원과 그 사람을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목표에 몰두하는 이는 아름답습니다. 설령 사람이 아닌 동식물이라고 해도.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통칭 장편소설 새 시리즈에선 '레콘'이라는 종족이 등장합니다. 살면서 이룰 목표를 하나 정한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신체적 능력을 이용해 다른 종족, 다른 동족은 꿈도 못 꿀 자신만의 세상을 빛내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죠. 그래서인지 레콘 등장인물들 중에선 멋진 명대사를 남기는 캐릭터가 많습니다. 작품의 철학적 주제를 꿰뚫거나 인생에 관한 철학적 자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말들이니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야기가 중간에 다른 곳으로 빠졌네요. 뭐 어쨌든 이번 주제 염원은 이런 단어였습니다. 마음 속 깊이 바라마지 않는 것. 글을 올려주신 여러분들도 하나씩은 가지고 계시겠죠.


그럼 지금부터 만나러 가봅시다. 우리가 품고 있는 염원을 찾아서.


1. 달그밤님의 '영원과 염원'

https://m.fmkorea.com/3069349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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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가 영원하려면
서로에게 둥글게 대하면 된다
말투도, 몸짓도, 표정도
모두 둥글면 된다

우리 사이를 끝내려면
서로에게 염원하면 된다
말투도, 몸짓도, 표정도
모두 서로에게 바라기만 하면 된다

영원처럼 둥글던 우리 마음은
염원처럼 네모난 모서리가되어
염원한 사랑 대신 영원한 상처가 되었다

영원을 기도하다 염원을 기도하는 순간
그 순간이 우리 사이의 끝임을 이젠 안다

///////

시평: 참 형상학적으로 아름다운 시네요. ㅇ과 ㅁ의 모양을 이용한 시상의 풀이와 염원이라는 단어에 담긴 무거움을 강조한 것이 특징적이었습니다.

이 시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둥글게 대해라. 그러면 사이가 오래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딱딱한 모서리가 생기는 네모처럼 대하면 머지 않아 관계가 끊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게 끝이었다면 베스트로 고르지도 않았겠죠.

달그밤님은 염원이 가지는 특성과 의미의 진중함을 이용해서 사랑의 자세가 변모하는 과정을 내용에 담으셨습니다. 염원은 간절히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연히 그 소망은 평범한 사랑, 둥글게 대했던 사랑보다 무거워질 수밖에 없고, 또 딱딱해져야 했습니다. 딱딱해진다는 것은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저는 이게 '수동적으로 변한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능동적인 사랑은 상대가 나에게 바라기 전에 먼저 베푸는 사랑입니다. 사랑해주고 싶고, 더 많이 주고싶은 사랑꾼의 마인드지요. 반대로 수동적인 사랑은 일방적으로 바라는 사랑입니다. 자기가 베풀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저 상대가 원하는대로 해주겠지...하는 마음이지요. 수동적인 사랑은 서로가 서로에게 모서리를 내미는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모서리는 둥근 것보다 무겁죠. 둥근 건 굴리면 그만인데 네모난 건 들고 가야 하니까요.

글로 하여금 여러 감각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접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 끝없는갈증님의 '되돌아오라'

https://m.fmkorea.com/3074882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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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이 거리에

젊은 낭만을 외치고



누군가의 한숨 없이

가게 문들 닫히고



늦은 밤 기침소리에

그 사람을 걱정해주는



그런 날이 다시 오겠죠

일상이 돌아와야겠죠

////////

시평: 소소한 평안은 잃었을 때 비로소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당장에 지금 이 시국만 봐도 그렇고요.

이런 평안은 어찌보면 평범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염원으로 삼는 사람은 현재 상당히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의미겠죠. 그러나 염원의 정체가 사소한 것이라 해서 그 바램의 정도가 약한 것은 아닙니다. 걱정 없이 지냈던 일상을 되찾고 싶은 마음은 생존 본능의 절박함과 맞먹을 정도니까요.

시의에 적절한 감성을 자극하는 시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3. 민트맛병아리님의 '산사'

https://m.fmkorea.com/3071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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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던 울음도 그치고

새벽이 밝아온다


인적 드문 산 속에 

고요한 산사


노스님은 오늘도 절을 올린다

혹시 계십니까

이 세상의 모든 고통 

모두 사라지게 하실 분


해가 떠오른다

반개한 부처상의 붉은 점 티카는

유난히도 새빨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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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베스트에 뽑힌 시들 중에서 가장 무거운 염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세상 모든 고통들로부터의 해방. 이것은 적지 않은 종교가 추구하는 궁극의 지향점입니다.

종교가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앙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염원도 종교와 굴레가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개인이 갖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종교가 바로 염원이 아닐까요.

아무튼 이 시의 화자는 궁극의 염원을 가진 채로 이 소원을 이뤄줄 신을 찾고 있습니다. 아까 위의 시에서 염원의 수동적인 측면을 비판했던 제가 말하긴 좀 그렇지만, 이런 염원은 사람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타인에게 의지하는 화자를 비판하기도 힘든 노릇이죠.

그리고 이런 막연한, 혹은 원대한 염원을 가진 사람은 우리 생각보다 더 많습니다. 대부분이 지금의 삶이 너무나 힘들어서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거죠. 앞으로는 좋은 일만 일어날거야.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모든게 달라져 있을거야. 일종의 상황도피나 자기최면에 가깝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안쓰럽고 또 미련해 보이지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우습게 여길 이유가 과연 있기나 할까요. '넌 그냥 헛된 망상이나 하고 있는거야'라고 산통을 깰 수도 없고, 그 사람의 신세를 펴게 해줄 수도 없습니다. 그들이 다만 타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존중일 것입니다. 허황된 욕망이라 해도 내 염원을 믿어주고 응원해줄 사람. 나의 심지를 업신 여기지 않고 따뜻하게 지켜봐주는 사람. 그들은 그거면 충분합니다 .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고작 그게 다고요.

너무 큰 염원을 가진 사람의 서글픔이 느껴지는 시였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이번주 베스트는 어떠셨나요.
모두의 염원이 담긴 만큼 지금 이 베스트도 그 열기를 조금이나마 흉내낼 수 있었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주 베스트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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