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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ungmi May 13. 2024

생애 첫 할로윈

할로윈의 악몽

10월의 마지막 날,

옥빌에서의 첫 할로윈을 맞이했다.

사탕을 받기 위해 남의 집 문을 두드려본 경험이 없는 나와 남편은 할로윈 당일이 되어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5시쯔음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있을 무렵,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벌써 시작인거야?’


설레이는 마음으로 집 문을 열어보니 ‘Trick or Treat’ 하는 소리와 함께 분장을 하고 할로윈 의상을 차려입은 귀여운 꼬마아이들이 문앞에 서 있었다.

꼬마아이들 뒤로 역시나 할로윈 의상을 차려입은 아이들의 부모가 한껏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아이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놀이공원에서나 볼 법한 공룡 코스튬을 입은 아이의 엄마도 있었다. 공룡의 발로 저벅 저벅 아이의 뒤를 열심히 쫓아왔을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듯했다.


나는 꼬마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한 손 가득 사탕과 젤리봉지를 집어 할로윈 바구니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남편과 나와 아이들은 생애 첫 할로윈을 맞이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앞마당에 할로윈 장식이 있는 집들이 아이들의 표적이 되었다.

마당에 기다란 유령 장식을 걸어놓고, 집 문을 향해 다가서면 무서운 유령소리가 나오도록 장치해놓은 집 앞에서, 동네 아이들은 까무라치듯 비명을 지르며 웃고 도망을 쳤다.


아이들이 집 문을 두드리면 어김없이 누군가 문을 열고 나와서 사탕과 초콜릿을 한움큼 씩 담아주었다.

집집마다 앞마당은 재미있고 기발한 할로윈 소품들로 가득했다.


지붕과 집의 벽면을

온통 할로윈 장식으로 가득 채운 집

집앞에 사탕 바구니를 들고나와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할머니

집문을 열고 무심하게 사탕을 넣어주는 아저씨

할로윈 의상을 한껏 차려입고

아이들을 맞아주는 아주머니

할로윈을 온몸으로 즐기는 사람들과

다소 귀찮은듯 무심한 사람들까지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보는 할로윈에 신이나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집 앞의 마을을 한바퀴 돌고나니 어느덧 날이 저물어가고있었다. 아이들은 이웃 마을로 이어진 길고 좁은 골목길 앞에서 재촉했다.

“엄마, 우리 저쪽으로 먼저 가도되요?”

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은 골목길로 달려갔다.

‘저렇게 신이날까?’

남편과 나는 뒤따라 걸어가며, 뛰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길고 좁다란 골목길의 끝에는 찻길이 있었고, 나는 아차싶은 마음에 아이들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찻길을 건너고있었다. 첫째 아이는 길을 거의 건너 간 상태였고 둘째 아이가 이제 막 건너기 시작했을때 차도에서는 아이를 향해 차가 달려오고있었다.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 같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빨리 건너가야할지

아이를 잡아끌어야할지

머리속이 하얗게 굳어버린 순간

뒤따라오고있던 남편이

벼락처럼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슬로우 모션에서 깨어나듯 둘째 아이의 뒷덜미를 가로챘다.


너무나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다시 떠올려봐도 아찔한 상황이었다.

둘째 아이의 할로윈 의상은 강시여서 모자부터 발끝까지 까만색이었다. 해가 지고난 후의 어두운 찻길에서 온통 검은색 옷을 입은 작은 둘째 아이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놀란 마음을 잠시동안 진정시키고 우리는 마을을 돌며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모르는 옥빌에서의 할로윈 밤을 만끽했다.


둘째 아이의 마시멜로우 같은 손을 볼에 갖다댈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아찔했다. 그리고 할로윈 밤의 악몽같았던 이 찰나의 순간으로 끝이났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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