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글쓰기 커뮤니티 <글또>를 하며 경험한 것들
<글또>는 개발자들이 모여 글을 쓰는 모임으로, 2018년 1기 13명의 인원으로 시작해서 2025년 현재는 639명의 인원으로 10기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나는 9기(2023.11~2024.05)부터 이번 10기(2024.10~2025.03)까지 참여하고 있는데 어느덧 10기 일정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어서 지난 글또 생활을 돌아보는 글을 써본다.
글또라는 글쓰기 커뮤니티를 통해서 내가 겪은 11가지의 경험들에 대해 소개한다.
글또 9기에 지원할 때 <삶의 지도>를 그려서 제출해야 했다. 자유 양식인 데다가, 다른 참여자들의 삶의 지도를 참조할 수도 없었어서 느낌껏 작성했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2년 전에 작성했던 <삶의 지도> 꺼내보았다.
처음 <삶의 지도>를 작성할 당시, 노션을 열어두고 한참을 눈만 꿈뻑였다. '어떤 지도를 그리지?' 막막함이 앞섰다. 당시 Non-IT 직무에서 IT 직무로 전환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나는 오래도록 국제협력 분야에서 사업관리(Project Management)를 해오다가, 이제야 막 데이터 엔지니어들이 모여있는 세계에 발을 들인 상태라 여전히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커리어를 피벗 하고 싶어서 이직했지만 내 정체성은 과거에 굳건히 묶여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데이터人'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삶의 지도>를 작성했다. 실로 진지한 순간이었다. 어떻게 해야 더 빠르게 내 정체성을 '엔지니어'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고심한 결과가 나의 <삶의 지도>가 되었다. 지금 다시 꺼내보고 보니, 지도가 허술하긴 해도 얼추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때의 고민이 유효했음을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고민해보지 않았다면 여전히 허둥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글또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활동은 2주에 하나의 글을 써서 제출하는 것이다. 한 기수당 10여 편의 포스팅을 하도록 일정이 잡혀있다. 격주마다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게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빠듯하다. 틈틈이 글감을 고민하고, 차근차근 써두지 않으면 제출 마감일이 되어서야 급한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된다. 데드라인에 맞추어 벼락 같이 글을 써서는 분량만 겨우 맞춘 허섭한 글 밖에는 쓸 수 없다. 그렇기에 글쓰기에 시간관리와 전략이 필요해진다. 글또를 하면서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글을 주기적으로 쓰기 위해 미리 글감에 대해 고민하고,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배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이 포스팅 횟수도 늘려주고 글의 품질도 높혀주었다.
나는 글또 활동과 함께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에 여러 글을 포스팅할 수 있었다.
2023.10~2025.03의 기간 동안 총 43편의 글을 썼다.
기술 - 15건
커리어 - 11건
문학 - 8건
개인 - 9건
총 43건의 글 중 직접적으로 글또에 제출하기 위해 쓴 글은 20여 편 남짓이지만, 이 많은 글들을 남길 수 있었던 데에는 글또의 덕이 크다. 개인적인 일이나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글또라는 시스템 덕분이었다.
지금 이 글을 게시하고 있는 공간인 브런치스토리(brunch.co.kr)는 Daum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이다. 브런치스토리는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우수한 글을 쓴 작가를 '크리에이터'로 선정한다. 맛집, 여행, 리빙, 라이프, 스타일, 푸드, 자기 계발, 가족, 연애 등 분야별로 크리에이터를 선정하는데 나는 2024년 2월에 커리어 분야의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이후로 내 글들에 대해서 다시 성찰해 볼 수 있었다. 나는 내 글을 잡문쯤으로 치부해 왔는데, 제삼자가 보는 나의 주제어는 '커리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요즘 내 인생의 가장 큰 화두가 커리어라는 게 글쓰기에 묻어난듯하다.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는 게 가시적인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혜택으로는 브런치나 다음(Daum) 메인 페이지에 게시될 확률이 좀 더 높아진다는 것과, 수익형 연재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다만 '크리에이터이니까' 더 자주 포스팅하고,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은은한 부담감을 가지게 되었다. 선정된 지 벌써 만 1년이 지났는데, 그대로 커리어 분야의 크리에이터인걸 보면, 여전히 잘해나가고 있나 보다.
글또 커뮤니티에는 글쓰기를 독려하기 위한 여러 시스템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큐레이션이다. 글쓰기 제출을 완료하고 나면 운영진들이 일정 기준을 가지고 제출된 글들을 검토하고 구성원들에게 추천할만한 글을 선정해 큐레이션 해준다. 큐레이션을 통해서 백엔드, 프론트엔드, 데이터 엔지니어링, ML, AI, 데이터과학, 인프라, 안드로이드, iOS, 풀스택, PM/PO 등 다양한 분야의 IT 종사자분들의 글을 접할 수 있다.
