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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팡 Feb 14. 2022

2월과 모순

어둠속의 대화


집 나가면 몸이 고생이지만 나가지 않으면 마음이 고생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 여행은 행복을 가장 정직하고 격렬하게 표현 할 수 있는 몸짓 중 하나였다. 그게 여행자의 마음인데, 주변 사람을 좀처럼 설명하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아 훌쩍 떠나 버리던 시절이 나의 20대였다.

열심히 떠났고 경험치를 계속 축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모든게 멈춰 버렸다. 사는 시간이 있고 삶을 증언하는 시간이 따로 있는 법인가보다.


반 아이들과 함께 외부기관인  어둠속의 대화와 오픈 아이즈 센터에 방문했다. 작년에 오아스쿨을 통해 아이들과 기관의 선생님들은 서로를 알고 있었다. 외부 기관에서 오랜만에 활동으로 가득 찬 하루를 보내고 나니 새삼스럽게 땀이 흐른다. 얼마나 반가운 땀인가?


어둠속의 대화는 홍콩에서   적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했었다. 이번이 나의 세번째 경험이었다. 절대적인 어두운 공간 속에서 우리는 안내자의 도움을 받는다. 로드마스터라 불리는분의 목소리를 따라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속에서 무언가를 보고 듣고 느끼게 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지만 상상할  있는 모든 것이 존재함을 알게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같은 깊은 바다속에도 수많은 소리들이 존재하듯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존재함을 경험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인 관계를 단절시키는 ‘어둠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시각 이외의 다양한 감각들을 활용해 익숙하지만 낯선, ‘진정한 소통의 발견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되는 전시였다.


어둠속의 대화에서의 완전한 어둠은 인간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매개체인데 나로서는 3번째 경험이라 신기함은 다소 적었지만, 시간이 무척 빨리 흘러간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시간의 감각도 시각에 지배 받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2월은 사랑스러운 결점으로 가득한 한 달이 되었다.


지난 3월부터 올 2월까지 우린 열심히 살아가고 서로를 사랑했지만 1년의 시간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같은 반으로 지낼것 같아도 우리는 어김없이 헤어졌다. 헤어진 날은 가슴이 아프다. 아이들과 담임으로서 마지막 시간을 맞이하면 꼭 마음이 아프다. 이 슬픔으로 인해 느끼는 통증의 부위는 비슷한 것 같은데 매번 새롭다. 처음 아팠던 것 처럼 익숙한 통증은 없다.

앓던 이가 빠져도 한참동안 빠진 이를 찾아 헤메이는 혓바닥처럼 나도 한동안은 우리 아이들의 이름이 입 속에서 맴돌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역할도 능력도 다르지만 사랑 앞에서는 다 같은 사람인가 보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뛰어 들 사람은 없다. 새로운 반을 맡을 때마다 설렘과 함께 헛헛함도 밀려온다. 몇 년째 같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살았지만 흔적은 남았다.


무수히 많은 이별을 맞이했지만 동시에 난 새로운 만남을 기다렸다. 2월 한달은 사랑스러운 결점으로 가득하기에 내 안을 자연스레 들여다 보게 된다.

모순이 가득한 2월이기에 내 마음은 다시 또 괜찮아진다.


아이들과 모든 감각이 열리는 여행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2월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아이들과 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보게 되었다.

아이들과 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보게 되었다.

절대적인 어두운 공간이지만 시선은 어딘가에 자꾸 머물렀다. 머무는 구석마다 행복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원칙과 꿈에 일치하는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별과 만남이 공존하는 2월에 어떻게 감히 행복을 의심할 수 있겠는가.

그냥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새로운 여행의 정의를 내리며 난 또 떠날 준비를 할 뿐이다.


그래도 나에게 2월은 여전히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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