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아이

참았다 참는다 참는건가?

by Ellie J

아이는 어릴 적 부터 못된 괴물아이와 같이 살고 있었다.


그 괴물아이는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는지 아이를 직접 해하지는 않았지만, 엄청 이기적이었다. 괴물아이는 안타깝게도 아주 앙증맞고 어여쁜 얼굴을 하고 있어 동네 사람들은 모두 그를 사랑하였다. 그러니 못된거겠지만. 괴물아이는 아이가 태어날때부터 마뜩치 않아했다. 자신이 온전히 받아야할 애정을 빼앗겼다고 느끼는 듯했다. 괴물아이는 아이의 새옷 새가구 새음식 어떤것도 쉬이 가지도록 허용하지 않고 망가트렸다. 아이가 아기였을때부터 그 어여쁜 큰 눈을 쭉째진 모양으로 항상 째려만 보았다. 냉기가 나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이는 반항조차 못하는 갓난 쟁이 때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았던 터라 항상 주눅이 들어 있었다. 부모에게도 뭐 하나 시원스레 달라고 하기도 무서웠다. 원하는 것 얻기보다 저 스산한 눈총을 안받는게 더 안전할 거 같았다. 아이의 부모는 사랑이 넘쳤지만 삶이 여유롭지 못해서 아이를 제대로 돌볼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괴물아이가 아이를 괴롭히는지 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아이가 괜히 괴물아이에게 시비를 걸지 않으면 그렇게 아무도 방어해주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아이는 하나둘 포기하는 법 부터 배웠다. 욕심내지 않고 나한테 주워진 조그마한 영역에서만 있는 것. 존재를 들어내서 주목 받지 않고 숨어서 지내는 것. 그것이 아이가 어릴적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아이는 점점 어디 한부분이 망가진 느낌이었다. 한 여름이 되어 땀을 뻘뻘 흘려도 불편한 줄도 모르고 두꺼운 솜이불을 바꿔 달랄 생각도 않아는 아이. 소리에 예민해 조그마한 소음에도 불편함을 느낄텐데도 주변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음 속에 자신을 방치하는 아이. 창으로 달빛이 너무 잘 들어와 밤에 잠을 설치면서도 커튼을 달 수 있다고 생각도 못하는 아이. 조금만 노력하고 표현하면 다 바꿀 수 있는 것들 조차 바꾸려고 생각조차 못하는 아이. 아이는 그렇게 모든 걸 참는 아이가 되었다.


더 안타까운 건 그 아이는 참으로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남들보다 더 많은 소리가 들리고 더 많은 빛을 보고 더 많은 맛을 느끼고 더 많은 감정을 알아차리는 감각들을, 제대로 훈련하면 멋진 꽃을 피워낼 그 오감을 힘없이 방치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최악의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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