나는 데이터 엔지니어 채널에 글을 제출하는데, 총 6건의 글이 큐레이션 되었다. (2025.04.17. 이 글도 큐레이션 되었다.)
글또를 하면서 제출했던 모든 글에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큐레이션 된 글들은 실로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투입한 글들이다. 글의 구조화나 도식화에 많은 시간을 썼고, 다양한 독자들에게 관심을 살만한 범용적인 주제인 경우가 많다. 주제가 큐레이션 될만하다 싶으면 좀 더 욕심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을 더 썼던 것 같다. 큐레이션 시스템이 확실히 더 좋은 글을 쓰도록 고민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어 주었다.
글또에서 큐레이션 된 다른 글들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 9기 https://github.com/geultto/geultto-curation/blob/main/geultto9.md
- 10기 https://geultto.github.io/curation
뛰어난 글을 써야 달성할 수 있는 큐레이션만이 유일한 피드백 창구는 아니다. 글또 운영진들은 참여자들이 글을 잘 쓰고 있는지, 더 개선할 점은 없을지 점검할 수 있도록 좋은 도구를 마련해 두었다. 글을 제출하고 나면 글빼미라는 bot을 통해서 글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
LLM을 통해서 제출한 글에 대해서 (1) 요약, (2) 글의 강점 세 가지, (3) 개선이 필요한 점, (4) 총평을 제공해 준다. 사람이 직접 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작업인 데다가 작성자와의 감정적 문제를 겪을 수 있는데 LLM을 통해서 효율성과 효과성 두 가지를 다 잘 잡은 서비스다. 내 글은 주로 결론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고, 나도 공감하는 바였다. 글을 쓰다 보면 마지막에 힘이 빠져서 마무리를 날림으로 하곤 했다. 글빼미로부터 결론이 보완하면 좋겠다는 명시적 피드백을 받고 난 이후로, 이 점을 특히 신경 써서 글을 작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확실히 결론을 보강하면 더 균형 잡히고 완결성이 있는 글이 되어 만족스러웠다.
큐레이션 된 글 중 하나였던 데이터 거버넌스의 첫걸음, 데이터 표준화 글을 글또 멤버에게 표절당했다. 당시 막 완수한 데이터 거버넌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겪었던 고객사의 Pain point나 우리 팀의 해결안 등 실제 경험을 실무적 관점에서 진솔하게 담아낸 글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글또에서 다른 멤버들의 글을 읽다가 문제의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데이터 거버넌스 관련된 글이라 유독 더 눈에 띄었다. 사실, 국내에서 데이터 거버넌스 컨설팅을 하는 회사가 몇 없기에 동종의 데이터 컨설턴트를 만났다는 기쁨도 앞섰다. 같은 데이터 거버넌스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도메인이나 대상 시스템의 성격과 규모 등 환경적 차이에 따라서 접근법이나 전략이 달라지기에 '이 분은 어떤 해결책을 고객에게 전달했을까?' 궁금함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글을 클릭했는데... 웬걸. 세부 목차의 네이밍과 본문의 어투만 조금 달라졌을 뿐, 글의 구조나 콘텐츠가 내 글과 동일했다. 아, 이 분의 전략은 copy and paste인건가. 혹시 reference로 내 블로그를 달아두지는 않았는지 스크롤을 쭉 내려보고는, 그것마저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실망감에 창을 황급히 꺼버렸다. 그 이후로 그 멤버가 써내는 모든 글이 빈 깡통 같게만 보였다.
이 이후로 9기가 마무리될 때쯤, 글또 활동에 대한 만족도 조사 서베이에 이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때 내 응답을 보고 성윤님께서 별도로 연락을 해와주셨다. 내가 겪었을 감정선에 몹시 공감해 주시면서 본인이 겪었던 표절에 대한 경험도 이야기해 주셨다. 참고자료를 표기하도록 중재해 주셨고, 일은 평화로이 마무리되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적절한 표기 없이 가져다 쓰는 것이, 원작자의 마음을 얼마나 깊게 상처 내는지 알게 되었다. (게다가 작은 앙심까지 품게 한다..!) 앞으로 나는 창작자로서 나만의 정성을 들인 글을 쓰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간혹 브런치스토리를 보고 내 공간인 걸 알아차리고 다가오는 동료들이 생겼다. 동료들이 관심 있어하는 자격증 중 하나인 DAP 관련된 글을 여럿 브런치스토리에 썼기에 검색에 걸려 들어왔다가 프로필을 보고 알아차린 것이었다. 처음에는 안절부절못하였는데, 곧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동료들에게 내 글 공간을 들키고 싶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모두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내 글쓰기 실력을 들키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내 공간을 발견한 동료가 해준 말 이후로 이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H님 글을 참 잘 쓰시네요.
