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 아누봉 공원, 빠두사이 독립기념문, 불상 공원
(2024/12월~2025/1월)
[호]
비엔티안에 도착한 날,
본의 아니게 에어비앤비 예약부도 사태 때문에
하드랜딩도 아닌, 캐리어 가방 두 개와 함께 길거리에 나앉아 한참 배회한 끝에
부랴부랴 부킹닷컴으로 (까짓 거 이왕 이래 된 바에...라고 마음먹고)
좋은 호텔(한달살기 입장에는)을 잡아 하룻밤을 푹 쉬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또 뚜벅이 상태로
비엔티안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녔다.
비엔티안도 알려진 명소들을 찾으면 볼 곳도 많겠지만,
특별히 가보고 싶은 곳은 빠두사이 독립기념문과 불상 공원이고
나머지는 걸어 다니며 보이는 대로 구경해 볼 생각이다.
호텔을 나서면 곧장 파음웅 공원(Fa Ngum Park)이다.
14세기 라오스 최초로 통일국가인 란쌍 왕국을 건설한
파음웅 왕(1316–1393) 동상이 서있다.
이 작은 공원은 동상밖에 더 볼 것이 없다.
여기서 남쪽방향(?)으로 5분쯤 걸어가면 곧장 넓은 메콩강이 나오니
일단 메콩 강가로 나가 강둑을 걸어 본다.
메콩강에 인접한 차오 아누봉 공원에는 큰 광장도 있고,
메콩강 야시장 건물도 보인다.
이 공원은 비엔티안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서
현지인, 관광객 할 것 없이 아주 많이 찾는 메콩강변의 휴식처 같은 공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공원 안이 휑~ 하다.
공원 중심부에는 이 공원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거대한 청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라오 왕국의 마지막 왕, 차오 아누봉(Chao Anouvong)이다.
아누봉은 1805~1828년까지 재위하며 태국과의 독립 전쟁을 벌인 왕으로,
라오스 현대사에서도 높이 기려지고 있는, 라오인의 자존심과도 같은 왕이란다.
공원 안에는 자그마한 연못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외 운동기구들도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이 몇 가지 익숙한 운동을 해보지만,
몇몇 기구들은 고장 난 채 방치돼 있고,
그래서인지 운동하는 사진을 찍어봐도 어색한 모양으로 나온다. ㅎㅎ
메콩 강에 이웃한 공원을 걸어본 다음,
다시 남푸 분수가 있는 시내 방면으로 걸어 올라가다 보니
오래된 건물인 도서관이 보인다.
그런데 이름이 '살아있는 도서관'이라뇨?
알고 보니 오래된 국립도서관을 개조한
비건 레스토랑이었다.
들어가 보니 건물 내부는 도서관 형태를 그대로 두고
방마다 그럴듯하게 식탁을 꾸며놓았다.
식사시간이 아니어서 구경만 하고 나왔다.
다시 걸어간다.
한달살기 뚜벅이 여행자는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가 좋기도 하고
가브리엘 마르셀의 표현대로
'여행하는 인간(Homo Viator)'으로서
무언가 뚜벅뚜벅 실천하고 있는 느낌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
조금 더 걸어가 본다.
큰 건물이 하나 보이네?
(여기 같으면 차벽이 없으니 금방이라도 뛰어들 수 있겠는데요?)
라오스 국가주석궁이란다.
베트남이나 라오스는 공산주의 국가임에도
한 나라의 대통령 격인 주석이 머무는 공간을
미국의 백악관처럼 이렇게 밖에서 훤하게 볼 수 있도록
개방해 놓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제 근처에 있는 씨 사켓(Sisaket) 사원에 들어가 본다.
이 사원은 라오스 최초의 사원이라고 한다.
이런 사원들이 비엔티안에는 길거리, 골목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모두 다 들어가 볼 수 없으니 패스한 곳도 많다.
신심 깊은 불제자라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겠다.
다시 빠두사이 독립기념문 방향으로 올라가다가,
역시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느낌을 주는 또 다른 사원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탓 포운(Wat That Phoun) 사원이다.
