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쥰세이 Oct 10. 2024

가을산문.

자만추 (자연스런 만남 추구.)

첫 만남에서 여러무리들중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너.

적당히 말랐고, 적당히 자유분방했던 개성넘쳤던 옷차림,

그에 반해 화장은 수수하게 파운데이션만 살짝 한듯한 깔끔한 인상의 하얀피부.

여성스럽고 여자여자한 외모와는 반대로

말투와 행동은 종종 거칠거나 공격적으로 나올때가 있는 너.

겉으로 강한척 하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보호하기위해 일종의 보호색으로

강하고 거칠고 딱딱하고 약간 무례한 말을 하기도 한다.


외강내유라고 할까.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본 그녀는.

초동안인 얼굴에다,

나와 종종 대화할때면 누구보다 진지하고, 상대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자신의 의견과 경험을 들을 가감없이 말하는 류의 여자이다.


난 우유부단의 전형인데 반해

그녀는 칼이다. 기면기고 아니면 아니다.


누구와 만나서 대화하느냐에 따라사 카멜레온 같이 변화무쌍하다.


지난주에 갔던 가을맞이 교회 나들이.

덕수궁.

난생처음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고,

내부도 처음 들어가보았다.


적당히 사람이 붐볐고 비가 살짝 오다가 그치다가 했지만,

선선한 날씨에 기분이 괜스레 좋아지는 날이었다.

보물찾기 게임,

사진 콘테스트, 그리고 여럿이서 먹었던 저녁의 소고기 국밥 맛집.

카페에서 마지막으로 모여서 대화하다,

저녁예배를 드리기엔 너무나 피곤해서,

난 저녁만 먹고 주차해둔 차를 타고 집에 가기위해 버스에 올라,

교회까지 갔다가 몇몇 지체들에게 집에 갈거라고 미리 말해놨었기에,

바로 집으로 향했다.


널 보면 베시시 웃음이 나.

눈치 챌까봐 잠깐 잠깐 곁눈질로 널 보는게 즐거워, 아니 행복하다.


내 버킷리스트는 꼭 이루고 말거야.

니가 갔던 그곳을….나도 언젠가는 갈거야. 50이 되기전에 말야.


늘 씩씩하고 밝고 쾌활하고 주관이 뚜렷한 너의 장점들을 본받고 싶어.

배우자 조건중에서 믿음을 70%로 볼만큼 하나님에, 그리고 믿음 생활에 누구보다 진심인 너.


자만추.

억지로 말을 걸필요도 없어.

억지로 눈에 띄려고 튈 필요도 없어.

말을 많이 하거나 튀는 행동을 해서 관심을 사려할 필요도 없어.

걷다보면, 어느새. 너와 단둘이 걸음을 맞추며 날씨얘기, 덕수궁 얘기, 그외 잡다한 얘기들을,

하고있는 너와 나.


그렇게.널 대하려고.

억지로 붙들려하지않고, 자연스럽게 대화할 기회가 우연히 생기면 그때 진솔하게 대화나누고,

억지로 전화번호를 물어보지도 않고,

자연스레, 그렇게 내가 너에게 물들어가듯이, 너도 나에게 조금씩 물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동안 내가 약했던 부분,

내가 집착했던 부분들을, 널 대할때면 되려 내려놓게 되고,

하나님께 우리의 관계를 맡겨버리게 되서, 마음이 몹시도 편하다.

각자 좋은 짝을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결혼하면 좋겠고,

우리 둘이 가정을 이루고 결혼할수도 있겠지.


열린 결말이라, 되려 마음이 많이 편해.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수수한 네 외모와 성격처럼.

다리가 긴 네가 한걸음 걸으면 너보다 다리가 짧은 내가 두세걸음 더 걸으면 되니까,

보폭을 맞추는게 그리 어려운건 아니니깐.


마음의 거리.

친밀함, 가벼운 장난과 가볍고 유쾌한 농담들.

너가 나를 스스럼 없이 대하는 것처럼,

나도 너를 앞으로도 쭉 스스럼없이 대할게.


기쁘고 고마워.

널 알게되서.

그리고 항상 건강해라. 건강하자.

그리고 그전처럼 스스럼없이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대화하자.

여우와 어린왕자가 친구가 될수있었던 시간과 둘 사이의 거리처럼.

시간이 우리 둘사이의 거리를 때론 좁혀주고,

때론 멀찍히 떨어트려 놓겠지.


땡큐.

날 살고싶게 만들어줘서.

지옥같은 나날들이 계속되는데도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게 해줘서.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작가의 이전글 비혼주의자 = 독신주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