둘째, 내 사생활이나 성격이 오픈되는 것이 싫었다. 내가 알려주지 않은 내 개인적 생활의 면면이나, 직장에서 드러내지 않는 모습들이 글 속에는 모두 담겨있다 보니 글을 보여주기 싫은 마음이 컸다. 그렇지만 이것은 자의식 과잉... 사람들은 나에게 그리 큰 관심이 없다. 내 글 공간을 발견하더라도 이글 저글 다 읽어본다던가, 꾸준히 읽어 줄 만큼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만일 있다면 대체로 내 글을 좋아하기 때문이니까... 그렇다면 더 보여줘도 괜찮지 않을까? 용기를 가져도 괜찮겠다 싶다.
지인들에게 내 글쓰기 공간을 공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은 내게 큰 의미를 지닌다. 내 글을 드러낼 용기를 가졌다면 나 자체를 드러낼 용기를 갖게 되었다는 말과 다름없다. 어쩌면 나의 진짜 글쓰기 인생이 시작된 지점이 아닐까.
글또는 글쓰기를 위한 커뮤니티이지만 다양한 소규모 모임을 제안하고, 운영할 수 있다. 나는 열음님과 함께 하고 있는 세계문학 북클럽 <보이지 않는 세계들>의 신규 회원을 모집하기 위한 홍보를 하기도 했다. 개발자 모임이다 보니 세계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란 예상이었지만 혜성과 같이 바다님이 나타나주어서, 중동문학 읽기를 함께 즐겁게 했다.
음악감상회에 참여해서 다른 분들의 플레이 리스트를 들으며 와인을 마시기도 했다. 새로운 노래를 영 찾아 듣지 않고 오로지 유튜브뮤직 알고리즘에 선곡을 맡겨버린 나에게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고, 사랑하는 음악들을 품고 온 사람들 사이에서 보낸 낭만 가득한 밤이기도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늘 자신의 To do list를 공유하는 소모임에도 참여했었고, 요즘에는 대학원 준비를 하는 소모임에 들어가서 대학원 입시나 영어 시험공부에 대한 정보도 얻고 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열정의 기운이 좋다.
글또의 매력은 다양한 IT 업계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소규모 채널 활동을 권장하고 있어서, 취미가 비슷하거나 지역이 같거나 공부하는 분야가 같은 사람과 만날 기회가 많다.
기본적으로 매 기수마다 같은 빌리지(내 경우는 데이터-AI 빌리지) 사람들 4-6명을 커피챗 조로 편성해 줘서 만날 수 있도록 매칭해 준다. 데이터 직군의 분들과 만나면서, 내가 속한 조직 밖에서의 데이터 엔지니어링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자발적으로 조직된 데이터 엔지니어 커피챗에도 참석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서 네이버, 카카오, 라인의 데이터 엔지니어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컬리, 직방, 에이블리와 같이 핫한 스타트업에 재직 중인 분들과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기수 데이터 엔지니어 커피챗은 참여자분들의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아 모임이 자꾸 밀리게 되어서 온라인 커피챗을 제안해 진행했다. 내가 계속 모임 일정과 장소를 조율해오기도 했고 그 어색함을 그냥 두고 볼 자신이 없어서 퍼실리테이터를 맡아했다. 참여자분들 모두 온라인 커피챗이 처음이었는데 내 덕에 원활히 진행된 것 같다고 해주셔서 안도했다. 어디서도 앞장 서본 적 없는 내향인간인 내게는 이 경험도 크고 귀중한 경험이었다.
지역 커피챗에도 최대한 참여했다. 이런 모임에서는 데이터뿐 아니라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나 분석가분들 등 다양한 직군의 분들과 교류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글또 커뮤니티의 특성상 취업준비생부터 1~4년 차의 주니어분들이 멤버의 주축을 이루고 있어서 나같이(...) 5년 이상의 커리어를 가진 중니어~시니어 분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연차가 비슷한 분들은 어떤 고민과 도전 과제를 가지고 계실지 궁금한데 내향적인 성격 탓에 커피챗 조직은 하지 못했다.
글또 커뮤니티가 자랑하는 가장 큰 행사는 반상회다. 반상회는 빌리지(데이터-AI, 모바일, 프론트, 백엔드, PM/PO)별로 멤버들이 모여서 빌리지 구성원의 발표 세션도 듣고, 조별 네트워킹도 할 수 있는 자리다.