도심 한가운데 화장터가 있는 사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네팔이나 인도 바라나시 화장터처럼 검은 연기가 나거나
실제로 화장하는 모습을 못 봐서 무섭지는 않지만,
엄숙한 마음이 드는 것은 모든 죽음에는 경외심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바로 인근에 있는 빠두사이(Patuxai) 독립기념문으로 간다.
프랑스의 개선문을 닮은 이 독립기념문은 라오스의 독립과 전쟁 영웅들을 기리기 위해
1968년에 세워진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이왕 독립기념문에 왔으니
전후좌우 사방을 돌아다니며 구경한 다음,
입장료 30,000킵(=1,800원)을 내고
탑 위로 올라가 본다.
버스터미널로 가서 불상 공원(Buddha Park)을 가보기로 한다.
불상공원은 비엔티안 시내 중심가에서 25km 떨어진 곳에 있어서
툭툭이나 택시를 타고 가면 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일부러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걸어갔다.
딸랏사오 쇼핑몰 근처에 있는 비엔티안 국제버스 터미널에서,
30여 분 만에 한 대씩 출발하는 불상 공원 방면으로 가는
14번 버스를 탔다.
불상 공원까지는 50여분이 걸리는데
가는 길에 있는 메콩강 태국 국경과 인접한
'우정의 다리' 출입국사무소에도 들러서 가기 때문에
태국으로 가려는 사람들도 많이 타고 있다.
한참을 달리다 버스가 비엔티안 시내를 벗어날 무렵
버스 차장(?)이 버스 요금을 받으러 다닌다.
불상 공원까지는 1인당 18,000킵(=1,080원)이다.
70~80년대 우리나라 시내버스 풍경이 생각난다.
버스 차장이 차문에 매달려 차체를 탕탕 치며 "오라~잇!"하면
버스가 출발하고, 차장이 버스요금을 걷으러 다녔었다.
태국으로 건너가는 승객들을 국경에서 하차시킨 다음,
20여분을 더 달려 불상 공원에 도착했다.
60,000킵(=3,600원)의 입장료를 내고
공원 안으로 들어가 본다.
불상 공원은 '영혼의 도시'라는 뜻의 '씨앙쿠앙'(Xieng Khuan)으로도 불리는데,
200여 개의 이 불상들은 1958년에 루앙 분르아 쑤리앗이라는 사람이
힌두교와 불교, 신화 등을 섞어서 제자들과 함께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부처님상과 관음보살 등 불상 외에도
시바, 비슈누, 아르주나 등 힌두교 신상들도 많다.
애초 시멘트로 만들고, 채색까지 돼있던 것으로 보이나,
메콩강 홍수와 오랜 세월 동안 풍화작용으로 낡고 볼품이 없어
한편으로는 조악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석상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워낙 신상들이 많아 다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가장 압권은 아마 아래 사진의 와불상일 듯하다.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배가 고파서
불상공원 안에 있는 메콩 강가의 레스토랑에 앉았다.
시원한 비어라오와 함께 하는 점심은 참 맛있고 달다.^^
다시 14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와서
여행자 거리를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비엔티안,
아니 라오스를 떠나도 좋을 것 같다.
가난하지만 마음이 풍요로운 라오인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면
수줍은 듯 미소 지으며 자세를 취해주는 순수한 얼굴들,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심이 없는 동물들과,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활짝 핀 부겐빌레아의 화려함까지...
싸바이디(안녕)
라오스!
컵짜이(고마워)
라오인(人)!
(2024/12월~25/1월, '라오스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 보니 격의 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솔직한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글 중간에 2025년, 현재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 아래에는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20여 년 전,
베트남과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여러 나라를 한 번씩은 가봤던 저는,
버킷리스트까지는 아닐지라도
빠른 시일 안에 라오스와 미얀마, 부탄도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서도 실천을 못하고 있다가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걸쳐
라오스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비엔티안이나, 루앙프라방, 방비엥 등
한 도시에서만 한달살기를 하고 돌아올까도 생각했지만,
한 곳에서 한 달간 지내고 돌아오기엔
다른 도시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해서 조금씩 일정을
양보해 나누기로 했습니다.
결론은 버킹검!
(너무 아재 표현이어서 이 말 자체를 이해 못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만...ㅎㅎ)