반상회에서 AI 로보틱스를 주제로 발표가 있었는데, 내 직무나 관심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자발적으로는 들을 엄두도 못냈을 분야의 발표인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들었던 경험 자체가 센세이션 했다. 앞으로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참석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지식을 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네트워크를 위한 조 편성을 위해서 사전 설문이 있었는데, 나는 비슷한 직무의 분과 교류하고 싶다고 답했었다. 이번 네트워킹 조에서 데이터 아키텍트 분을 한 분 만나서 신났다. DA가 워낙 적고, 주니어는 더더욱 드물다 보니 무척 반가웠다.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업무 관련한 기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SQLP 공부 열심히 해보자며... 심기일전하는 마음을 잔뜩 충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 SQLP도 합격했다.
https://brunch.co.kr/@hnote/166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서 참석자 식사를 위한 햄버거나 간식, 굿즈 등 사전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있어서 운영진분들 노고에 감동했다. 반상회 행사 이벤트로 찍은 4컷 사진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지식과 함께 좋은 추억과 인연까지 만들어준 행사였다.
글또 활동이 시작되면 초기에 자기소개를 올리는 시즌이 있는데, 그때 링크드인을 공개한 멤버들과 부지런히 연결해 두었다. 글또라는 커뮤니티 특성상 모든 참여자분들이 IT 종사자이고, 자기 계발에 대한 욕심과 실행력이 큰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라면 연결해 두면 언젠가 의미 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게 연결을 거듭해서 지금 글또로 연결된 인맥이 400명 정도가 되었다.
체감하는 변화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 피드에 읽을거리가 늘었다.
두 번째, 프로필의 조회가 늘었다.
세 번째, 헤드헌터를 통한 이직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귀중한 것은 첫 번째다. 다양한 직군의 분들과 연결된 이후로 다양한 테마의 IT 기술/직장생활에 대한 글들로 피드가 가득 채워졌다. 얼마 전 딥씨크 광풍과 같이 테크신을 흔드는 사건이 있다거나 MCP와 같이 핫한 기술이 생겼을 때 특히 피드가 재미있어진다. 데이터 아키텍트 직무는 비록 민감하게 IT 트렌드를 팔로우업할 필요가 크지 않지만, 몸 담고 있는 업계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는 건 어떤 직군에 있건 유익하다. IT 기술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어쩐지 교과서적인 이야기만 읽게 되는데, 링크드인 네트워크를 통해서는 조금 더 실질적이고 땀냄새나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그 외에 프로필 조회가 늘었고, 이 때문인지 헤드헌터를 통한 이직 제안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분간 이직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당장 영양가가 있는 변화는 아니다. 좋은 기회가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가시성을 높여두는 건 현대 직장인의 생존 기술이니까, 프로필 관리는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글또 활동을 하면서 내가 경험했던 11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돌이켜보니 글또를 통해 글을 써온 시간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였다. 현재 업무에 대한 회고, 기술 학습과 정리, 그리고 미래 업무의 방향성 점검을 꾸준히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분들과 소통하면서 활기와 따뜻한 온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글또 커뮤니티는 참여자들의 규모나 열정의 측면에서나 운영의 섬세함에서 단순한 글쓰기 커뮤니티를 넘어선 개발자 성장 시스템이 된 것 같다. 글쓰기, 큐레이션과 피드백, 스터디, 고민상담, 커피챗, 반상회, 네트워크까지 성장하고 싶어 하는 개발자들이 필요로 하는 많은 것들을 제공해 주었다. 글쓰기를 매개로 지식과 경험, 영감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서 많은 배움과 자극이 되었다.
왜 글쓰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 나름의 이유도 찾았다. 정기적인 글쓰기는 생각을 구조화하고, 자신만의 경로로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의 생각을 정제해서 더 단단한 벽돌을 굽고 쌓아내는 일 같다. 혼자였다면 이만큼이나 써내기 힘들었겠지만, 함께 쓰는 사람들이 있기에 글쓰기 활동을 지속하고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도 낼 수 있었다.
글쓰기의 이점, 특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쓸 때의 이점을 글또를 통해 느꼈기에 앞으로도 사람들과 글을 쓰고 싶다. 글쓰기가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분이 있다면 글쓰기 커뮤니티 활동을 권하고 싶다.
1. 표지 사진 Canva Studio: https://www.pexels.com/ko-kr/photo/3194519/
2. 본문 사진(키보드) Olena Bohovyk: https://www.pexels.com/ko-kr/photo/1772123/
3. 본문 사진(커피) Saliha Sevim: https://www.pexels.com/ko-kr/photo/7819309/
4. 본문 사진(링크드인) Shantanu Kumar: https://www.pexels.com/ko-kr/photo/16564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